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깊은 밤 갑자기 (1981)

BillEvans
1305 1 0

 

 

위 포스터에 전설이 된 한국호러영화의 시작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별로 맞는 말이 못된다. 한국호러영화의 시작은 

길게 올라가보면 장화 홍련, 그리고 현대호러영화만 따져도 이용문 감독의 살인마다.

이 영화가 명작인가? 고영남 감독이나 김영애, 이기선 등이 모두 우수한 프로페셔널들이기는 했지만 거장이나 대가까지는 글쎄......

 

대량생산을 하다가 보면 백만 분의 일 확률로 그 어느 명장도 흉내낼 수 없는 명품이 나온다고 한다. 깊은 밤 갑자기는, 우리나라 영화가 방화라는 이름으로 

비하되고 저예산 에로영화들만 범람하던 시절, 그 중 나온 명품이다. 아무리 봐도 수공예품은 아니고 대량생산된 공산품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이나 배우들이나 "자, 우리 정신 차리고 걸작 한번 만들어봅시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늘 하던 대로

프로페셔널하게 작업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같은 것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명연이라고까지 할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약간 타성적으로 연기하는 측면도 보인다. 

 

이 영화가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다른 비슷한 영화들은 다 죽고 이 영화만 살아남았을 뿐이리라. 그래서 이 영화가 뭔가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강렬한 혼란스러움, 공포, 비극을 향해 질주하는 비장함, 파멸같은 것은 당시 시대정신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공포와 공포의 외인구단의 비장함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김영애의 질투, 불안감, 자신 없음, 파멸은 무엇일까?

겉보기에는 김영애가 마음 약한 의지 박약 정도로 생각될 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의지 박약이 아니라 의지 과잉이다. 

김영애의 불안 및 폭주 파멸이나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오혜성의 엄지에 대한 폭주 파멸이나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절대 다다를 수 없는 목표, 절대 부술 수 없는 벽을 향해, 그것이 부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머리가 바스라지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우묵배미의 사랑도 다른 예다. 

바람둥이 박중훈은 비참하게 사는 최명길을 장난으로 유혹한다. 그런데 최명길은 그냥 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해나간다. 그리고 머리가 바스라진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이런 1980년대 시대정신을 담은 영화들 중 걸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비장함, 감정 과잉은 안정적 균형감을 저해함으로써 영화적 완성도를 줄이는 것 같다. 영화 전체가 가파른 비탈길 위에 놓인 것 같다. 

이 영화가 공포영화였기 때문에 그런 불안정감이 좋게 작용한 것 아닐까? 공포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였다면 그런 불안정감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수작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영화 가진 엄청난 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시대로부터 왔기에 그 힘은 더 영화사적 가치가 있을 듯하다.

 

P.S. 이 영화는 약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경질적으로 불안정한 색채의 활용이 생명이다. 이 색채가 선명하게 살아나야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리매스터링을 통해 색채를 살려낸 것이 이 영화의 높은 평가에 한몫했다는 생각이 든다.

 

P.S. 무당이 등장하는 영화 전성기는 1970년대 아니었을까? 1980년대 만들어진 괜찮은 무속영화가 있었나? 왜 뜬금없이 무당이 이 영화에 등장할까? 어쩌면 무당이라는 것이 이제 친숙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낯선 공포의 대상으로 활용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P.S. 이 영화가 정말 한국호러영화의 시작일까? 나는 시작이 아니라 1980년대 호러영화의 끝으로 보인다.

 

P.S. 1970년대는 신파조와 눈물을 소비했고, 1980년대는 비장함, 파멸적인 열정, 파국을 소비했다면, 오늘날 영화는 무엇을 소비했다고 후대에 남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3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4.04.24.08:38 25414
HOT 이희준 공승연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1 e260 e260 37분 전07:31 133
HOT 송중기 아레나 5월호 화보 1 e260 e260 38분 전07:30 128
HOT '킹덤 오브더 플래닛 오브더 에입스' 뉴 포스터 1 NeoSun NeoSun 56분 전07:12 162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뉴 스틸들 2 NeoSun NeoSun 2시간 전05:22 416
HOT 뉴 ‘매드맥스’ 무비 제작 진행중, 조지 밀러 스토리 맡아 - ... 2 NeoSun NeoSun 3시간 전05:00 519
HOT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국내 7월 개봉 2 지빠겐 3시간 전04:57 227
HOT 그녀가 죽었다 손익분기점 150만 1 지빠겐 3시간 전04:55 377
HOT 일본 애니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 화이트> 중... 2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12 211
HOT 홍콩영화 <구룡성채지위성(九龙城寨之围城)> 개봉 1일... 1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03:02 402
HOT 2024년 5월 1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8시간 전00:00 1729
HOT [챌린저스] 감각적인 막장 영화 3 화기소림 화기소림 8시간 전23:20 1245
HOT 미국 버라이어티 선정, 삼각관계를 다룬 최고의 영화 10편 7 카란 카란 9시간 전22:53 1539
HOT 티모시 샬라메 - 신인부터 스타까지 필모 9 2 NeoSun NeoSun 11시간 전21:08 850
HOT 넷플릭스 최근작들 시청률(종말의 바보, 시티헌터 등) 5 golgo golgo 11시간 전20:28 2067
HOT 안소희, 팬츠리스 보디수트+'퇴폐 섹시 MAX' 2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1시간 전20:24 3204
HOT '시티헌터' 넷플릭스 글로벌 1위 기념 최신 스틸 4 golgo golgo 12시간 전19:54 1141
HOT 영화사상 최고의 캐릭터 25 5 Sonachine Sonachine 12시간 전19:50 1884
HOT 와그너 모라,브라질 정치 스릴러 <더 시크릿 에이전트&gt... 3 Tulee Tulee 12시간 전19:32 487
HOT 트라이스타 픽쳐스,웨슬리 왕 SF 스릴러 단편 영화 '낫... 2 Tulee Tulee 12시간 전19:32 384
1134872
image
NeoSun NeoSun 6분 전08:02 62
1134871
image
NeoSun NeoSun 19분 전07:49 133
1134870
image
e260 e260 36분 전07:32 134
1134869
image
e260 e260 36분 전07:32 71
1134868
image
e260 e260 37분 전07:31 133
1134867
image
e260 e260 37분 전07:31 75
1134866
image
e260 e260 38분 전07:30 79
1134865
image
e260 e260 38분 전07:30 128
1134864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07:20 180
1134863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07:20 116
1134862
image
NeoSun NeoSun 56분 전07:12 162
113486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00 179
113486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57 141
113485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5:24 280
113485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5:22 416
113485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5:21 198
1134856
image
지빠겐 3시간 전05:06 241
1134855
normal
지빠겐 3시간 전05:05 205
1134854
image
지빠겐 3시간 전05:04 288
113485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5:00 519
1134852
normal
지빠겐 3시간 전04:58 342
1134851
image
지빠겐 3시간 전04:57 227
1134850
normal
지빠겐 3시간 전04:55 377
1134849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12 211
1134848
image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03:02 402
1134847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00:00 1729
1134846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56 240
1134845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55 270
1134844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39 115
1134843
image
영친자 8시간 전23:37 420
1134842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34 271
1134841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31 302
1134840
image
스누P 8시간 전23:28 738
1134839
image
화기소림 화기소림 8시간 전23:20 1245
1134838
normal
율리안나 9시간 전23:05 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