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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 [돌멩이]: 관객은 무얼 원할까

FilmWhat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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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홍보 방향만 봐선, 누명을 쓴 억울한 장애인 주인공의 결백을 밝혀내는, 사건을 계속 파고드는 그런 형식의 영화를 예상했었습니다. 비슷한 주제로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줬던 <결백>과는 달리, 이 영화는 독립영화다운 섬세함을 보여줄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예측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나고 왔습니다. <결백>처럼 실망스러웠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예 예상했던 것과는 아예 다른 영화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 영화의 구성은 굳이 비교하자면 <결백>보다는 <사라진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사건의 진위를 밝히거나 결백을 증명하는 등의 스토리적 구성요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가장 큰 방점을 찍은 상태로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중들에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사라진 시간>이 그랬듯 말이죠. 두 영화의 공통점은, 혹자에게는 일을 부풀려놓고선 어떻게 끝낼지 몰라서 관객에게 어려운 부분을 던져놓은 무성의한 영화로, 혹자에게는 의도적으로 관객이 원하는 그런 뻔한 구성과는 다르게 생각을 요구하는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 같습니다. 전 <사라진 시간>을 다른 대중들에 비해선 좋게 본 편이고 (물론 단점이 많긴 했습니다), 이번 <돌멩이> 역시 예측을 뒤엎은 구성의 영화라는 점에선 좋게 봤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는 완성도적인 측면의 부족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영화는 오프닝 쇼트부터 아주 긴 스테디캠 롱테이크를 쓰는 등, 기술적으로 눈에 띄는 쇼트들을 상당히 많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그 인상적인 쇼트들을 한 쇼트 한 쇼트 뜯어보면 기술적으로 감탄스러울지 몰라도, 그것들을 이어붙여놓고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는 부분입니다. 이게 간단히 얘기하면 어떤 느낌이냐면, 영화는 그런 기술적으로 인상적인 촬영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있는데 촬영 혼자서 약간은 오버를 한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스토리나 인물들은 필요로 하지 않는데, 왜 카메라 혼자서 저렇게 뽐내고 있을까...이런 느낌이 종종 들었습니다.

동시녹음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후시녹음 분량이 상당히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아역 여자아이의 대사는 거의 대부분 후시녹음처럼 들렸는데요, 이게 정말 많이 거슬렸습니다. 후시녹음을 하더라도 입모양을 맞추거나 카메라의 위치에서부터의 인물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음향에 거리감을 주는 등의 기본적인 조건들을 충족해줘야 자연스러운데.. 그런 게 일체 없었습니다. 누가 들어도 그냥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듯한 평면적인 사운드.. 화면 속 인물들은 걸어가며 점점 카메라에서부터 멀어져가는데, 대사 소리는 높낮이의 변화도 없고, 평면적이고, 입모양이 좀 어긋난 부분들도 눈에 띄고... 후반 작업이 급하게 진행된 건지, 동시녹음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지 상당히 의문입니다.

그리고 아역 배우의 후시녹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아역 배우의 연기가 정말....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독립영화고 저예산 영화라 하더라도, 김대명, 김의성, 송윤아 등의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해두고선, 가장 중요한 역할을 이런 배우에게 맡겼다는 게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런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나오는 영화에서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처리를 볼 줄이야...이것 때문에 후시녹음 부분들이 더 티 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 인물들이 말하는 듯한 대사가 아닌, 다분히 문어체적이고 시나리오에 쓰여져있는 듯한 대사체도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선 글의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듯,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다소 충격적인 전개방식은 저는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고구마를 100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느낌이 떠내려가지 않았지만, 이러한 답답함을 관객에게 느끼게 하는 게 영화의 의도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변의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려 하는가..우리는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는가.. (겉으로만 좋은 사람인 척하려고 잘해주는 척하는 것 말고) 과연 극 중의 김 선생 (송윤아) 이나 이웃 주민들은 사실을 밝혀내는 것에 관심이 정말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누구든 비난하고 책임질 사람을 찾는 게 급선무였던 걸까... 영화를 본 지 며칠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개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전개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예 대중/상업을 택하든, 아예 예술/독립을 택하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영화는 그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표류하다가 그 두 쪽의 단점을 모두 끌어오게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분명히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물이 상당히 아쉽네요.. 그래도 <사라진 시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스토리적 시도는 응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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