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폭력의 역사(데이빗 크로넨버그)-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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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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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는 바로 아버지의 역사다.
인류의 첫 번째 근친살인을 묵인, 방조, 혹은 조장한 것이 바로
인류의 아버지였다는 것은 성경책에서조차 명시되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연식를 같이 하는
남성들의 폭력의 연대기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마치
[위기의 주부들]의 평범한 일상 속의 에피소드처럼 잔잔히 풀어나간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무시무시한 과거를 지운 채 살아가는 주인공(비고 모텐슨)은
어느날 레스토랑에 들어온 잔인한 강도 둘을 쏴버리는 순간부터
과거 자신의 악마적인 본성과 다시 조우하게 되고,
TV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고 복수를 위해 찾아온 범죄 집단의 수괴(에드 해리스) 때문에
역시 잊고 지냈던 자신의 형(윌리엄 허트)을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때 완강히 거부했으나 필연적으로 악몽처럼 다가오는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비극은 그 순간 자신의 아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아버지의 삶을 답습하게 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성실한 가장과 다정다감한 남편에서 폭력조직의 유능한 킬러로서
변신하여 돌아온 그의 앞에는 여느 단란한 가정과 다를 바 없는
저녁식탁에 마주앉은 평온한 가족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폭력의 근원으로서의 아버지, 그 폭력이 낳은 또 다른 폭력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은 조용히 접시를 내어온다.
그의 피로한 모습 속에는 평범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가장의 얼굴과 인류의 피의 역사를 대물림한 카인의 얼굴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세계라는 폭력의 고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가족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다를 방도가 없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된 이후로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같다.
인간 신체의 변형과 돌연변이, 진화에 관심을 둔 [열외인간], [스캐너스], [플라이].
인체-미디어의 관계에 집중한 [비디오드롬], [엑시스텐즈],
카레이서로서의 단순한 관심 [패스트 컴퍼니]를 지나 자동차-섹스-죽음의
기묘한 쾌락적 동일시를 보여준 [크래쉬]까지.
이제 근작인 [스파이더]를 거쳐 [폭력의 역사]에 이르러서는
그 도저한 형이상학적 깊이를 내 머리가 따라가기 힘든 지경에
이르긴 했지만 아직도 그의 영화가 주는 매력은 식지 않은 것같다.
약간은 무거운 주제라 선뜻 영화가 내키지 않는 사람도
비고 모텐슨, 에드 해리스, 윌리엄 허트라는 대배우 세명의 이름을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 배우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강추하고픈 영화.
PS. 그의 영화를 [피의 영화 감상기]에서 다시 보게 될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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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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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성 내용이 있는것 같습니다..

넵... 제목에 경고문 부착하겠습니다.
비고 모르텐슨과 로스트 소이어 역의 조쉬 헐러웨이는 보면 볼수록 구분하기가 힘드네요. ㅡㅡ;;
눈썰미가 없는건가..
눈썰미가 없는건가..
애드해리스 최고(:y)
글을 읽었는데도 스포일러를 눈치못챈 나는 뭐지? 죽어 죽어 T_T
글을 참 잘 쓰셨어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 본 것도 별로 없지만 저하고는 맞지 않아서 별로였는데..이 영화는 땡기네요!
글을 참 잘 쓰셨어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 본 것도 별로 없지만 저하고는 맞지 않아서 별로였는데..이 영화는 땡기네요!

지온님 전 몇년동안 빌 머레이하고 제임스 벨루시를 아예
구별 못했습니다. 님은 양호하신 거에요. --;;
구별 못했습니다. 님은 양호하신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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