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무비] 그 내용이 놀랍다(스포일러 ㅇ)

(더빙판으로 봤습니다.)
1. 레고 시리즈를 구입해 봤거나 사 줘 본 경험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조립도에 맞춰 조립하고 나면 이게 뭔가 하는 느낌. 블럭이라고 하기 보다는 조립식 장난감이라는 느낌. 물론 형형색색의 피스들을 모양별 크기별로 분류해 놓고 여러가지를 만들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레고 시리즈를 산다는 것은, 조립도에 맞춰 조립을 하고 난 다음에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을 하게 만든다. 다시 해체를 하여 피스별로 모아 두었다가 다시 심심하면 꺼내 원래 모양대로 조립도를 보고 재조립을 해야 할까, 최종 조립 모양 그대로 진열장에 넣어 두어야 하나.
2. 레고 시리즈를 구입해 봤거나 사 줘 본 경험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레고 피스 하나 하나 올라온 요철에 'LEGO' 로고가 찍힌 그 섬세함과 그 조그만 피스를 만졌을 때 손의 감촉이 그 어떤 블럭, 그 어떤 조립식 장난감의 부속보다 느낌이 좋다는 것을. 그리고 레고 시리즈는 아무리 인기가 있어던 시리즈라도 계속 출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컬렉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이상야릇한 자부심이라는 것이 생긴다.
3. 이제 영화 얘기.
<레고 무비>는 놀랍게도 미디어-문화 산업을 장악한 대기업 회장 프레지던트 비지니스, 그에 추종하는 '나쁜 경찰'과 건설 현장의 노동자 에밋, 그리고 선한 레고 캐릭터들이 에밋을 도와 맞서는 스토리이다. 그런데 이것은 영화 후반부에 가면 액자 구성의 내부 스토리임을 알게 된다. 이 <레고 무비>는, 내부 스토리-외부 스토리로 이루어진 액자 구성의 의미를 터득하는 순간 대단한 얘기가 된다.
4. 내부 이야기
그들이 맞서는 이유는 이렇다. 옛날 옛날, 악의 세력의 수장인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맞서던 비트루비우스는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의 일 대 일 싸움에서 지고 눈을 멀게 된다. 최후를 맞기 전 비트루비우스는 예언을 하나 남기고 사라진다. 훗날 능력자가 나타나 신비의 피스를 찾아 악의 세력인 프레지던트 비즈니스를 무찌를 것이라고. 프레지던트 비즈니스는 무척 당황한다. 여기서 현재로 넘어온다.
커피부터 TV까지 대중 문화를 장악한 현재의 프레지던트 비즈니스가 등장한다. 프레지던트 비지니스의 질서에 순응적이고 문제 의식 없이 잘 살고 있던 건설 현장의 노동자 에밋은 어느날 예언의 그 신비의 피스를 우연히 얻게 되고 그 신비의 피스가 등에 붙은 채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나쁜 경찰'(더빙판, 자막판에서는 '배드캅')에게 쫓긴다. 여기에 배트맨의 여자 친구인 '와이드 스타일'이 등장하여 에밋을 돕고 예언을 했던 비트루비우스를 찾아 선한 레고의 캐릭터와 연합하여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쫓고 쫓긴다. 그러나 비트루비우스의 예언은 거짓임이 밝혀지고 맞서 싸우던 조직이 모여 있던 뻐꾸기 궁전이 파괴되면서 조직은 와해된다. '신비의 피스'는 프레지던트 비즈니스가 차지하게 되고, 에밋과 친구들은 최후를 맞을 즈음.
5. 외부 이야기
영화 후반에, 즉 '레고 가지고만 만든 영화치고는 잘 만들었지만 애들 영화네' 하려는 순간, 영화는 실사 화면으로 바뀐다.
내부 이야기가 모두 어느 집 지하실 가득 채워진 레고 시리즈 컬렉션에서 생긴 일. 그 집 아빠가 돈과 정성을 들여 모아둔 컬렉션 장이다. 그런데 그 집 아들이 이 지하실 레고 컬렉션들을 가지고 논다. 조립해 놓은 것도 분해해서 다른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빠에게 들킨다. 아빠는 화가 많이 났다, 이게 다 얼마짜리이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인 건데.
6. 내부 이야기와 외부이야기의 결합
화가 난 아빠는 강력 접착제로 아들이 레고 컬렉션을 분해하지 못하도록 고정하려고 한다. 그 강력 접착제의 뚜껑이 내부 이야기의 '신비의 피스'이다!
7.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아빠
이 영화는 내부 스토리에서 프레지던트 비즈니스 목소리를 연기하는 배우와 외부 스토리에서 아빠 역을 하는 배우가 같다.(윌 페렐) 더빙 판에서도 두 캐릭터의 목소리는 같은 성우가 연기한다.
이 글 맨 처음, 레고에 대한 갈등 혹은 불편한 점을 언급한 것을 떠올려 주기 바란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위한 블럭이었지만, 이제는 이미지를 고정시키고 권위만 남은 레고 시리즈. 그렇다. 이 영화는 레고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영화이다. 아이들 것이 아닌 아빠의 것이 되어 버린 레고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착과 순응만을 강조하는 아빠들의 처절한 반성의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비의 피스'가 강력 접착제 뚜껑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 순간의 놀라움이란!!
8. 결말
이 사회를 자기 뜻대로 고착화하려는 대기업 회장과 노동자/ 아버지와 자식. 이들의 갈등은 이 영화에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 결말의 방식에는 아쉬움이 많다.이것까지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9. 더빙판에 대해
더빙판으로 봤는데, 영화 몰입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겨울 왕국>과 달리 크레용 팝이 번안하여 부른 '모든 것이 멋져'가 원곡보다 훨씬 멋졌다.
<레고 무비>는 레고를 겪어보신 분들에게는 각별한 영화가 될 것이다.
(얘가 건설 현장 노동자 에밋이다.)
(얘는 <레고 무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정겨운 캐릭터, 이름이 '80년대 우주 비행사'이다)
*급하게 써서 투박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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