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50분 감독판 보고 온 후기
정확히는 스크린X용으로 러닝타임 50분으로 압축 편집된 곤지암 감독판을 보고 왔습니다.
원래 영화가 93분인 걸 감안하면 굉장한 압축입니다.
그렇다면 이 과감한 시도가 어떤 차이를 가져왔을지
직접 본 사람의 입장에서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1. 빠른 속도감
러닝타임이 줄었으니 당연히 속도감도 빨라졌습니다. 전 곤지암을 작년에 봐서 재관람이었는데도 지루하다고 느낄 틈이 없습니다. 전반부의 사설은 10분~15분 내외로 정리되고 바로 곤지암 정신병원 속으로 진입합니다. 본격적인 호러씬들도 빠르게 몰아칩니다. 원작에선 영화 초반부에 일행들이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센 척들을 하며 희희낙락 하는데, 이번 버전에선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들어오고 얼마 안 돼서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 등 심리적인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정신없이 호러씬들이 몰아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냥 휘둘리게 됩니다.
감상보다 체험적인 성격이 강렬합니다. 놀이공원의 잘 조성된 고스트하우스에 발을 들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버전의 테마가 <공포체험단>인 것 같습니다. 전반부는 조금 생략됐지만, 곤지암의 그 강렬한 호러씬들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생략됐는지는 스포일 수 있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또 아시다시피 곤지암은 페이크다큐 형식의 공포영화입니다. 영화의 내부 설정은 이들의 곤지암탐사가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된다는 건데, 빠른 편집감이 유튜브스러운 성격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평소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라 유튜브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대형스크린에서 본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2. 50분 풀타임 스크린X
스크린X는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상영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스크린의 프레임을 벗어나 좌우 벽을 침범하는 스크린X의 방식은 영화에 깊게 빠져들고 싶은 관객의 인지를 분산시켜 몰입감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래서 스크린X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곤지암에서 스크린X는 꽤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 영화들이 일부 장면에서만 스크린X를 사용한 것에 비해 이번 곤지암은 50분 내내 풀타임으로 스크린X가 사용됩니다. 때문에 벽면 영상이 부가적인 효과처럼 느껴지기보다 실제 스크린의 확장으로 느껴집니다. 또 곤지암은 애초 촬영부터 스크린X를 고려해 동시촬영된 분량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벽면 영상들이 일부 촬영본들이 불필요하게 반복되거나 외부 영상소스를 어설프게 발라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스크린과 같은 온도와 질감으로 조성되어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전체에 곤지암 정신병원의 대기를 조성합니다. 특히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의 폐쇄감이 더욱 살갗에 와닿았습니다. 새로운 영화적 체험이었습니다. 특히 호러씬에서 타율이 좋습니다. 복도를 일인칭 시점으로 이동할 때 양옆으로 늘어서있는 원혼의 눈빛들이라든가...
3. 결론
러닝타임의 압축, 풀 러닝타임 스크린X가 모든 영화에 적합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곤지암에는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곤지암은 호러적인 엔터테이닝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상영전략은 먹혔던 것 같습니다. 올여름에 볼만한 공포영화 없어서 서운하셨던 분들, 큰 고민 없이 깜짝 깜짝 놀라고 비명지르다 오실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추천인 10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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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하신거 같아요
오우...
후기 읽기만 했는데도 소름 돋네요!
복도를 일인칭 시점으로 이동할 때 양옆으로 늘어서있는 원혼의 눈빛들이라든가...

오 어떤지 궁금했는데 후기 감사합니다~~
50분
짧아서 몰입하긴 좋겠어요

폐건물 배경이라 스크린X 효과가 분위기 조성을 잘 해줬던 기억이 있는데 풀스엑 편집판이라니 볼 만하겠는걸요~ 50분이면 거의 1/2로 줄어든 셈이네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글보니 보러가고싶네요!
후기보니까 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몰입 장난 아니겠네요..ㅎㄷㄷ

저는 '곤지암'이 스크린X로 본 최초의 호러영화였는데 긴 복도의 공간감이 꽤 괜찮았던 기억이 있네요.
이 버전도 궁금해지는데요.
풀타임 스크린X라니 ㄷㄷ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