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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즈 오브 호러 - Cigarette Burns

김종철
4415 0 9


반론의 여지가 없는 미국을 대표하는 호러 감독 존 카펜터. 카펜터만큼 장르영화를 능숙하게 다루는 이는 흔치 않다. 어려서부터 SF와 호러영화에 경도된 카펜터는 데뷔작 <다크 스타>를 시작으로, 줄곧 호러인생을 걸어온 대가 중의 대가다. 그의 대표작 <할로윈>은 난도질영화로 불리는 슬래셔 호러영화의 바이블(직접적인 절단과 피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로 불리며 탄생과 함께 곧바로 전설이 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 누구보다 인간 내면에 도사린 악마적 성향을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준 카펜터는, 또 다른 역작 <괴물>에서도 실로 경이로운 수준으로 어둠의 세계를 열어간다. 하워드 혹스의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완성도로 전대미문의 괴물을 창조하며 어둠의 제왕이 된 것이다. 오죽하면 그가 만든 졸작마저 다른 감독의 영화와 비교하면 중간 정도는 한다는 얘기가 있을까? 다리오 아르젠토와 함께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에 참여한 감독들 가운데 가장 신뢰도가 높은 감독이 바로 카펜터이다. 그는 8번째 에피소드인 <담배 자국>을 통해 ‘호러의 제왕’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백만장자 영화 수집가 벨린저(우도 키에르)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영화광이다. 그의 집은 영화와 관련한 수많은 수집 물품들로 채워져 있다. 귀하디 귀한 오리지널 포스터에 영화에 사용된 소품 심지어 전용 극장까지 집 안에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영화제에서 단 한번의 상영으로 중단된 특별한 필름을 원한다. 그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벨린저의 집착은 영화가 담고 있는 특별한 이미지에서 비롯한다. 당시 영화를 본 관객이 극심한 혼란과 유혈 사태를 겪었다고 하니 그의 수집 욕구가 꿈틀거릴 수밖에. 결국 프로그래머 커비에게 많은 돈을 주고 필름 수급을 의뢰하고, 얼마 뒤 꿈에 그리던 문제의 필름을 손에 넣는다. 드디어 전용 극장의 영사기는 돌아가고,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는 벨린저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게 된다. 벨린저는 무엇을 본 것일까?

관객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작품은 다르겠지만, <담배 자국>은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에 속하는 13편의 작품 가운데 미이케 다카시의 <임프린트>와 함께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녔다. 이것은 영화광들을 위해 카펜터가 선사하는 ‘피의 선물’이다. 커비가 필름을 손에 넣기 위한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때론 그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른다. 정보를 얻기 위한 단순한 만남과 대화의 장에서, 사람의 목이 사정없이 잘리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까지 경험한다. 커비의 고난은 결국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장치다. 이쯤 되면 관객 역시 벨린저의 마음과 같아진다. 단 1초라도 빨리 문제의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미스터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때, 커비의 눈을 통해 필름의 비밀이 드러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담배 자국’은 영사실에서 필름을 갈아 끼우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필름에 난 구멍을 뜻한다. 마치 담뱃불이 타들어가는 듯한 이 자국은, 현실과 환상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누구든지 영화를 보게 되면 이 담배 자국을 피할 길이 없으며, 결국 자살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입는다. 영화를 우연히 본 집사가 필름을 가져온 커비를 원망하며 온몸을 자해하고 눈알을 파내는 것도 끔찍하지만, 역시 벨린저의 최후가 강렬하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겠다며 내장을 끄집어내서 영사기에 감는 충격적인 모습(앤디 워홀의 에서 시체의 내장을 만지며 황홀경에 빠진 젊은 날의 모습이 떠오른다)을 보여준다. <담배 자국>은 대가의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매력 넘치는 작품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영상, 무엇보다 <매드니스>처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광기의 순간이 매혹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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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데 결국에는 (어둠의 경로)밖에 없나..
16:10
08.04.05.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습니다...보고싶은 욕망이 도덕심보다 더 컸네요...^^
이런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필요하신분 연락주세요 보내드릴께요...^^
16:10
08.04.05.
이거 이거...1-4편 ..9-10 편은 봤는데 나머진 아무리 찾아도 어디서 봐야할지....혹시 알고 계시는분....꼬리 부탁해요..
16:10
08.04.05.
인어이야기
아 나도 이거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넘 보구싶다 전 한편도 못 봐서여
넘 보구싶은데 이런건 어리서 볼수있나요 ㅜㅜ
16:10
08.04.05.
DVD 샵에서 볼수있는날이 한국에 올까요?...DVD를 집에서 볼수는
없지만 한번 들러봐야겠내요..있다면 ....
16:10
08.04.05.
엄청나군요...어제 차에서 오면서...봤는데요..ㅎㅎㅎ
음 역시 내용은 좋은데...ㅎㅎㅎ 넘 더티해서...(잔혹하다는)
비위 약하신 분들은 보지 말기를...저녁을 못 먹어서 삼겹살에 소주를 대신했어요..ㅎㅎㅎ
16:10
0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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