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 최후의 증인(1980)
영화에 대한 감상에 남기에 앞서 항상 드는 어려움은 감상에 대한 도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어떤 수식어와 말처리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우연히 찍은 장례 장면.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을 암시한다.
지금까지 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난 어리다.ㅡ.ㅡ), 그래도 좋아하고 내가 사랑한는 영화는 많은 편이라고 내 스스로 자부하는 편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사랑하는 영화, 너무 재미있는 영화, 걸작이라고 내 스스로 생각하는 영화는 정말 많은 것 같다. 근데 이상한 것은 내가 정말 내 스스로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하는 작품이 있었나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결론은.
...없다다.
그 중심에는 영원한 뮤즈, 정윤희가 자리잡고 있다.
누더기를 걸쳐도 빛이 난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이는 것이 아닌가!
며칠 전 다른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에 대한 DVD복원판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자꾸만 눈에 가는 것은 이런 류의 영화가 진심으로 우리나라 70~80년대에 존재했었나하는 것이다. 흑백스틸사진으로만 되어있는 광고스틸은 흡사 이영화가 정말로 오래된 영화라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79년 중반 촬영하여 80년 에 촬영 종료하여 그 해 발표한 30년전 작품이다.-이렇게 말하다보니 1980년도 결코 적은 시대차는 아니라는 사실에 짐짓 놀랐다.-하얀 포백제로 덧칠해놓은 당시의 영화들을 상상해보다면 이 영화는 결코 역사의 굴레에 억매이며 한 평생을 굴욕과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인생들에 대해서 오병호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근데 매우 묘한 점은, 당시의 공안상황을 생각해본다면 형사라는 캐릭터는 폭압적인 공권력을 지닌 인물로 표현되었다는 점에 비해, 관찰자인 주인공은 관내 형사들에 비해 대학을 나온 나약한 인텔리적인 느낌이 나는 형사라는 것이 특이하다.-당시의 형사들을 보면 대학을 나온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그래서인지 그가 그 상황을 말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형사라는 점을 끝까지 놓지않고 있다. 그가 걸어온 여정에 따라 대처하는 상황에 분노하고 점점 미쳐가는 모습은 흡사 한명의 형사나 사립탐정이 사건을 추적하며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하드보일드물을 연상케 한다.
이런 여정을 거치며 소위 그는 점점 미쳐간다.
희안하게도 영화 속 풍경들은 드넓은 평야나 자연환경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으며, 그 속에서 홀로 걸어가는 오병호의 모습을 보여 주며, 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잊혀진 사실을 추적해가는 그의 험란한 여정을 복선으로 깔아놓고 있다.
지금의 세트장 시스탬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90% 이상이 야외 로케이션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점은 영화사나 스테프들이 이 영화에 들인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보여준다. DVD의 코멘터리를 보면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과는 상관없이 좋은 작품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의로 만들어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지 작품의 예술성으로만 판단한다면 전혀 인상깊게 보지는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의 장점인 액션연출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전 액션물을 주로 만들었던 감독의 커리어에서 보듯 영화는 시종일관 빠른 호흡으로 장면을 전환함으로써 2시간반이 넘는 작품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을 보는 이에서 전해주고 있다. 이런 경험은 밀도있는 편집과 구성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 잡았던 다크나이트와 비교될만하다. 원작이 소설인 만큼 내용은 말할나위없이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며, 시대극과 하드보일드물 사이서 줄타기를 멋지게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이것이 근래 영화촬영에서 많이 보는 장소와 제작비의 제약에 따른 동일장소 시퀀스 몰아찍기를 되도록 삼갔다는 점인데, 야외 촬영이 많고 중복되는 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차적으로 촬영을 감행했다는 점은 정말 놀랍기 그지 없다. 그래서인지 영기를 하는 연기자의 극에 임하는 태도는 정말 진지하고, 또한 정말 자신이 이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시 영화로서는 엄청난 인력과 제작비가 들었으며, 10개월 정도되는-해가 넘어가는-촬영기간, 원작소설의 무게에 밀리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
모두가 구원받을 수 없는 시대, 지금도 그 것은 유효하다.
언해피앤딩의 시대-사건을 해결함에 따라 그것이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은 그 시기의 암울함을 엿보는 과정이다. 사건은 해결되고 많은 이가 진실을 알았지만, 정작 사건의 관여자들은 모두 죽어가는 상황.
자신이 진실을 밝혔지만, 오히려 가만히 두었으면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고, 오병호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진실이 왜곡되고, 순박해보기기만 한 공간과 인물들이 사실은 추악하고 비루한 면모를 숨기고 있다는 설정은 여전히 섬뜩하기만 하다.
70~80년대 시대의 암울함을 표백제를 안 쓰고 그대로 드러낸 이 작품은, 어쩌면 당연히 검열에서 차단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녀야 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전후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묻기에는 현 시대의 상황은 너무나 무겁고 처절하다. 그리고 2000년을 넘어가는 이 시대에도 이 것은 아직도 유효하다. 진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탐구하는 자들이 남기는 유산은 귀중하다.
p.s. 수정하는 내내 페이지 오류가 떠서 혼났습니다. 수정-임시저장-수정-임시저장 혹은 등록을 반복했습니다.
덕분에(?) 블로그만큼의 많은 스샷은 넣지 못했네요.
베렌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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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중, 정윤희, 최불암, 한혜숙.. 캐스팅이 정말 화려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싶습니다..
베렌님 컴도 파일첨부에러가 있으시군요.. 스샷은 제가 대신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