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어릴적 추억을 스크린으로

요즘 초등학생들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많이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당시, 초등학생 추천도서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책을 읽은 이후에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읽읍시다'에서도 추천도서로 선정되면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책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온전히 기억나진 않으나, 어린 제제와 뽀르뚜가 아저씨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라는,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만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이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은 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를 통해서였는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영화를 관람하려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제 기간에는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었는데요, 정식 개봉 때 뒤늦게나마 영화를 극장에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말썽을 부리는 공상가 제제(후아오 기메메 아빌라)는 아버지에게 매일 혼이 나는 장난꾸러기입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집 마당에 있는 작은 라임 오렌지나무죠. 제제는 나무에 '밍기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매일 그와 함께 놀게 됩니다. 한편 뽀르뚜가 아저씨(호세 드 아브레우)의 차에 매달리는 장난을 치다 혼난 후, 서로 이를 가는 원수사이가 되었는데, 하지만 발을 다친 제제를, 뽀르뚜가 아저씨가 도와주면서, 그들은 비밀친구가 되고, 제제는 그에게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생애 첫 이별 역시 그를 통해 알게되는데...
원작을 떼놓고,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영화로만 봤을 때, 잘만들어진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의 추억과 향수가 없는 관객에겐,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한 영화로 기억될 수 있을만큼 연출 자체가 심심한 편인데요, 이를 의식한듯 의미없이 쓰인 촬영적 기교 또한 조금은 거슬렸습니다. 예를 들면, 기타속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제제의 모습을 비추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원작에서는 악보를 파는 아저씨가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CD를 파는 아저씨로 각색하여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뒤로 미루고, 제제의 30대 모습으로 어릴 적을 추억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영화의 내용에 다소 변화를 줬는데, 영화적 각색이 그다지 좋은 선택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찾으러 극장에 오신 대부분의 분들은, 책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 이 영화를 찾으셧을 것 같은데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에전에 읽었던 책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제제와 뽀르뚜가의 모습은 스크린에서도 고스란히 담겼으며,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 스크린으로 어떻게 펼쳐지는지 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브라질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작품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으며, 책을 읽으면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라임 오렌지나무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참 좋았습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제제 역할을 맡은 후아오 기메메 아빌라군은, 첫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뽀르뚜가 아저씨 역할의 호세 드 아브레우 또한 상상속에 있던 뽀르뚜가 아저씨의 모습을 완벽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성장영화가 범람하면서, 영화 그자체로 봤을 때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작품이지만, 사랑이 결핍된 제제가, 뽀르뚜가라는 인물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과정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으신 분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가박스 단독 개봉작인데, 개봉 2주차에 상영관이 많이 줄었으니,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일정 잘 확인하신 후 영화관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현재 메가박스 코엑스, 해운대, 대구(칠성로), 전주(객사), 전대(광주) 이렇게 5곳 + 필름포럼, 진주시민미디어센터까지 총 7곳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네요. 이마저도 하루에 1~3회 상영이니, 일정 확인후 예매를 하고 관람하셔야 헛걸음하지 않으실듯 합니다.
- 영화로만 봤을 땐 별 세개, 어릴 적에 원작을 읽은 분께는 별 세개 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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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기였군요 몰랐네요 영화는 영화 나름의 느낌대로 보는게 나을 것 같아요. 사실 내용이 기억이 잘 안나서 본 건데 책이 낫다는 생각도 들고 그르네요 ㅋㅋ

어릴적 제가 책으로 보았던 그 책속 제제 이미지와 너무 닮아있어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첫 연기 치고는 너무 잘 한거라...꼬마가 넘 귀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