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우아하고 우아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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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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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크린을 통해 보는 캐릭터, 배경, 화면 전개 등이 매우 우아합니다.
최근에 개봉했거나 상영중인 애니메이션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든 3D를 염두한 입체감, 이미 본 듯한 캐릭터, 화면 전개 등으로 피로감마저 느끼기도 했었는데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아 감흥이 오래 남습니다.
남자인 제가, 빨강 머리 앤처럼 두 손을 모으고 몸을 앞으로 당겨 본 장면이 있습니다.
겨울입니다. 눈이 무척 많이 와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 머무는 집 지붕까지 쌓였습니다. 밖을 보고 싶어하는 셀레스틴에게 어네스트는 창문을 열어 파이프로 쌓인 눈을 뚫고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셀레스틴은 그 파이프 구멍으로 겨울 풍경을 보고 그림을 그립니다. 단조로운 곡선이 하나. 정말 정직한 겨울 풍경. 어네스트는 악기를 연주해 줍니다. 셀레스틴이 그린 그림이 움직이더니 봄으로 계절 전환을 하는 장면, 정말 우아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아한 화면과 펼쳐지는 서사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지루하게나마 영화 스포일러를 적어 나가겠습니다.
지상의 곰 종족의 사회. 어린이 곰 레옹 집.
레옹의 아빠는 사탕이며, 초콜릿, 마시맬로, 과자를 파는 가게 주인입니다. 장사가 잘 됩니다. 그 가게 맞은편은 레옹 엄마가 하는 의치 가게, 곰 이빨을 파는 가게입니다. 레옹의 엄마의 말씨와 이 가게를 찾는 손님으로 봐서는 마치 보석상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남편은 이빨을 썪게하고 그 아내는 그 썩어서 빠진 이를 대신할 의치를 고상하게 팝니다.
지상의 곰 종족 사회의 어네스트는 부모님이 법률가가 되라고 했으나 음악가의 길을 택한 곰입니다. 어네스트는 굶주려 있고 배가 고픕니다. 거리에서 연주를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경찰이 건네준 벌금 통지서뿐입니다.
지하의 쥐 종족의 사회는 기계화, 산업화된 도시의 분위기입니다. 어린이 쥐들은 규칙적으로 단체로 키워지고 있습니다. 이 지하 세계를 건설한 것은 쥐의 앞니. 그래서 치과가 무척 중요한 곳입니다. 치과 책임자로 보이는 의사의 자부심은 또한 높구요. 이 치과의 견습생이자 미래의 치과 의사의 길을 타의에 의해 택할 수밖에 없는 셀레스틴은 그림을 그리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치과 의사보다는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어린 치과 의사 견습생들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의치의 재료인 곰의 이빨을 수집하러 지상으로 나와 곰의 이빨을 수집하러 다닙니다. 주로 어린이 곰의 젖니가 그 수집 대상입니다.
셀레스틴이 레옹의 젖니를 구하러 그 집에 들어간 날, 발각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셀레스틴은 뜻하지 않게 그 집 앞 쓰레기통에 갇히게 됩니다. 쓰레기통에 갇힌 셀레스틴을 배고픈 어네스트가 발견하고 먹으러 하자 셀레스틴은 레옹 아빠네 가게 지하를 들어가게 해 주고 어네스트는 배불리 지하실에 있는 온갖 군것질거리를 다 먹어 치웁니다. 이것이 또 레옹 아빠에게 발각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셀레스틴은 자신의 지하 사회로 돌아가지만 치과 의사 견습생으로서 곰 이빨을 하나밖에 못 구해와서 다시 지상으로 나가 곰 이빨을 구해와야 합니다.
셀레스틴은 레옹의 아빠 신고로 잡혀가는 어네스트를 구해주고 어네스트에게 도움을 청해 레옹 엄마네 이빨을 몽땅 도둑질 해옵니다. 지하 쥐 사회에서 환영받는 것도 잠시, 셀레스틴은 쥐 사회에 곰을 데리고 왔다는 죄목으로 어네스트와 함께 쫓겨 지상으로 도망쳤지만, 지상에서는 레옹네 물건을 다 먹어치운 어네스트가 경찰에 쫓김을 당합니다. 레옹 아빠 트럭을 타고 도주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숲 속의 어네스트 은신처에서 사이좋게 잘 지냅니다. 은신처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레옹 아빠의 트럭은 셀레스틴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비가 몹시 내리던 날, 그 트럭의 받침대가 눌러져 트럭은 마을까지 굴러가고 트럭에 칠한 페인트가 빗물에 떨어지면서 곰 사회의 경찰들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은신처를 포위합니다. 마치 보니와 클라이드와 같은 긴장감, 정말 그러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쥐 셀레스틴은 곰 어네스트를 지하로 숨기고 재치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발각되어 생쥐 셀레스틴은 곰 사회의 법정으로, 그리고 지하 땅굴를 통해 셀레스틴을 잡으러 온 생쥐 경찰들은 곰 어네스트를 지하 세계로 데려가 법정에 세웁니다.
각각 다른 종족의 법정에 선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매우 감동적이게도,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을, 셀레스틴은 어네스트를 변론하고 완고한 각 사회의 인식에 대해 설득합니다. 완고한 각 종족의 법정은 이들의 변론과 설득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죄목을 갇다 붙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하 생쥐 세계에 불이 나고 그것이 지상의 세계에까지 옮겨 불이 나게 됩니다.모두들 제 살 길 바빠 도망칠 때 곰 어네스트는 생쥐 판사를, 생쥐 셀레스틴은 곰 판사를 구해 줍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곰 어네스트와 생쥐 셀레스틴은 함께 어네스트 은신처에서 살게 되고, 어네스트의 제안에 따라 셀레스틴은 그 둘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게 됩니다.
79분이라는 런닝 타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 보여주는 서사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서사를 보여주는 장면은 최소화하고 행간은 관객이 채우게 하는 매우 뛰어난 연출력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관계는 연인으로 보입니다. 이 둘은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도망치고 숨어지내고 이들을 경찰이 포위하고, 곧 법정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현재 사회의 단면을 뛰어나게 형상화하면서 산업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이야기 내내 흐르는 것은 분명 멜로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동용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는 것입니다.
매우 훌륭한 역작이라고 의심치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