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 - 신념이 만들어내는 힘

제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http://yarkteim.blog.me/4016379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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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코 이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헐리웃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놀란과, 최고의 프랜차이즈인 배트맨의 3부작 마지막 영화죠. 다크나이트 라이즈!
삼부작으로 완벽히 이야기를 끝낸, 그것도 한 감독이 계속해서 연출한 영화는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언뜻 떠올리기로는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매트릭스 삼부작이 있군요. (본 시리즈나 트랜스포머,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의 각 작품의 관계가 애매한 영화는 제외하구요.) 그러고보니 모두 엄청난 화제작이었군요.
개인적으로 매트릭스 삼부작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특히나 2편인 Reloaded를 가장 좋아했죠. 당시 영화관에 별로 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도 4번인가 극장에서 관람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액션시퀀스와 철학적인 떡밥과 세련된 연출...거진 10년이 되었는데도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지금봐도 촌스러운 느낌이 적어요.
하지만 매트릭스 시리즈 역시 개봉 당시 분위기를 보면, 굉장히 실망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1편의 철학적인 물음과 구조가 사라지고 기계들과 슈퍼맨놀이하는 영웅이 활개치는 액션영화가 되었다는 평이 실망을 한 주된 이유였습니다. 사실 1편이 개봉한 후에 여파가 대단했기 때문에(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기본 토대를 뒤집어 엎는 격이었죠.) 어떤 대단한 작품이 나와도 욕을 먹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습니다. 더군다나 매트릭스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핵심적 요소인 가상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3편에선 대폭 줄었기때문에 더 심했죠.
그래도 트릴로지라는 측면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연출은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3편 역시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에요. 1편에서 완결이 될 수 있는 소재를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1편의 팬이라면 사족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첨가되었지만,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그걸 풀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순히 '기계의 지배에서 벗어난 인류'라는 아주 통속적인 결과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좀 더 고찰해 볼만한 영역으로 끌어올렸죠. 애니매트릭스까지 함께 본다면 더욱 좋은 이야기구요. 게다가 그런 류의 이야기를 액션블록버스터로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죠?
이런 트릴로지의 틈바구니에서, 배트맨 비긴즈는 사실 애매한 위치에서 시작하긴 했습니다. 물론 어지간히 흥행을 하긴 했습니다만 사실상 죽은 프랜차이즈였던 배트맨을 살리는데에 주력한 영화였죠. 현실적인 배트맨의 재탄생이란 점에서 호평을 받으면서도 그저그런 헐리웃 블록버스터 중 하나일뿐이었습니다. 사실, 비긴즈는 놀란의 필모그래피에서 애매하게 아래에 있는 영화기도 해요.
그리고 다크나이트가 개봉했습니다. 개봉당시 다크나이트를 극장에서 처음 본 기분은, 이게 대체 무슨 영화인가...하는 느낌이었어요. 화끈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갔는데 왠걸, 제대로 된 액션신이라곤 트레일러 뒤집히는 것 밖에 없잖아?하면서 투덜투덜 댔더랬죠. 애초에 아예 다른걸 기대하고 갔으니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을리가 없었어요. 게다가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구조라 당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서 봐야할지도 감이 안왔구요.
하지만 그런 기대를 버리고 재관람을 했을때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슈퍼히어로와 블록버스터의 탈을 쓴 기똥찬 범죄영화를 만들어 놨더군요. 혼돈-카오스의 화신에 가까운 조커를 통해 무너지는 고담과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에서도 볼 수 없는 철학을 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촬영과 연출,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할만한 영화였습니다. 흥행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그 뒤를 이은 삼부작의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발표되고 영화팬들의 관심은 더이상 올라갈 데가 없을 정도로 끝없이 치솟았습니다.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비긴즈조차 삼부작의 일부분으로 재평가 되기도 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과연 전작인 다크나이트가 이룩한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까,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더군다나 놀란은 다크나이트-인셉션을 통해 이미 헐리웃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솟은 상태였구요.
짜잔, 그리고 7월 19일 드디어 영화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여느 기대작들이 모두 그렇듯이 상당히 평이 갈리고 있죠. 게다가 전작 다크나이트와의 비교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라이즈 선수, 힘든 여정이 예상되긴 합니다. 뭐, 그렇다고해도 볼 사람들은 다 보겠지만 말예요.(적어도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본 사람이 안 보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본 라이즈는 상당히 고전적인 영화였어요. 비긴즈가 블록버스터의 문법에 충실했고, 다크나이트가 현대극의 문법에 충실했다면 라이즈는 고전적인 비극의 문법에 충실하지 않았나 싶어요. 라이즈 안에서 주조연급의 모든 캐릭터는 각자의 고통과 신념을 짊어지고 있고, 고담안에서 그 인물들의 신념과 고통이 소용돌이 치면서 서로 부딪히거나 강해지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브루스 웨인 판 죄와 벌이라고 할까요? 물론 도스또예쁘스키와는 다릅니다만.
영화는 거의 세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가쁜 호흡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반과 중반의 일정부분을 제외하곤 특급열차마냥 끝없이 밀어붙이고 있어요. 이렇게 급한 호흡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했던 얘기를 다 풀어내지 못하고 건너뛰는 듯한 편집이 종종 보입니다. 최초 편집본이 6시간이라는 루머가 돌았었는데 그만큼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에요.
블록버스터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할 미덕인 영상과 음향의 물량공세는 더할나위 없이 끝내줍니다. 직접 거대한 세트를 짓고 직접 비행기를 띄우고 직접 건물을 폭파시키는 등 아날로그 촬영을 고수하는 놀란의 고집이 가득 차 있습니다. 덕분에 CG에서 볼 수 없는 명암의 깊이감이나 기본적 원근감이 아주 잘 살아있어요. 한시간에 육박하는 아이맥스 촬영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줍니다.(아이맥스 필름 상영관이 없는지라 진짜 화질을 경험할 순 없지만,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의 깊이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죠.) 기회와 시간이 되신다면 반드시 아이맥스로 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음향, 특히 영화의 스코어도 굉장합니다. 개인적으로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두어번 들으면 질리긴 하지만, 극장에서 경험하기로는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라이즈에서도 그 효과가 확실해요. 인셉션에서 울리던 뿌앙-뿌앙-하는 음악과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은 다들 강렬하게 기억하실거에요. 라이즈에서도 영화 전체에 임팩트 있는 음악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다크나이트의 스코어가 기본적으로 적재적소에 최소한으로 쓰여서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면, 라이즈의 스코어는 극 전체를 꽉 채운 상태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화면은 둘째치고서라도 사운드 시스템은 확실한 극장에서 보세요.
액션씬은- 사실 애매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놀란이 탈 것을 이용하거나 도구를 이용하는 액션에는 굉장히 강한 방면, 총격전이나 맨몸 격투 연출에는 영 젬병입니다. (가장 어이없었던 씬은 인셉션의 설원 총격전이었어요-_-;) 역시 이번 라이즈에서도 비슷합니다. 시가지전투헬기인 더 배트의 활강과 배트포드의 주행은 여전히 멋드러집니다. 마지막 트럭체이싱 씬은 다크나이트의 트레일러 체이싱-전복씬에 비견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어요. 다크나이트가 보통의 카체이싱과 다르게 아주 정적인(배트포드 나오기 전엔 음악도 없죠?) 연출이었다면 라이즈의 그것은 아주 동적이고 웅장한 느낌입니다. 몸이 울릴정도로요.
격투신은...글쎄요. 배트맨은 여전히 애매한 움직임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명의 적과 싸울 때 적들이 기다려주는(-_-)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다만 베인과 캣우먼의 액션 연출은 상당합니다. 베인은 묵직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 그대로 자잘한 움직임 없이 해머같은 타격을 하고, 캣우먼은 정반대로 날렵한 움직임으로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줘요.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놀란 영화의 격투신에 대해 일말의 희망은 생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베인의 캐릭터는,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조커와는 비교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커는 자신의 대사 그대로 '차를 쫓는 개'나 마찬가지에요. 순수한 혼돈 그 자체죠. 배경설명도 전혀 없어요. 사실상 캐릭터라기 보다는 장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동떨어진 존재입니다. 한마디로, 더이상 쿨할 수 없는 존재죠. 하지만 베인은 과거사도 있고, 신념도 있어요. 구구절절하게 과거사가 나오는 악당? 요새 추새에 맞는 악당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신념과 과거사가 있기에 오히려 감정이입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그렇기 때문에 순수악으로써 파괴를 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신념을 갖고 있는 '혁명가'로서, 쿨하디 쿨한 조커의 카리스마와는 다른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조커와 비교하며 감정이입을 막으신다면...글쎄요. 돈내고 영화보는데 굳이 평론가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라이즈는 기본적으로 트릴로지의 마지막, 서사의 끝이라는 중압감과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급하고, 감정적이죠. 게다가 나오는 캐릭터는 한 트럭이고, 다들 사연도 구구절절해요. 세시간이나 되는 런닝타임안에 아주 힘겹게 구겨넣은 모습이 역력합니다. 게다가 전작이 너무 훌륭했기때문에 소위 서자(庶子)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조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즈는 아주 훌륭한 블록버스터이자 서사시이고, 큰 맥락에서 삼부작을 완벽히 마무리하고 있어요. 오히려 이 영화가 있기에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게 될 겁니다.(물론 다크나이트는 더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평이 좋지만요.) 게다가 삼부작을 통털어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그리고 고담에 사는 모든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팬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반, 이야기의 완성을 바라보는 희열 반으로 말이죠.
이 배트맨 시리즈의 팬이 아니시라고 해도, 충분히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는 블록버스터에요. 어떤 분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영화다운 영화'입니다. CG사용을 극도로 절제하고 이정도 때려부수는 블록버스터는 아마 앞으로 거의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놀란이 다시 뭔가를 만들긴 하겠지요?) 더 배트는 건물 사이를 활강하고 텀블러와 배트포드가 엔진을 울리며 도시를 질주해요! 다만 어느정도 전작들의 정보는 알고 보시는게 좋을겁니다. 아무 것도 모른채 라이즈만 본다면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벅차기 때문이죠.
엄청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2012년이에요. 하지만 아마 그 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이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가 끝나고, 친구가 감상평을 물어보는데 딱히 할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재밌긴 재밌는데, 분명히 좋은 영화인데 말이죠. 그때 느낀건 아, 이 영화가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어서 그렇구나, 하는 거였어요. 거진 7년 동안 이어진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개봉날 큰 스크린에서 봤다는 감개무량함일까요? 단순히 놀란과 배트맨에 대한 팬심이라기보단, 비긴즈를 감상하고 다크나이트를 감상하며 보냈던 7년동안 쌓아온 자신의 인생의 무게일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는 여러가지가 있지요. 라이즈는 딱히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있거나 애매모호한 내용이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다크나이트와의 비교와 이 영화에 걸었던 기대감때문에 논란이 되긴 하지만요. 무의미하게도.) 하지만 7년동안 우리를 즐겁게해준 영화의 캐릭터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가슴찡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 끝나고 나서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이 이 영화의 미덕이지요.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대작입니다만, 마음을 비우고 그들의 마지막 여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관람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브루스 웨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의 내용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서 마저 하기로 할게요.
P.S : 모두들 기다리던 영화라 그런지, 왕십리 아이맥스 관람분위기는 최상이었습니다. 전작을 알아야 웃을 수 있는 부분에서 다같이 웃고 슬플 부분에선 다같이 눈물을 뚝뚝...게다가 영화 끝나고 박수치는건 처음봤어요.(거진 80%는 박수치는거 같더라구요. 사실 처음본건 아니고 에반게리온:파 상영때 보긴 봤죠*-_-*) 영화팬들이여 영원하라!
이 아래에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긴 내용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라이즈에서 놀란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믿음과 신념'이 아닌가해요.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신념을 위해서 죽음조차 불사하고, 그런 사람들의 강력한 신념이 올바르게 사용된다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사회라고 말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말예요.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시대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신념을 내세우며 밀어붙이는 것만큼 고색창연한 소재가 또 있을까요? 또한 그렇기 때문에 다크나이트에 비해 촌스럽고, 구닥다리처럼 보이기도 하죠. 다크나이트의 세련됨은 쿨하디 쿨한 소재와 그 전개방식에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아주 직설적이고 리터럴한 방식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동도 있어요. 사실 놀란은 아주 미학적인 미장센과 심리묘사를 보여준다기엔 좀 직설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감독이죠. 특히 그가 만든 블록버스터에선 그런 점이 잘 나타나는데, 촌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서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죠. 그건 비긴즈, 다크나이트, 그리고 인셉션까지 쭉 고수하고 있어요. (그래서 놀란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게 메멘토이긴 합니다. 제일 간접적으로 메세지를 말하고 있어서요^^; 취향이 그쪽인지라.) 하지만 삼부작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각 인물들의 신념과 믿음이 부딪히고 폭발하는 감정을 그대로 날것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에선 그게 일종의 미덕이라고 느껴집니다. 은근하고 간접적으로 묘사를 했다면 거의 폭력적인 수준인 이런 감정선은 느끼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해요.(그런 부분에선 다크나이트보다 라이즈가 우위에 있다고 봐요. 마지막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죠.)
또한 이 영화가 굉장히 거대하면서도 협소하고, 세련되면서도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영화를 마무리짓기 위해 중요한 인물들 이외의 이야기는 정말 최소한으로 거론하고 있지요. 그런 방식에서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분명이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은 굉장히 넓고 게다가 그 스케일은 더 커질 수도 없을정도로 방대한데, 무대에는 10명의 안팍의 사람밖에 없어요.
라이즈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신념을 짚어볼까요? 먼저 배트맨-브루스 웨인. 배트맨이라는 진짜 자아 위에 브루스 웨인을 덮어놓고 살고 있죠. 비긴즈에서 그가 배트맨이 된 것은 자신의 부모님이 살해당한 것처럼, 부당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왜 가면을 쓸까요? 이번 라이즈에서 블레이크의 대화에서 몇번씩이나 강조가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죠. 사실 그가 트라우마의 가면을 쓰고 되고 싶었던 것은 고담시의 다크나이트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는걸 막기 위해서 였다는걸 잊고 있었던 거에요. 다크나이트에서 그는 죽음을 불사하며 일종의 상징이자 예수와도 같은 희생양으로서 기능하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본래 목적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셈입니다.
그래서 죽는 것을 두려워하며 다시 일어나는-Rise 라는 행위가 중요해집니다. 그의 신념은 다크나이트에서 그가 부르짖었던 거대하고 형이상학적인 무엇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것들-고담시로 상징되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Why do we fall? 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배트맨이자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신념과 자아가 무엇인지 깨닫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영웅으로서, 상징으로서 배트맨을 죽이고 원래의 브루스 웨인으로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던 그 모습으로요.
그가 그렇게 되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건 아마도 알프레드의 신념일 것입니다. 알프레드는 전편에서 등장했던 조력자이자 멘토이지만 딱히 웨인의 행동을 바꾸거나 막지 않는 역할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웨인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레이첼의 이야기를 꺼내며 진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알프레드 자신의 바람이기도 하구요. 부모님을 여읜 어린 웨인을 끌어안으며 그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던, 아버지이자 친구로서 말이죠. 비긴즈에서 웨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됐는데도 절 포기하지 않는군요' 라고 묻자 '절대로요'라고 대답하던 그의 모습이 라이즈에서 터져나옵니다. 웨인에게 상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지키고 싶은 것이 그의 신념이죠. 그렇기에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알프레드는 감정을 드러내고,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립니다. 삼부작을 통틀어 가장 찡한 장면이기도 하죠.
고든은 고립된 인물입니다. 사실 라이즈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인물이 아닌가도 싶어요. 다크나이트에서 그의 신념은 무너졌습니다. 믿던 동료들과 부하들에게 뒷통수를 맞고, 하비 덴트와 조커에 의해 정의를 지키고저 하는 그의 뚝심도 뿌리부터 흔들리죠. 진실은 은폐되고 허울 좋은 평화가 고담에 찾아왔습니다. 브루스 웨인에겐 그래도 폭스와 알프레드가 있습니다. 훌륭한 조력자이자 멘토들이죠. 하지만 고든은 혼자입니다. 진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 거짓된 평화 아래에서 불안해하고 있어요. 가족들을 고담시 밖으로 이사시킬정도로 말이죠. 처음 연설장면에서 그의 이런 혼란이 잘 나타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경찰청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뛰어다닙니다. 거의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죠.
어찌보면 고든은 존 블레이크와 비슷한데가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많이 다른 인물입니다. 그것은 베인이 하비 덴트의 진실을 폭로하고 벌이는 설전에서 알 수 있죠. 고든은 희생을 치루더라도 대의가 지켜져야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블레이크는 진실과 정의를 거의 동일시하는 인물입니다. 거짓으로 지켜지는 평화라면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거죠.
블레이크의 그렇게 정의로 똘똘 뭉친 청년입니다. 고담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사람이었던 고든을 퇴색되게 보일 정도로 말이죠. 다크나이트에서 하비 덴트가 배트맨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면 라이즈에선 다들 아시다시피 바로 블레이크가 그 역할입니다. 하비 덴트와 다른 점이라면? 하비 덴트는 갖고 있는 것이 많아서 잃을것도 많은 사람이에요. 검사직에 달라붙어있는 수많은 기관과 절차들, 가족들까지. 다만 블레이크는 잃을게 별로 없는 청년이죠.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잃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우직함이 있다고 할까요. 아마 고아로 자랐던 경험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브루스 웨인과 가장 닮아있기도 합니다. 하비 덴트는 웨인이 아닌 배트맨과 일을 했고 그렇기에 일정부분 뒤틀려 있을 수밖에 없어요. 폭스와 알프레드(이들은 사실상 웨인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웨인에게 심정을 토로하고 도움을 요청하는건 블레이크가 유일하죠. 그 뚝심이 마치 비긴즈의 웨인을 보는듯하기도 해요.
그가 웨인보다 나은점이라면 바로 가면이 없이도 슬픔과 괴로움을 딛고 정의로운 행동을 하기 때문이에요. 길을 막는 주 방위군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총알이 스쳐가고 다리를 폭파시킨다고 으름장을 놓는데도 발을 내미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어쩌면 웨인조차도 할 수 없을거에요. 그런 그와의 교류를 통해 웨인도 배트맨을 놓을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블레이크와 대화할 때 마다 웨인이 조금씩 바뀌어가는건 저만 느꼈을까요? 나중에 웨인이 블레이크에게 가면을 쓰는편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말할 때, 어렴풋이 흐뭇한 표정을 본 것 같아요.
베인은 라즈알굴과 리그 오브 쉐도우의 유지를 잇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라즈알굴이 일말의 상식선과 한계가 있다면, 베인에겐 인정도 배려도 한계도 없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믿는바를 행하기 위해 정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무지막지하죠. 프롤로그의 공중 탈출씬은 정말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었습니다. 집에서 다시 다크나이트를 재감상했는데, 조커의 그 은행털이씬이 초라해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그 장면이야말로 상식선을 뛰어넘는 베인의 행동양식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다크나이트의 프롤로그와 더불어 최고의 프롤로그가 아닌가 합니다.
미란다 테이트-탈리아 알굴과의 관계가 그의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긴 합니다만, 전 사실 그 관계가 드러나서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작의 빌런인 조커의 미덕은 그야말로 배경도 두려움도 설명도 없이 무작정 하이웨이를 내달리는 혼란스러움이었습니다. 베인의 미덕은? 만약 탈리아 알굴과의 관계가 없었다면 그저 라스알굴의 덩치만 커진 복제품이었을 것입니다. 라즈알굴은 비긴즈에서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웨인의 멘토로서의 역할로 단순한 아나키스트에서 벗어나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베인은 탈리아 알굴과의 관계를 통해 미친 아나키스트에서 벗어나 다른 인물들과 똑같이 아픔을 갖고 있는 인물이 됩니다.
베인이 배트맨을 왜 죽이지 않고 고통을 줬을까요? 단순한 아나키스트였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바로 중성자폭탄을 터뜨렸겠죠. 하지만 탈리아 알굴은 배트맨-웨인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했고 그렇기 때문에 고담을 인질로 잡은채 그의 마음을 찢어놓기로 합니다. 베인과 탈리아알굴은 주종관계가 아니라 수호자이자 협력자로서,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라즈알굴이 괴물이라며 내쫓을 정도로 강하고 잔인한 베인이 고담을 심판하고자 하는 목적과 탈리아알굴이 웨인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절묘하게 겹친거죠. 베인이 감옥에서 배트맨에게 고담이 무너지면 죽이겠다고 선언하는 장면과 탈리아 알굴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그의 감정이 비로소 눈빛에 보입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베인의 맨얼굴이 보이는 장면과 눈물을 흘리고나서 탈리아 알굴과 작별을 하는 모습에서 굉장한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톰하디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구요. 그런 목적의식이 없었다면, 조커가 했던 일들이 아기자기해 보일 정도로 스케일 큰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요?
탈리아 알굴은 사실 인물이라기보단 장치에 가깝습니다. (놀란의 영화에서 여자캐릭터가 거의 그렇긴 합니다만-_-; 여자 캐릭터 평면적인건 유명하죠.) 아버지에 대한 복수와 고담 심판을 위해 흑막 안에서 웨인과 고담을 몰락시키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죠. 그럼에도 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단순히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 등장한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해요. 중요한 부분에서 자신의 감정은 최소한으로 나타내면서 베인과 웨인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이죠. (이런점에선 레이첼의 캐릭터와 비슷하기도 하죠?)
그녀에게 핵융합로를 보여주는 부분이 기억나시나요? 그 전까진 웨인이 자신의 자산으로 그것이 악용되는것을 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인이 증권거래소 습격으로 그의 자산을 탈탈 털어버리자, 미란다 테이트에게 비로소 그것을 보여주죠. 겉으로 보인 장면들은 존 대거트의 명령을 받고 베인이 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란다 테이트-탈리아 알굴을 염두에 두고 한 짓이었던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베인이 핵융합로를 찾아내지도 못했겠죠.
거기다 웨인과 사랑을 나눔으로서 일말의 희망을 안겨줍니다. 레이첼을 잃고 알프레드에게 진실까지 듣고선 끝없이 낙심한 그에게, 새로운 사랑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죠. 작중에 나오듯 가장 잔인한 몰락은 가망없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상태에서 그를 감옥에 떨어뜨리고 고담을 심판함으로서 끝없는 나락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웨인의 의지는 그것을 이겨냈습니다. 거기서 그를 찌르고 정체를 밝힘으로서 또 한번 몰락시키려하죠. 하지만 이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란 의지를 갖게 된 배트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서 고담을 구하게 됩니다.
캣우먼은, 역할 자체는 탈리아 알굴과 정반대의 위치에서 어떤 장치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별 설명없이 선악이 모호한 범죄자이지만 배트맨을 도우는 역할이죠. 그런데 앤 해서웨이의 연기가 그것을 뛰어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앤 해서웨이의 연기는 일종의 생명력이 있어요. 러브 앤 드럭스에서도 멋들어지게 연기를 펼쳤었죠. 그녀의 매력이 캣우먼을 놀란의 스테레오적인 여성캐릭터에서 좀 더 생동감 넘치고 비중있는 역할로 만들었어요. 사실 라이즈에서 셀리나 카일-웨인-탈리아 알굴의 관계는 인셉션에서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코브(디카프리오)-맬(꼬띠아르) 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그러고보니 꼬띠아르는 여기저기서 민폐군요.) 하지만 느껴지는 비중은 셀리나 카일이 훨씬 쎄죠? 엘렌 페이지도 연기를 매우 잘하는 배우이지만 놀란의 스테레오캐릭터에 어느정도 잠식당했다면, 앤 해서웨이는 그걸 뛰어넘었죠!
음, 마지막 인물로는 고담시 그 자체를 꼽고 싶어요. 모두가 사랑하거나 증오하는 대상이에요. 이 도시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란건 놀란이 도시 전경을 얼마나 신경써서 담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도시의 풍경을 담는 장면은 거의 아이맥스 촬영이죠. 다크나이트와 라이즈 모두 도시 전경을 굉장히 아름답게 보여줘요.) 3천만명의 사람이 숨쉬는 메트로폴리스. 끔찍한 악당도 있는 반면 영웅들도 그득그득한 바로 그곳입니다. 고담의 신념은, 바로 그 컴플렉스한 생명력입니다. 3천만이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신념을 펼치는 가운데 무너지지 않고 자신(고담)을 지키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그 모든 사람이 다시금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토대가 되는 생명력입니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놀란은 이렇게 신념과 믿음을 밀어붙이는 영웅과 악당의 싸움을 직설적으로 3시간동안 펼쳐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넌 나쁜놈 / 난 착한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주죠. 그런 깊이로 인해 영화는 감정적으로 풍부해집니다. 다크나이트와 다른 대척점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게다가 흥행감독으로서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물량공세는 마치 벤허나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안으로만 펼쳐져 있는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도 발을 뻗고 있어요. 놀란의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아날로그적인 연출이 그 첫번째라면, 두번째는 영화에 대한 애정일겁니다. 놀란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라이즈를 보며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입장을 읽어보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영화관은 자신들의 '집'이라고 하죠.) 영화의 마지막은 그런 놀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3부작을 걸치며 온갖 고난과 고초를 겪은 웨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기분말이죠. 그래서 더 뭉클하고 사랑스러운 엔딩이었습니다.(왠지 에반게리온:파에서 카오루가 신지에게 마지막에 하는 '이번만은 기필코 행복하게 해주겠어'라는 대사가 생각나기도*-_-*)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영화사에서의 위치나 평점/전작과의 비교 우위를 떠나서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배트맨-웨인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영화였어요.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즐거움을 주어서 고맙습니다. 미스터 놀란. 다음 작품도 기대할게요.
사족 :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 간달프가 있고, 매트릭스에 모피어스가 있다면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엔 알프레드가 있죠! 개인적으로 알프레드의 넉살스러운 충고와 핀잔을 더이상 볼 수 없는게 너무 짠하더라구요. 트릴로지 전체에서 알프레드가 나오는 장면은 다 멋집니다!!!!!!! 마이클 케인 옹 ㅜㅜ
사족 두번째 : 진지한 장면만큼 개그코드도 풍부해진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크나이트의 백미에는 개그도 있죠. 역시 그 중 최고는 '이런 기분이었군...' 역시 자학개그가 최고!
사족 세번째 : 이 트릴로지의 인상깊은 장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감정적인 측면에서 세가지만 꼽자면 동굴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손을 잡는 토마스 웨인/라이즈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탈출하는 웨인, 아버지의 죽음이 자기 잘못이라고 우는 웨인을 안아주는 알프레드/까페에서 화면을 보며 환하게 웃는 알프레드, 떨고있는 웨인에게 아버지의 재킷을 입혀주는 고든/그리고 그 고든도 영웅이라고 말해주는 배트맨...이 가장 찡하지 않았나 싶어요. 삼부작에 대한 추억이 스쳐지나가며 마치 색바랜 옛날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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