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기생충의 오스카 필요성보다, 오스카에게 기생충이 더 필요하다'(LA타임즈)
피에르르클레어
8282 20 18
https://www.latimes.com/entertainment-arts/movies/story/2020-01-30/oscars-parasite-best-picture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기생충"은 작품상을 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작년 가을부터 이 좌절감을 주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봉준호의 이 매혹적인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극찬하는 리뷰가 쏟아졌다)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일을 해낼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질 무렵부터 말이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기생충을 좋아하며, 2019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한테서 종종 그런 말을 들었다. 왜냐하면 아카데미가 최고의 영화들을 선택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대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물론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빈 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영화는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라, 한국영화 최초로 첫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것이 확실해보였다. -또한 승리까지- 그리고 어쩌면 메이저 카테고리까지 진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외국어영화 중 한 편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졌다. 가령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같은. 아니나 다를까 그 모든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편집과 작품상 부문에도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훌륭한 앙상블(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은 아카데미 배우 지부로부터 간과되었다.
하지만 실제 오스카 작품상 승리에 대해선, 잊어버리자.
단지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너무 어둡고 폭력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아카데미는 그동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또는 '양들의 침묵'처럼 불안한 스릴러물의 가치를 극히 드물게만 인정해왔다. 웃기고, 도덕적으로 불편한 지하 계급 전쟁에 대한 이 가정극은 샘 멘데스의 우아하고 기교적인 1차 세계대전 드라마보다 어필하기 훨씬 어려울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달 초 PGA와 DGA로부터 최고상을 받은 후, 업계에서 분명히 선호하는 작품상이다.
'장르', '톤', '주제'만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는데 유일한 장벽은 아니다. 작품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로마', '아무르' 와호장룡' 등 이전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외국어 영화가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은 오스카 유권자들에게 미국 영화계에서 주목할만한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던 한 해에, 가장 우수했던 영화는 아카데미가 주로 기념하기 위해 존재하는 업계가 아닌 그 바깥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미 수많은 업계의 상을 받았고, 그 상들 중 몇개는 비영어 영화로는 전례가 없던 사례였다. (SAG의 앙상블상을 포함하여) 그래서 "기생충"은 이전 그 어떤 비영어 영화보다도 아카데미 회원들을 설득하는데 더 가까이 다가갔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기이한 탁월함을 말해준다. 이 이야기는 현대 서울 환경에서 벌어지는 매우 명확한 스토리로, 공포와 광기로 질주하며 정점에 다다르고, 전세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반향을 일으켰다. 심지어 평소 한국 영화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조차도.
물론 그것은 반향을 일으키고, 논쟁은 계속된다. "기생충"은 가진 자들과 못가진 자의 영원한 일방적 투쟁에 대한 계급 불평등 문제를 매우 예리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져있고, 그 이야기는 발달된 현대 사회라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끔 짜여져있다. 하지만 "기생충"을 주제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이 영화가 얼마나 특이하며 시네마틱한 작품인지를 간과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봉준호는 계급 시스템에 대한 무자비함을 자신만의 가차없는 장르적 틀로 전환시켜 사회 계급의 전체적 개념을 효과적으로 바꾸었다. 그는 설교하지도 않고, 영합하지도 않으며, 그것을 감상적으로 그리거나 구원하려 하지도 않는다. 또 그는 자신이 만든 모든 캐릭터들을 드러내놓고, 그 모두에게 공감한다. 또는, 정반대로 표현하면 그들 중 아무에게도 공감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봉이 의도치않게,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의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협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분노나 가혹함에 대해 접근하여 계급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매우 드문 미국 영화 산업에 대해 강력한 구제책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한 올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받은, 배우들의 가장 완벽한 통합 앙상블을 제공하고 있다. "기생충"은 사회적 불안에 대한 펄펄끓는 솥일 수도 있지만, 또한 그것은 직장 내 남녀 평등성에 대한 매우 신기한 유토피안적 사례이기도 하다. 만약 오스카 작품상을 최초로 수상하는 비영어 영화가 나와야 한다면, 그 영화는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 환경을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기생충"보다 더 나은 역사를 만들 작품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심지어 이 지점에 도달하기까지(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타기까지) 92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오스카 유권자들이 이런 역사를 만들고 싶어하긴 할까? 지난 몇 년간 아카데미는 회원을 다양화하고 국제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실제 그런 노력에 부합하는 논리적 결과를 달성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가? 오스카 회원들은 영화는 어떤 특정 국가가 위대함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매체이며, 최고의 영화가 매년 미국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까?
아카데미는 단일 조직이 아니다. 그 회원들은 뛰어난 선택들을 하기도 하고, 퇴행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같은 해에 좋은 선택과 퇴행적 선택을 동시에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나의 짧은 대답은 : 아니오. 상당수의 회원들은 그러한 역사적 이정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가? 아카데미는 주로 미국 영화를 기념하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작품상은 미국 영화만이 가져갈 수 있다 믿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들어왔다. 또한 아카데미를 대놓고 경멸하고, 특히 세계 시네마의 최고의 척도로써 오스카의 선택들이 어떤 의미나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비웃는 국제적 시네필들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어왔다.
그들의 논리는 "오스카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관심 주지 말고, 그들의 선택에 신경 쓰지도 말고, 오스카가 자기들의 지역 너머 더 먼 곳을 내다볼 수 있는 척도 좀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오스카가 작품상을 준다고 "기생충"이 지금보다 더 위대한 영화로 승격되는 것도 아니며, 작품상을 잃는다고 하여 위대함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봉의 이번 시상식 시즌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젠틀하지만 단호하게 이 서킷들의 맹점을 지적하는 그의 주장이었다. 이제는 널리 퍼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오스카상을 가리켜 "매우 로컬"한 일이라고 교묘하게 묘사했다. 그리고 그는 몇 번이나, 향후 헐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할 수도 있냐는 제안을 거부했다. MCU를 위해 물이라도 나르는 것이 영화적 커리어의 정점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비껴가며 말이다.
또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을 때, 봉감독은 절묘한 풍자성 선언을 하였다. "자막의 1인치 장벽만 넘어선다면 당신은 더 많은 놀라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비벌리 힐튼의 블랙 타이를 맨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는데, 그 행사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실제로 허용되었다면, 그들의 박수가 덜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골든 글로브와 달리, 적어도 아카데미는 비영어 작품을 때때로 작품상 후보로 지명한다. 아카데미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영화적 위대함을 판단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 공평한 경쟁의 장을 표방한다. 그리고 아카데미가 하는 선택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완벽하고 좋은 품질을 나타내는 척도여서가 아니라, 그들은 여전히 좋은 영화들을 위한 힘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정말 그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좋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우리 영화 문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비록 '문라이트'때 단 한 번만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오스카상은 바보같지만, 하지만 많은 바보같은 것들이 그렇듯, 그것은 돈이 많은 산업의 이목을 끈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을 조명할 수 있고, 관객들로하여금 그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게끔 격려할 수도 있다.
(이후 기생충뿐 아니라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같은 작품이 작품상을 타도 가치있는 승자가 될거라고 설명)
1917이 아카데미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이것이 오래된 와인이지만 새 부대에 담겼다는 점이다. 그것은 급진적인 척 하지만 사실 고전적인 영화다. (따라서 고전적인 색채를 띠었지만, 사실은 진짜 급진적인 영화인 '작은 아씨들'과는 정반대다.) 1917은 또한 전쟁의 허무함과 형제애에 대한 고결한 주제가 값비싼 장식 요소들로 포장되어 제공되고 있다. (흠잡을데 없는 시대적 디테일과 영국식 억양까지) 그것은 오랫동안 아카데미가 퀄리티, 위대함, 중요성의 관점에서 선호하는 요소였다.
간단히 말해, 작품상 레이스와 미국 영화 산업이 인정하는 '위대함'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에는 모두 계급적 차원이 있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생충"의 계급적 시각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기생충"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이 영화에는 값비싸게 가장된 어떠한 부분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카데미의 작은 금빛 장신구에게 물질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너무 많은 가지를 부여하는 것에 저항해야 할지 모른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나는 여전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기생충"은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 아카데미는 증명해야할 것이 많다.
출처:디미토리 헐리우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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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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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글 좋네요
20:31
20.01.31.
golgo
저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참 잘쓴 기사인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ㅎㅎ
20:33
20.01.31.
2등
하나같이 맞는 글이네요.
저는 오스카 가 미국 대중들의 취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질 과는 상관없이. 그래서 이 상을 받으면 아무래도 박스 오피스 에서 흥행이 되는 것도 그런 연유 겠죠. 작품성 과는 하나도 관계가 없다는 걸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돈이 연결되다 보니 좀 과장되고 이러는 듯.
저는 오스카 가 미국 대중들의 취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질 과는 상관없이. 그래서 이 상을 받으면 아무래도 박스 오피스 에서 흥행이 되는 것도 그런 연유 겠죠. 작품성 과는 하나도 관계가 없다는 걸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돈이 연결되다 보니 좀 과장되고 이러는 듯.
20:46
20.01.31.
픽팍
이 글에서도, [작품상]은 일단 잊어버리라고 하는게 핵심 같아요.ㅎㅎㅎ
20:54
20.01.31.
3등
와 글 수준이.....엄청나네요;;
21:12
20.01.31.
개굴스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기 힘든 이유로 장르, 톤, 주제를 든 것도 상당히 날카로운것 같습니다.ㅎㅎ
21:13
20.01.31.
피에르르클레어
기생충은 증명해야할 것이 없지만 아카데미는 많다.라는 말이 와닿네요
21:14
20.01.31.
공감가고 한번쯤 읽어볼만한 글이네요
21:15
20.01.31.
탈퇴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1:28
20.01.31.
잘 읽었습니다.
21:32
20.01.31.
... 현 시점에서 "기생충"은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 아카데미는 증명해야할 것이 많다.
멋진 말이네요. ^^
멋진 말이네요. ^^
21:40
20.01.31.
정말 대단한 글이네요! 물론 1917을 아직 보지 않은 제가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요^^ 아카데미가 증명할 것이 많다는 것은 작년에 너무 심하게 드러나긴 했어요..
22:29
20.01.31.
오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09:55
20.02.01.
멋진 칼럼이네요
10:49
20.02.01.
정독할 가치가 넘칠 정도로 훌륭한 글입니다 글 쓰신 필름크리틱의 식견이 대단하시네요
"작품상 레이스와 미국 영화 산업이 인정하는 '위대함'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에는 모두 계급적 차원이 있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생충"의 계급적 시각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라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회적 계급을 다룬 영화가 오스카레이스에서도 계급적 편견에 갖힐 확률이 높다는 점이 씁쓸합니다
한편 "그 이야기는 '발달된 현대 사회라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끔 짜여져있다."
라는 반응에선 시침 뚝 떼고 아닌 척하는 이웃나라가 떠올라 웃음이 터졌네요ㅎㅎㅎ
14:48
20.02.01.
멋진 칼럼이네요
16:13
20.02.01.
정말 멋진 칼럼입니다
16:55
20.02.06.
훌륭한 칼럼이네요...
09:53
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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