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오바야시 노부히코, 1977)



엽기발랄의 미학은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 아슬아슬하게 방종의 임계수치에 접근하는 자유로운 표현에서 비롯된다. ‘엽기’를 표방한 [다세포 소녀]가 실패했던 가장 큰 원인은 원작 만화가 컷 바이 컷에서 구축한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영화 콘티에 평면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독창성을 상실한 데다 구태의연한 영화적 형식이 재기 넘치는 내용의 파격성을 따라잡지 못한 데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영화 프레임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이 조화된 엽기발랄함의 정수는 무엇일까? 바로 1977년 일본산 [하우스 hausu?]에 그 정답이 있다.
주인공 ‘오샤레’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시골에 있는 이모댁에 놀러가게 된다. 수박모양의 얼굴을 한 수박장수 아저씨가 맞이하는 ‘하우스’ 앞 풍경은 그곳에서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건 막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슬그머니 암시한다. 그 날 밤, ‘판타’가 우물에서 날아다니는 머리통에게 엉덩이를 물리고 ‘스위또’가 속옷만 남기고 사라지는 사건을 필두로 ‘맥’, ‘가리’, ‘판타’, ‘메로디’, ‘쿵푸소녀’ 등 특이한 별명을 가진 7명의 소녀들은 그 이름에 걸맞는 ‘하우스’의 지박령들과 너무나 처절(!)하여 눈물콧물을 쏙 빼놓는 공포영화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혈투를 맞이하게 된다.
매트페인팅, 블루스크린, 고속 혹은 저속촬영, 줌 인 트랙 아웃, 점프 컷, 와이프, 디졸브, 플립 오버, 홀드 프레임, 애니메이션, 실사와 만화의 혼합 등 추측컨대 당시에 구현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영화적 테크닉과 90년대의 한국의 TV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치함과 과잉의 미학을 뻔뻔스럽게도(!) 20년 앞서 극장용 영화에서 선보이는 [하우스]는 제목과 장르에서 예측할 수 있는 모든 내러티브와 관습을 비웃으며 [하우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포복절도의 절묘한 장면을 매순간마다 발명해낸다.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살인 장면들에는 미이케 다카시가 [요괴 대전쟁]에서 인용할 정도의 명장면(!)들로 가득한데 애니메이션을 혼합해 잔혹함보다는 명랑함을 선사하는 그 유명한 ‘피아노 살인’ 신을 비롯, 영화의 전체 흐름과는 달리 나름 잔혹하고 분위기있는 ‘시계태엽살인’ 장면, ‘쿵푸소녀’가 만들어내는 유려한 액션 장면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들로 가득차 있다. 영화 전반부의 순정만화같은 분위기와 중반부의 명랑만화같은 장면들, 그리고 후반부의 엽기장면들이 어우러져 공포영화의 미학과 장르 영화적 표현이 허용할 수 있는 극한의 상상력과 자본이 유희정신을 잠식해버린 우리 시대의 영화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신선함을 만들어낸다.
다리오 아르젠토가 감독한 [비틀 주스]라는 비유조차도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에는 많이 모자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진지한 코멘트를 자제하게 만드는 [하우스]에 대한 정당한 비평과 비유를 찾기 위해서는 주간지의 영화평보다는 네이버댓글이나 디시겔을 뒤지는 게 나을 듯하다. 이 더운 여름날 지긋지긋한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엔 더할 나위 없는 ‘초엽기 울트라 납량특집 폭소호러’로 강추!! (단 유치함에서 본좌급이니 코드가 안 맞을 경우 떡실신도 가능 -_-)
유대열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 꽤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