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 대작 47로닌, 제가 한번 관람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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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 대작 47로닌이 어떤 영화일 것 같나요?

포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전사', '악귀', '무법자', '마녀' 가 이들의 직업입니다.
저는 처음에 저 포스터를 보고 이런 영화일 줄 알았죠.
엄청난 초인 47명이 나와서 더 많은 수의 사악한 괴인/괴수들과 말도안되는 도술/인술/검술을 선보이면서 통쾌한 대결을 펼치는 그런 영화.
그러니까 초인들이 능력을 다투는 일본식 무협 '인법첩' 스타일의 영화를 기대한거죠.
정말 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멋지죠. 저런 캐릭터들이 자웅을 겨룬다니 보기만해도 기대가 됩니다.
특히 저는 전신 문신을 하고 다른사람들은 칼질하는데 혼자 총들고 폼잡는 '무법자'가 과연 적일지 아군일지...
어떤 기괴한 기술을 선보일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
하지만 실제로 열어보니, 2억달러 대작 47로닌은 그런 환따스띡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는(아니, 사실상 일본에서만) 유명한 '츄신구라'라는 사건을 원전으로 하는 시대극이더군요.
저는 영화 보고 나서야 그런 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사건은...
주군이 불명예스럽게 할복을 하게 되어 낭인이 된 47명이 충성심에서 우러나온(?) 복수를 위해 원수의 동네에 쳐들어가서 복수(또는 학살)를 성공하고, 그 복수에 대한 죗값으로 자신들도 전원 할복했다...
...라는 (시대착오적인) 비장미가 철철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 많습니다.
왜냐면 뭐 저 위에 써 놓은 사건이 전체 줄거리이므로 스포일러가 의미가 없을 듯 하고, 영화의 평이 워낙 안좋기 때문에 아예 안보실 분들도 이 영화의 괴랄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좀 상세하게 쓸 것입니다.
시작하자마자 화려한 일본식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나옵니다.
근데 여기서부터 이상합니다. 다들 '영어'를 씁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분위기가 들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어 더빙/자막이라면 2억달러 영화치고 너무하는 처사일 수 있으니 넘어갑니다.
아무튼 별 설명없이 개울가에 쓰러져 있는 외국인 티가 나는 애를 거둬들입니다.
머리의 긁힌 상처를 보더니 요괴 '텐구'하고 같이있었던 놈인가보다...하면서 이상한 놈이니 죽일까 살릴까 하다가, 주군이 살려주자고 해서 데려옵니다.
물론 그가 바로 키아누 리브스(카이)입니다. 그가 바로 포스터의 '전사'입니다.
아무튼 혼혈이라고 무시당하지만 뻔뻔하게도 주군의 딸하고 몰래 사귑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주인공이라고 홍보되는 만큼, 초인입니다.
그 다음 2억달러 영화다운 기린인지 해태인지 알 수 없는 괴물을 때려잡는 스펙타클한 장면이 이어지므로 영화가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에 영주들이 모여서 도쿠가와 앞에서 어전시합을 합니다.
악한 영주인 '키라'는 6등급 카이주 '마녀'를 대동하여 사악한 수를 씁니다.
그는 '악귀' 무사를 어전시합에 내보내는데, 어쩌다 대타로 얼굴을 가린 '카이'가 나가서 싸우지만 '악귀'의 압도적인 체구와 힘 앞에 처발리고 투구가 벗겨저서 망신을 당합니다.
그리고 '마녀'의 술수로 '카이'네 영주는 누명을 쓰고 다음날 할복을 합니다.
그 휘하에 있던 사무라이들은 주인 없는 떠돌이인 낭인(로닌)이 됩니다. 복수는 법으로 금해져 있고, 복수하면 무조건 사형이랍니다.
사무라이의 두령이던 오이시(맛있어? 가 아니라 큰돌이라는 뜻의 오오이시, 지만 영어로 나오니 맛있어?로 들림)는 지하감옥에 갇히고 모두 뿔뿔이 흩어지죠.
시간이 흘러 감옥에서 빠져나온 '오이시'는 복수(=자살돌격)를 다짐하며 모든 사무라이(이제는 낭인)를 모읍니다.
물론 6등급 카이주 '마녀'를 상대하기 위해 초인 전사 '카이'를 데리러 가는데, '카이'는 항구에서 데스매치 스트리트 파이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시합장의 문지기가 바로 '무법자' 입니다. '카이'를 데려가려 하자 '무법자'가 조금 깽판을 부리며 총질을 하지만 아무도 안맞기 때문에 의미는 없습니다. '무법자'는 약 10초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이후에 안나옵니다.
낭인 신세라 이들은 무기가 없어서 무기를 구하러 간답니다.
기왕에 좋은 것을 구하자고 텐구의 검을 구하러 갑니다.
여기서 바로 트레일러에 나온 축지법 괴승(텐구)과 싸웁니다.
누가 먼저 칼을 뽑냐...라는 축지법 시합(?)후 썰렁하게도 카이가 이기고 텐구는 검을 줍니다.
텐구가 시험으로 오이시에게 환술을 쓰지만 환술이었기 때문에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려 복수를 하러 갑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녀'의 함정이었고 쳐발립니다.
그래서 다시 모였더니 47명만 남았습니다.
근데 마침 '카이'의 여친을 '키라'가 강제로 부인으로 삼으려 하는데, 거기 결혼 축하 공연차 초대되어 가는 예능인들의 무리를 우연히 만납니다.
그들은 안면이 있어서 주인공들은 예능인들로 위장해서 결혼 축하 공연을 하며 기회를 노리는데(아, 낭인들이 예능도 잘함)...
...근데 47명중 엑스트라들(42명 이상)은 공연 도중에 그냥 담넘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담넘어간 뒤에 일방적으로 보초를 90%이상 녹입니다.
주인공들이 위장해서 들어가야 될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관객들의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영화 끝날 때가 되었으니 전투를 벌여야죠.
아무튼 예상대로 10%쯤 남았을 때 실수하여 들킵니다.
드디어 '마녀'의 명령을 받은 '악귀' 무사가 근엄하게 걸어옵니다.
'카이'는 여친을 찾습니다. '카이'의 앞을 '마녀'가 가로 막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악귀'와의 재대결인가...싶은 교차 편집이 나옵니다.
근데 '악귀'는 근엄하게 걸어오다가 엑스트라가 던진 폭탄에 화약고가 터지면서 폭사합니다.
정말 칼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박살납니다. 이런 연출을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또 실소합니다.
그리고 '마녀'는 정말로 6등급 카이주인 백룡으로 둔갑해서 '카이'와 싸웁니다.
이 장면은 조금 2억달러 영화 스럽습니다.
그 와중에 교차편집으로 '오이시'와 '키라'가 대결합니다.
어? 키아누 리브스가 최종 보스랑 싸우지 않네요?
주인공이 누군지 헷갈리네요.
사실 '오이시'가 진짜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카이'는 '텐구 축지법(?)'을 써서 백룡을 제압하고, 그와 동시에 '오이시'가 '키라'의 목을 벱니다.
키라의 목을 들고 나오는데, 아까 배우(이분 헐리우드에서 꽤 유명한데...)랑 전혀 다르게 생긴 실로 조악한 소품입니다.
미드도 그런 더미 시체 소품이 정교하죠. 지금 화면에 나온 이 더미 잘린 목은 전혀 2억달러에 어울리지 않는 소품입니다.
자기네들도 그걸 알았는지 다음장면에서는 보따리에 잘린 목 소품을 싸들고 가고 '보따리'를 클로즈업 합니다.
이제 관객들이 정말로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들의 죗값을 치른다며 도쿠가와 앞에서 집단 할복합니다.
그 전에 키아누 리브스는 여친과 환생하면 또보자며 신파극을 찍습니다.
하지만 '신파극은 끝이다' 이므로 용서없이 할복합니다.
도쿠가와가 그들의 깡을 높이 샀는지 '오이시'의 아들은 살려줍니다.
비장한 스탭롤이 올라오면서 이 사건은 충성심을 잘 드러낸 어쩌구 저쩌구 합니다...
그냥 누가 만들었는지 보면 그분들께 폐가 될 듯 하여, 얼른 뛰어내려가서 겨울왕국 4회차 표를 무인 매표기에서 사서 연달아 관람했습니다. 물론 제 기분과 눈은 정화되었습니다.
...
영화가 총체적인 기획 및 제작 진행상의 실수를 연거푸해서 갈피를 못잡은 것 같아요.
원전 자체가 일본에서나 알려진 이야기이고, 할복 매니아(?)가 아닌이상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것에서 보면, 처음 시작부터 잘못된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산으로, 제작비는 2억불로...
아마 최종 편집하신 분 머리 쥐어뜯으며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제작비가 낭비되어 그런지 나중에 소품이나 특수효과도 완전히 싸구려영화 수준입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영화가 시대극과 판타지 무협 사이에서 중심을 못잡고 있어요.
원래는 시대극으로 하고 키아누 리브스는 텐구 외국인 설에 근거한 마스코트였던 것 같은데, 영화가 망해가니 어쩔 수 없이 판타지 노선을 좀 더 강조하고 얼굴마담으로 그의 등장 분량을 늘린 티가 납니다. 이때 키아누 리브스와 계약 연장해서 제작비가 마구 불어났다고 하는 것 같더군요.
포스터도 어쩔 수 없이 뭔가 판타지 무협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허세(=눈물나는 위장)로 보입니다.
사실 망작이라기 보다는 괴작(적어도 (비)웃음은 주니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솔직히 자신이 괴작 매니아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대부분의 분들의 경우 찾아 보실 필요는 없는 영화일 것입니다.
추천인 2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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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
14.01.22.

John
좌 중국, 우 백인 이런 상황이었는데, 좌측의 중국애들이 특히 비웃음이 크더라구요.
저도 위의 장면들에서 정말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우측은 이 영화 대체 뭥미?!? 이런 상황이고...
저도 위의 장면들에서 정말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우측은 이 영화 대체 뭥미?!? 이런 상황이고...
07:04
14.01.23.
타이가장관
축하해~! 타이가장관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7:04
14.01.23.
2등
재촬영 개봉연기 삽질하느라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겠죠
바보가 아닌담에야 2억이나 투자했을리가
22:44
14.01.22.

ㄷㄷ
이 영화에서 첫단추를 잘못끼운 뒤 미숙한 진행을 해서 모두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갔음을 알지만, 쏟아부은 본전 때문에 뺄 수도 없고 더 돈을 부어야만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느껴집니다.
07:05
14.01.23.
3등
생생한 리뷰 잘 봤습니다ㅋ
괜히 망한 것이 아니었군요 - -
00:04
14.01.23.

다크나이트
아마 제작진도 망했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최대한 손실을 줄여보는 데미지 컨트롤 들어간 듯.
14:30
14.01.24.

즐길만한 괴작의 맛은 있을 듯 =_+ ;;;;; ???
02:24
14.01.23.

LINK
괴작 매니아시라면 한번 보실 수도 있을겁니다.
14:29
14.01.24.

일본인만 감동한다는 집단 할복까지 그대로 영화화하다니....
만든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네요..;;;
22:39
14.01.23.

golgo
하지만...
일본에서도 망했죠.
본전 생각해서 어쩔수 없이 밀어부친 듯 한데, 필름 태워서 보험금 타려 시도했다는 루머가 이해가 됩니다.
04:34
14.01.24.
다크맨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3:00
14.01.23.

다크맨
초반부에 키아누형이 영주 딸에게 작업할 때, 뭔가 아메리칸 인디언 추적자스러운 스킬을 써서 꼬시는데, 그래서 전 아, 키아누형의 미국 원주민 혈통까지 살리는 캐릭터구나 했었죠.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듣보잡 영국 선원과 일본 매춘부의 사생아...라고 못을 박는데...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04:33
14.01.24.
죄송합니다. 설명 써주신 것만 봐도 지루하고 황당해서 그냥 스크롤 내렸습니다. 님께 경의와 애도를 표합니다;;;;;
23:01
14.01.23.

王天君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04:29
14.01.24.

-_- 할복;;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다쳐도 보기 영 안좋네요;;
00:22
14.01.24.

메이
저도 에이 설마 저렇게 끝나겠어? 했었죠.
근데 진짜 비장한 집단 할복으로 끝내더군요.
물론 제가 그때 츄신구라 얘기를 몰라서 그랬지만...
하지만 원전을 알아도 문제인 것이, 그렇다면 결과가 뻔하다는 얘기인데, 과정이 저렇게 뽑혔으니...
근데 진짜 비장한 집단 할복으로 끝내더군요.
물론 제가 그때 츄신구라 얘기를 몰라서 그랬지만...
하지만 원전을 알아도 문제인 것이, 그렇다면 결과가 뻔하다는 얘기인데, 과정이 저렇게 뽑혔으니...
04:31
14.01.24.
이 영화가 개그물이었군요. 글을 읽는데 왜 이리 웃긴지. 영화 잘 소개해 줘 고맙습니다.
00:57
14.01.24.

여름바다
의도치 않은 개그가 더 웃길때도 있죠. 너무 진지한데, 몰입이 안되니...
14:29
14.01.24.

키아누 리브스가 이 영활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06:53
14.01.24.

마약커피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그에게는 너무 큰 시련...일지도...
14:28
14.01.24.

장관님 노고가 많으셨어요.....
T^T
13:42
14.01.24.
내용 정리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예고편 보았을때는 조금 땡겼는데
나중에 VOD 서비스로 올라오면 한번 검토해 봐야겠네요
15:16
14.01.24.

낭만현실
의외로 특수효과나 이런게 볼거리가 거의 없어서 그냥 대충 봐도 될 것 같은 영화로 나온 것은 참 배신감을 느끼게 해주더라구요.
11:55
14.01.26.
저도 계속 망설이다 결국 돈 주고 극장에서 봤는데..... 결과는 역시나 ㅎㅎㅎㅎㅎㅠㅠㅠㅠㅠ 내 돈....... 장관님 리뷰를 기다릴걸. 그나저나 41년작 47로닌의 감독이었던 미조구치 켄지는 이 놀라운 헐리우드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02:09
14.01.25.

테잎쿤
이런 괴작(망작)은 피같은 자기돈 내고 봐야 그 (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죠...??
11:55
14.01.26.

아 그래도 이런 글을 위해 끝까지 보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ㅋㅋ
18:07
14.01.2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아... 키아누... ㅠㅠ
실소와 웃음보가 터지다니...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썼는지... ㅋ
이게 일본에서 유명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거군요.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아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