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영화속의 고증 이야기 브레이브 하트
1995년작
감독 멜 깁슨
주연 멜 깁슨, 소피 마르소
68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촬영상 음향편집상 분장상 수상
1. 초야권, 월레스의 아내, 가족
작중에선 잉글랜드 영주가 초야권을 내세우며 월레스의 아내를 겁탈하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하고 이에 분노한 월레스가 처음 봉기를
일으킵니다만 사실 이 초야권이라는건 거의 도시전설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초야권은 원래 당시로부터 천년도 전에 게르만족들 사이에 있던 풍습이었으나 이미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초야권은
실행 되었다는 기록조차 없고, 결혼세가 이를 대체 했을 뿐입니다. 초야권에 대한 믿을만한 유일한 기록은 15세기경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 영주가 초야권을 내세우며 결혼한 신부를 희롱하자 분노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기록 정도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월레스의 아내는 멀쩡히 살아있었고 아들도 있었습니다. 월레스는 처형 당하기 전에 이 아들에게 장문의 유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검술에 일가견이 있는 검사 출신인 것으로 묘사되는 그의 삼촌 역시 실제로는 카톨릭 사제였습니다.
2. 스털링 전투
월레스가 영국군을 낚은 다음 나무를 깎아 만든 장창으로 기마대를 물리친 스털링 전투는 영화의 가장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씬은 전체가 고증 오류의 범벅이죠.
일단 저 나무로 만든 장창으로 기마대를 물리친 전술은 월레스가 고안한 전술도 아니며 스털링 전투에서 사용된 전술도 아닙니다.
스털링 전투 자체는 방심한 상태의 영국군에 월레스가 기습을 걸어 일방적으로 쓸어버린 그러니까 영화에서 처럼 방어전의 형태가
아닌 일방적인 공격의 양상이었고 장창의 벽으로 영국군 기마대를 물리친 쉴트론이라는 전술은 이 전투가 아닌 베넉번 전투에서
로버트 브루스가 사용한 것입니다.
로버트 브루스는 바로 월레스를 한번 배신했다가 그에게 감화되고 엔딩 장면에서 칼을 던지며 전투에 들어가던 바로 그 사람이죠.
사실 영화에서 묘사된 스털링 전투의 양상 자체가 실제로는 베넉번 전투의 양상과 거의 같습니다.
스털링 전투가 너무 일방적이라 영화적으로 보여줄 재미가 없으니 의도적으로 베넉번 전투의 양상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스코틀랜드군
영화에선 긴머리 휘날리며 얼굴에 워페인팅을 하고 킬트를 입고 엉덩이를 까보이며 적을 도발하는
흡사 바바리안 같은 모습을 한 스코틀랜드군 역시 완전한 고증오류입니다.
일단 얼굴에 한 저 워페인팅은 당시로부터 천년도 전에 살던 킥트족의 풍습이었고
킬트역시 당시로부터 수백년이 지나야 정식으로 입기 시작했습니다.
고증에 입각해 스코틀랜드에 세워진 월레스의 동상 모습처럼 월레스와 핵심 부대는 중무장한 기사였습니다.
애초에 이 스코틀랜드 전쟁에 참여한 핵심 세력이 스코틀랜드의 귀족과 기사들이었는데 저런 바바리안 같은 행색을
하고 전투에 참여했을리가 없죠. 월레스도 귀족 가문이었구요.
4. 인물들
영화에서 폭풍미모를 선보인 소피 마르소 누님
극중에서 그녀의 배역은 영국의 왕세자 에드워드2세의 부인인 이사벨 (프랑스의 이사벨라 라고 불립니다)입니다만
이 영화의 가장 황당한 고증 오류....라기 보다는 아예 작정하고 고증을 무시하고 만든 캐릭터죠.
일단 이사벨은 월레스가 처형 당했던 1305년에 영국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는 아직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왜냐? 이사벨은 그때 나이가 고작 10살이었거든요.
살아있던 월레스의 부인은 죽이고 10살짜리 아동을 성인으로 둔갑시킨 이유는 역시나 재미 때문이었겠죠.
이건 고증오류라기 보다는 그냥 고증 무시입니다. 애초에 고증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거죠.
이사벨이 판타지스러운 캐릭터로 둔갑했다면 가장 불쌍하게 버려진 캐릭터는 따로 있습니다.
사실 별반 비중도 없이 내내 찌질한 귀족으로 나오다가 배신하고 나중에 분노한 월레스가 말타고 침실까지 쳐들어 와서 내리친 철퇴에
끔살당한 앤드류 모레이란 인물입니다.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도 아 걔? 하겠지만 이름까지는 기억도 못할 그런 캐릭터인데요.
사실 이 사람은 월레스의 봉기 시작부터 그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였고 정치적인 입지가 약한 월레스의 든든한 후견인이자
스털링 전투에서도 가장 앞장서서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후방에서 요양중에 영국군에게 잡혀 끔찍한 고문끝에 죽은 인물입니다.
명량때 배설의 후손들이 사실과 다르게 묘사해서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까지 건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배설은 영화와는
다르지만 적전도망으로 참수까지 당한 인물이니 그렇다 쳐도, 이 사람은 저승에서 영화를 보면 관짝 부수고 나올 정도로 어이없게
묘사된 불쌍한 인물이죠. 그러니까 실제 이 사람은 영웅이었습니다만 캐릭터를 합치는 과정에서 정말 황당하게 버려진 그런 인물입니다.
그럼 앤드류 모레이가 왜 이렇게 황당하게 왜곡 당하고 버려졌을까요? 거기에 대한 답이 앞서도 잠시 언급한 로버트 브루스란 인물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는 초반에 월레스의 주장에 공감하다가 아버지와 귀족들의 강압에 그를 배신하지만 나중에 다시 참회하고 죽은 월레스의 뜻을 이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로버트 브루스는 실제로 월레스와 그렇게 말랑말랑한 관계도 아니었을 뿐더러 오히려 월레스 보다도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일단 출신 부터가 스코틀랜드 제1의 귀족가문 출신인데다가 전략과 전술 모사 다방면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고(위에 언급한 베넉번 전투가 그 예입니다) 그 자신의 전투 능력도 엄청나서 영국군의 손꼽히는 기사였던 헨리 드 보헌을 일기토로 끔살시켰고 도망중에도 에드워드 1세의 명을 받고 추격해온 배신자들을 혼자 전부 도륙내 버린 일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문무겸장의 엄친아였죠.
그러나 월레스의 조력자란 속성을 이 사람이 물려 받으면서 실제 조력자였던 앤드류 모레이는 찌질하게 끔살 되버린겁니다.
실제로는 명성 지위 활약 능력 모든면에서 월레스를 능가하는 인물이었으며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에 가장 큰 활약을 했고 스코틀랜드 국왕의 자리에 올랐으며 영화 이후의 시대에도 수차례나 영국군의 침공을 막아낸 사람입니다.
월레스와는 실제로 거의 마주친 적도 없으며 아주 공적이고 데면데면한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브레이브 하트를 처음 본 그때도 지금도 아주아주 좋아하며 디비디로 블루레이로 수십번은 넘게 봤습니다.
본문은 그냥 실레로는 이랬구나 재미로만 봐주시길^^
다음에 또 고증에 대한 이야기를 할만한 영화가 있으면 다시 해보겠습니다.
추천인 3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고증이 아주 꽝인 영화라고 들었어요.^^
근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어쨌든 좋아했다고...ㅎㅎ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로버트 브루스 영화 <아웃로 킹> 선보인다고 해서 기대 중입니다.
해외 평은 좀 안좋은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