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델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오르는 델마

익스트림 무비 언론 배급 시사로 본 델마
전작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델마의 저 새 이름 아시는 분+_+
실은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델마를 보려고 했었습니다만, 두 소녀와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었던 관계로 정식 개봉하는 델마를 아쉬운 마음으로 건너 뛰었었습니다.
제가 델마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델마와 두 소녀 두 영화가 제가 원했던 내용이 정반대로 적용되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북유럽 영화, 아름다움 영상과 주연 배우 엘리 하르보에의 미모는 이 영화를 꼭 봐야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너무나 뜻밖이어서 총구의 방향이 어딜 향하고 있었는지 애써 외면했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설원 속에 사슴 사냥을 하러간 소녀와 아빠.
눈 앞에 새끼 사슴이 분명있는데도 아빠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다른 곳입니다. 처음엔 어미 사슴이 저기에 있는 것인가.
소녀의 눈 앞에서 어미 사슴이 사라진 것인가라는 엄청난 착각을 해버린 사람.
그러나 그렇지 않았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는 상황을 보면 총구가 향하던 방향이 어디였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총구는 왜 그 방향이었을까요.
아마도 이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가장 큰 의문점이자,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소녀와 그녀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
소녀는 가족의 곁을 떠나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가 살벌합니다.
안부를 물어보거나,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야할 부모의 두눈에는 다정함이 없습니다.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은 차겁고, 엄격하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엄격하고 독실한 기독교라지만, 말로 상처주고 억압하는 느낌에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친구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 아냐에 대한 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면서, 서서히 둘은 가까워지게 됩니다.
감정을 느낄수록, 갑작스러운 발작을 하게 됩니다.
또한 발작을 하면서 어떤 강한 능력에 눈뜨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 물의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가 종교적인 상징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볼때,
세례에서 물의 의미는 죄를 씻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종교적인 상황에서 죄악이 되는 동성애를 최대한 거부하고 씻혀내려는 델마의 초반 상황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도 함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수영장에서 만난 운명의 상대 아냐와는 첫눈에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베프가 되어 갑니다.
한 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아냐. 그녀는 왜 한 밤 중에 델마 앞에 나타난 걸까요.
이 장면만으로도 너무나 오싹했습니다.
성년이 되면서 찾아온 사랑의 감정과 함께 발현된 어느 능력.
델마는 거부하고, 토하고, 억누르지만.
본연의 모습을 거부하고 억누르기만 한다고 해결될까요?
델마는 최선을 다해 거부하고 억제해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감정과 능력.
결국 그녀는 크나큰 대가를 치루게 되고,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도움을 요청해 돌아간 부모님 곁에서 델마는 어떤 상황에 이르게 될까요. 델마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간의 말할 수 없이 싸늘한 긴장감, 애증의 감정들 뒤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요.
아버지의 총구가 향해있던 방향의 의미는 과연 무엇을 뜻할까요.
영화상에서 꽤나 경악스러웠던 장면.
갈등을 통해서 결국 자신의 모습을 받아드릴 수 있었던 소녀의 모습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새같은 느낌입니다.
종교적인 상징도 많이 나오기에, 개인적으로 오멘같은 오컬트 무비를 살짝 기대했었기에.
심리 스릴러로 풀어가는 모습에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독보적인 영상미로 많은 부분을 커버한 영화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보면서 겨울왕국의 엘사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가장 많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중에 데미안 읽기가 가장 힘겨웠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도 저에겐 조금 힘겨웠습니다.)
결국 사람은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면서 성장하는 것 아닐까요?
아름다운 영상미가 무엇보다 압도적인 영화지만, 잘 이해하려면 GV가 필요할 영화같습니다.
GV와 함께 보시길 강력추천합니다.
수영장 씬이 세례를 통해 물로 씻어낸다는것까진 연상하지 못했는데, '오!!!!!' 하면서 읽었습니다. 죽은 어린아이를 찾는 장면은 저도 정말 경악스러웠습니다. 풀샷으로만 비춰줘도 이해갈 것 같았는데, 클로즈업까지 해주니 놀람이 극대화 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