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바람이 분다>... 이제서야 봤는데 ㅎㅎ

'한 때' 미야자키 옹의 은퇴작이었던 ㅋㅋ <바람이 분다>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개봉 당시엔 논란도 논란이지만 그냥 재미가 없어보여서 안 봤어요. 그 때는 지금처럼 영화 열심히 보던 때도 아니라서
그래도 워낙 말 많은 작품이라 호기심은 생겨서, 넷플릭스로 찜해두고 있다가 최근에 봤죠.
감상은 예전의 제 기대치와 비슷해요. 논란을 떠나서 영화 자체가 영 단조롭고 재미가 없네요 ㅠㅠ 실존인물인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의 삶에서 이렇다 할 드라마틱한 요소를 끌어내지 못한 것 같아요.
나중에 찾아보니 절반 가량은 동명의 소설 등에서 창작된 내용이라던데, 굳이 실존인물을 갖다가 뜯어고치기까지 했으면서 왜 이렇게 재미없는 캐릭터로 만들었을까요. 포스터와 마케팅에서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고 홍보를 한 것 같은데, 막상 보니 로맨스의 비중은 안타까울 정도로 적고 그마저도 임팩트가 없습니다.
아마 성우를 맡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목소리 연기가 대놓고 일반인 수준으로 딱딱해서 더 그런 것도 같습니다. 결말에서 딱 한번 울컥해서 목이 메는 연기를 하는데, 진짜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ㅋㅋㅠ
안노 히데아키의 캐스팅은 명백히 안 좋았다고 보지만 나름의 근거는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앞서 말했듯 주인공 캐릭터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덤덤하며 경직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가벼운 자폐 증상 수준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사랑한다는 아내에도 무신경하며 '비행'이란 관심사에만 몰두해 있는 캐릭터였는데, 이렇게 만든 이유를 모르겠어요.
당연히 이 작품의 메시지가 뭔지도 생각해봤습니다. 작품 곳곳에서 냉소적인 태도로 전쟁을 비판하고 당시 군부를 찰지게 씹고 있기는 합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전쟁 미화물'이라는 비난을 듣기엔 억울할 정도죠.
반전 메시지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여럿에서 드러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의아한 것은 굳이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개인의 꿈을 아름답게 그리고 예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극중에서 좀 맥 빠지는 대화가 있었는데 옮겨볼게요.
친구: 우린 무기 장사꾼이 아냐. 그저 좋은 비행기를 만들고 싶은 것 뿐이야.
주인공: 그렇군.
이 장면에서는 이걸로 끝입니다. 비판도 반박도 없어요. 하아... 제로센 만든 놈들이 실제로 저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면...
분명히 전쟁은 나쁘고 군부도 어리석지만, 전쟁통에 열심히 일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건 가혹하다는 걸까요?
본질적으로 어릴적 꿈을 향해 줄기차게 매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인데,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의 맥락을 반쯤은 짚고 반쯤은 외면한 영화 같아요. '전쟁 중'이라는 배경이 생각보다 큰 기능을 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일본 특유의 회피하고 간 보는 태도가 느껴져서 영 찝찝했습니다.
주인공은 왜 그 모양인지... 얘기를 하다가 만 느낌도 들고... 모르겠네요.. 모르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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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일정부분의 판타지 요소가 있었고 그 바탕에서 낭만들을 볼 수 있었지만 <바람이 분다>는 실제인물과 시대상을 기반으로 만들다보니 그런데서 제약들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작품에 판타지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면 붕 뜨죠.


영상 좋은 거 빼곤 애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