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훌륭한 장면 개인적인 생각 스포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선정 역대 아시아영화 100편에도 선정되기도 한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굉장히 존경하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의 작가적 시작을 볼 수 있는 걸작이죠.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몇 가지 쓰겠습니다.
1.
수평 트래킹 숏으로 여자의 비명소리를 섹스 중의 격한 신음으로 오인하고 자위하는 청년들과 같이 담아낸 장면입니다.
두 상황을 한 테이크로 편집없이 이어붙이며 이 장면이 가지는, 이 작품이 가지는 아이러니의 테마를 탁월히 표현합니다. 동시에 두 방 사이의 벽을 통해 소통부재를, 류를 앞에 두고 누나는 뒤에 두면서 극적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키는 명연출입니다.
2.
공장서 일하는 류를 담아냅니다. 비스듬하게 위에서 찍으면서 인간들이 작아보입니다. 그 결과 노동의 시스템 속 인간성의 소외가 드러나는 장면이죠. 동시에 류를 화면 좌하단에 배치시키면서 그를 관객들이 잘 찾지 못하게 해서 관객들로부터도 소외시킵니다. 시네마스코프 양식을 택한 것도 류의 왜소한 존재감이 주는 무력함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공장의 사운드를 극대화시키면서 직원들의 전화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하는 것,
그 큰 소리를 관객은 듣지만 류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와 소통불가능이 정확히 표현됩니다.
3.
류의 장기매매 사기장면입니다. 역시 시네마스코프 양식으로 가난, 고통, 아이러니 앞에 선 인간의 무력감을 표현했습니다.
4.
이 장면에서 공산주의자 영미가 반공노래를 부릅니다. 그 아이러니도 뛰어나지만 중요한 것은 납치과정을 보여주지 않은 편집입니다.(덩케르크가 개개인의 사정, 독일군들을 표현하지 않은 것처럼) 훌륭한 영화는 영화에 넣지 않은 것도 대단합니다.애초에 사건보다는 사건의 리액션이 중요한 영화이며 복수 역시 일종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탁월하게 표현했습니다.넓게보면 삶 자체가 탄생이라는 사건에 대한 리액션이죠.
5.
각자의 내적논리에 따라 움직였지만 전체를 본 결과로는 불가해한 아이러니 그 자체인 상황을 부감의 운명적인 느낌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덕에 비극성은 심화되고 부조리 역시 극대화됩니다. 부감으로 인물들을 미약하게 보이면서 무력한 인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6.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을 연상시키는 파국의 엔딩입니다.
토막난 류의 시체와 동진을 같은 프레임에 두면서 거울같이 비슷한 둘의 관계를 부각합니다.
화면에 작게 있는 동진의 모습으로 불가해한 상황 앞에 있는 인간의 무력감을 웅얼거리는 그의 사운드로 끝까지 소통부재의 현실을 정확히 연출합니다.
대충 생각나는 몇가지를 적었습니다.
영알못인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냥 넘기셔도 되지만
이 영화는 걸작이니 무조건 보세요.
1번 장면을 보면서 박찬욱 감독도 배경의 디테일을 신경쓰는 감독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1번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