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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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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10일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 CGV명동역 라이브러리톡 -

(톡 시간은 중간 쉬는 시간을 빼고 전후반 3시간 17분 정도였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제가 이 장문의 글을 쓴 것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나의 올타임 넘버원 인생작에 대한 경의.

2. 앞으로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기에 익무 기록보존을 위해.

3. 개인적으로 훗날 정리본을 보며 복습하기 위해.

 

 

주의! 이 글에는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뿐만 아니라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작품을 접한 적이 없는 사람은 보기 전까지 아래 내용을 읽는 걸 삼가십시오.

 

 

(얘기의 어순을 다듬고, 정보를 정정하고, 레퍼런스와 용어, 인물을 다시 찾았고, 문단을 편의적으로 넘버링해서 제 임의적으로 나누고, 내용도 약간 축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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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레이드 러너>를 이야기하는 지금과 같은 순간은 저로서는 매우 기쁜 순간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두려운 순간이기도 합니다......(중략)......<블레이드 러너>에 대해서는 정말 수없이 많은 비평이 쓰였고 제가 토크 제안을 받고 <블레이드 러너>에 관련된 책을 저희 집에서 이리저리 뽑아보니까 40권이 넘어요. 또 정말 수없이 많은 열정적인 팬들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물론 팬 중에 끝판왕은 오토모 카츠히로일 겁니다. 명백히 재패니메이션 <아키라>는 <블레이드 러너>를 본 다음 감명 받은 나머지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고, 오토모 자신도 자기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망설이지 않고 <블레이드 러너>를 이야기했고, 실제로 그 영화의 수많은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져온 비주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시이 마모루가 <공각기동대>를 만들 때에도 수많은 비주얼들을 가져다 쓰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재패니메이션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진 셈입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블레이드 러너> 팬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일 것입니다.

 

 

2. <블레이드 러너>하면 즉각적으로 쫓아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 하나씩 건드려보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영화사적으로 설명하면, 동일한 SF장르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영화사의 고전에 올라있는 작품입니다)와는 달리 영화사의 고전이라기보다는 많은 비평가들이 컬트SF영화로 설명해내곤 합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고전, 혹은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선 것에 대해선 완전히 동의하지만, 미학적으로도 걸작인가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못하는 비평가들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오늘 이 이야기는 매우 불협화음을 내면서 여러분에게 매우 도전적인 질문을 할 것이며, 여러분들의 해석과 어떤 점에서는 상충되는 대목도 있을 것입니다.

 

 

3. 블레이드 러너는 이상한 시기에 도착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제 시간에 도착한 편지’인 셈입니다. 인문학에서, 미학에서, 철학에서, 대중문화 비평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논쟁이 막 불붙기 시작할 무렵, 1979년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가 <포스트 모던의 조건>을 발표한 것이 영어로 옮겨진 바로 그 시점, 장 보드리야르의 글들이 영어로 번역되어서 미국에 상륙하기 시작한 지점, 혹은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열정적인 글들이 쓰여지기 시작했던 바로 그 시간에, 정확하게 <블레이드 러너>가 도착하였습니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에 관한 수많은 담론들은 정작 영화에 관련된 책들보다는 대중문화에 관련된 책들 속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담론들을 피해가지 못할 것입니다. 만일 장황하게 소개하겠다고 작정한다면 이번 학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보내야 될 겁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그것에 대한 오버뷰 수준으로만 끝내볼 참입니다.

.............(중략)...............

 

 

4. 단지 영화를 보고 시각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론 이 영화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이만큼 훌륭한 영화들을 당장 여러분들 앞에서 100편을 읊조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만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컬트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또 보고, 반복해서 보고, 지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보는 쪽을 끌어당겼기 때문에 가능했겠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저는 작정하고 밀고 나가 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블레이드 러너>가 저에게 그걸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비평들은 철학적, 미학적 논쟁의 중심부로 우리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낯선 용어일수도 있을 겁니다. 주체성, 대상성, 시뮬라크라, 시뮬라시옹, 바디(body), 카피(copy). 아마 이런 용어들이 난무하겠지만 <블레이드 러너>를 건드리는 모든 글에 다 등장하는 용어들입니다. 제가 무슨 재주로 피해갑니까. 이걸 피한다면 제가 여기서 나불거리는 표현들은 “시각적으로 참 훌륭하지 않습니까?”, “반젤리스 음악 참 좋죠”, “해리슨 포드가 젊어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헛소리만 내내 하다가 여러분들을 불만에 가득 채워 보낼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5. 그런데 이 논쟁의 중심에 <블레이드 러너>가 들어왔었을 때 어떤 개념들이 오작동 되었는지 올바르게 논쟁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이 논쟁에 뛰어들었었던 명민한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스, 그 뒤에 미술비평의 줄리아노 브루노, 대중문화 비평의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불리우는 슬라보예 지젝.............(중략)...............혹은 라캉주의자 비평가들에 이르기까지(제가 중점적으로 읽었던 책들입니다) 이 책들의 비평가들은 긴 시간 논쟁 끝에 문득 자신들이 개념을 오작동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말하자면 <블레이드 러너>논쟁의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논쟁의 전반부만 소개됐고 후반부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을 장대하게 소개하기에는 내일 아침도 부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논쟁을 재현하는 대신 여러분들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저는 빨리 집에 가고, 저의 레플리컨트를 여기 세워놓고 얘기하게 만들고 싶긴 합니다만...

.............(중략)...............

 

 

6. 이렇게 <블레이드 러너>의 재개봉을 기다리는 동안에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하였습니다. 이 두 영화를 비교하는 라이브톡을 제안 받았지만 제가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까닭은, 저는 드니 빌뇌브가 어떤 때는 재능이 있고, 어떤 때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적어도 <컨택트>를 보았었을 때에, 테드 창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보고 기꺼이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니 빌뇌브가 <2049>를 만들었을 때 정말 기대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에 <2049>를 좋아하는 관객도 당연히 계실 겁니다. 저는 <2049>에 호의를 갖고 있는 관객들을 모욕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는 드니 빌뇌브의 버전과 비교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너 번 지나가듯이 건드려보기는 할 생각입니다. 드니 빌뇌브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본 다음에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왜 속편을 만들 용기를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출발점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오늘 건드려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중략)...............

 

 

7. 오늘 이 자리에서는 3가지 버전(극장판, 디렉터스 컷, 파이널 컷)을 비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개봉 버전(1982년)에서는 굉장히 긴 데커드의 보이스 오버 나레이션이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레이첼은 다른 레플리컨트들과 달리 영원한 생명을 가진 레플리컨트였다라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버전입니다. 디렉터스 컷이 나왔을 때 리들리 스콧이 제일 먼저 한 건, 보이스 오버 나레이션을 다 치워버렸고 맨 마지막 컷을 잘라 내버렸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 된 셈이죠.

.............(중략)...............

 

 

8. <블레이드 러너>의 모든 논의의 중심에 있는 건 뭡니까? 중심은 신체의 문제죠. 바디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바디(body)와 카피(copy)를 양분화, 이분화 시켜놓고 문제로 만들었습니다. 통상적으로 sf소설, 영화에서는 바디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로 이분화시켰습니다. 그런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이후에 나온, 이를테면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에서도 그 사례를 명백히 보셨을 것입니다. 바디와 테크놀로지로 나누면 그 차이는 어느 쪽에 소울, 영혼이 있는가? 에 따라서 가짜와 진짜가 분류될 수 있는, “어느 쪽이 인간(human)이고 어느 쪽이 비인간(non-human)인가?” 라는 질문으로 밀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What is Human?” “무엇이 인간인가?” 라는 질문이 내내 <블레이드 러너>를 둘러쌓았습니다. 그런데 ‘바디와 카피’로 질문을 옮겨놓으면, 카피는 바디를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여기에 소울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이 구별은 진짜와 가짜로부터 더 리얼한 것과 시뮬라크라, 복제된 것, 원본 없는 복제인 것으로 이분화 됨으로써, 이 질문의 방점자체를 옮겨가게 만든다는 겁니다. 이때 리얼과 시뮬라크라의 차이는 소울이 아니라, 어느 쪽이 진짜인가 구별할 수 있는 근거는, 이것(소울)을 구성하는 히스토리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9. 포스트모던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가 시뮬라크라의 대표적인 예로 삼은 것이 미국의 디즈니랜드입니다. 말하자면 디즈니랜드는 아무 역사적 근원 없는 사막에다가 근거 없이 세워놓은 테마파크, 어떤 히스토리도 없는 테마 파크, 그 자체가 만들어진 시뮬라시옹 이라고 불러야 할 원본 없는 복제. 자 이때 히스토리가 기준점이 된다면, 히스토리란건 결국 뭡니까? 그건 시간의 문젭니다. 그러나 히스토리에 시간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뭡니까? 이 시간이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있어야만 쌓이는 기억, 살아온 만큼의 메모리가 히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그렇게 반복적으로 어린 시절의 사진, 기억, 메모리, 문제를 계속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분해 낼 수 있는가, 그러니깐 단순히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중략)...............요점은 상대가 카피인 겁니다. 똑같이 갖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어떤 테크놀로지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로이 베티나 조라나, 코왈스키나 근육과 피의 문제였습니다. 상처 속에서 우린 터미네이터같은 기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를 진행 할 때에 상대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시뮬라크라라는 생각을 해야 됩니다.

 

 

10.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레플리컨트를 일종의 사이보그나 로봇으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그렇게 단순하게 찍은 영화가 아닙니다. 이게 그냥 그런 문제였다면, 이를테면 물론 <터미네이터>도 복잡한 얘기를 제시하고 있죠. 그러나 그건 타임 터널의 문제입니다. 타임 터널을 통해서 어떻게 끊임없이 순환되고 반복되는가의 문제였기 때문에 <블레이드 러너>의 문제계와 <터미네이터>의 문제계는 서로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물론 여기에 우열이 있는건 아닙니다.

 

 

11. 이때 바디와 테크놀로지로 문제를 만들면, ‘어느 쪽이 휴먼이고 어느 쪽이 논휴먼인가’의 문제가 되지만, 여기서 바디, 리얼과 시뮬라크라의 문제로 옮겨오면, 어느 쪽이 ‘more(더) human한가, 어느 쪽이 less(덜) human한가’,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이고, 덜 인간적인가’로 질문을 옮겨 올 수 있는 겁니다.

 

 

12. 이제까지 우리는 워밍업 한 겁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 뭘로 시작합니까? LA의 익스트림 롱숏 풍경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눈의 수정체로 바뀝니다. 둘을 딱 연결시켰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에 뭐가 있었습니까. 바디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바디 중에서도 이 영화가 관심가진 중심엔 아이(EYE)가 있습니다. 눈을 갖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죠. 여기서 약간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바디의 중심에 있는 눈, 아이(EYE)와, 1인칭 주어 아이(I)가 발음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깜빡거리는 눈을 통해 무얼 확인합니까? ‘네가 주체인가’를 확인하는 겁니다. ‘네가 subject를 갖고 있는가, 네가 subjectivity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휴먼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깜빡거리고 있는 눈을 통해서 1인칭 주어 I와의 등치 관계를 밀고 나가면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상황을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블레이드 러너>를 본 모든 비평가가 지적하는 얘깁니다. 왜? 그렇게 찍었으니까. 리들리 스콧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첫 장면을 LA풍경 보여주자마자 바로 수정체를 보여준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정체와 교차편집해서 시작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는 겁니다. .............(중략)...............<블레이드 러너>는 눈의 수정체 반응을 통해서 질문한 것은 “인간입니까 아닙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주체입니까”입니다. 여기에 올바르게 대답하지 못하면 수정체가 이상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중략)...............

 

 

13. 1인칭 주어 ‘주체’가 된다는 건, 주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 됩니다. 방점은 과정이고,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획득합니까? 메모리. 기억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자아를 형성하는 거죠. 제가 한 얘기가 아닙니다. 프로이트가 한 얘기입니다. ..............(중략)...............이 논의 없이 <블레이드 러너>를 이야기하게 되면, “아, 테스트하는 장면이 왜 이리 길어? 왜 이리 재미없는 걸 계속 보여줘? 이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나한테 빨리 액션을 보여줘.”....그런데 정작 어떻습니까. 이 영화 액션장면 몇 개 안됩니다. 액션장면만 학교 수업시간에 한번 편집해본 적이 있습니다. 1시간 58분 상영시간에 액션장면이 채 10분 조금 넘습니다. 리들리 스콧, 혹은 제작진은 정작 액션장면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14. 주체성을 구성하는 이 과정은 하나의 역사를 통과해야 됩니다. 이 영화를 떠받치는, 반드시 요구되는 지식, ‘프로이트’라는 지식이 중요해 집니다. 왜냐면 이 과정을 통해서 주체는 자아를 획득하니까. ego를 획득하는 과정이니까. <블레이드 러너>가 줄기차게 어린 시절의 사진, 혹은 플래시백을 다루는 건 이유가 있는 겁니다. 기억의 문제가 휴먼 vs 논휴먼, 휴먼 vs 레플리컨트, 리얼 vs 시뮬라크라를 귀결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이첼, 혹은 동일한 넥서스6의 레플리컨트들도 모두 예외 없이 그 기억, 그 사진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힌트는 뭐였습니까? 유니콘이라는 기억, 유니콘 이라는 상상. 그런데 이것이 영화 속의 표현에 따르면 임플랜티드(implanted), 이식된 것으로서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을 때, 영화의 오랜 질문의 대답은 “데커드는 레플리컨트잖아” 이 영화는 결국 메모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담론의 전투에 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액션장면이 훌륭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액션장면이 없는데, 볼만한 액션장면 자체가 없는데.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답고 훌륭합니다만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생각하고 본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얘기하겠습니다. 제가 약간 흥분한 것 같습니다. 테스트에 들어온 것처럼.

 

 

15.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는 만든 쪽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충분히 의식해야 합니다.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영화 줄거리를 얘기하고 싶을 때 막 얘기하고 싶은데, 그 영화를 설명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그 영화의 철학적 담론, 미학적 담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그 장면은 왜 그런 거야?” “주인공은 왜 그런 거야?” ..............(중략)...............그런 영화 있죠. 이를테면 <매트릭스>. 이 영화 줄거리를 통상적으로 설명하면, 다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이럽니다. 그 영화를 설명하려면 어쩔 수 없이 플라톤과 보드리야르를 끌고 와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워쇼스키 자매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블레이드 러너>를 설명할 때도 도리 없이(이런 영화가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는 쪽이 철학적 담론을 끌고 들어와야 됩니다.

 

 

16. <블레이드 러너>가 통상적인 sf영화들, 혹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액션이라 부를 만한 씬 자체가 없습니다. 자 환기해봅시다. 전투용이라고 부르는 여자모양의 레플리컨트 조라는 데커드 목을 조르긴 했으나 그게 전부입니다. 조라가 보여준 건 딱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도망 다니는 것. 그러다가 윈도우 창을 부수며 총맞고 슬로우 모션으로 죽은 게 전부입니다. 아마도 조라의 애인이었을 것 같은 리온 코왈스키(분노하면서 자기 모습을 드러냈으니까)는 시작하자마자 테스트했던 상대 블레이드러너를 총으로 쏘았습니다. 데커드와 한바탕 액션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레이첼이 쏜 총 맞고 죽습니다. 별다른 액션이 없습니다. 프리스가 눈에 까만 칠을 하고 인형복장을 하고 기다려서 데커드를 공격하긴 하지만 그 장면에서 프리스는 차라리 자기를 죽여 달라고 자살을 청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격한번 한 다음 바로 총 맞아서 벌레처럼 파닥파닥거리다 죽어가는 게 전부입니다. 룻거 하우어가 연기한 로이 베티. 막 쫓아가기는 합니다만 데커드가 보여주는 건 내내 도망가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 액션장면은커녕, 그냥 구해주고 죽음을 맞이하는 게 전부입니다. 이 영화에 액션장면이 어디 있습니까? 이 영화는 액션에 관심이 없는 영화입니다. 차라리 이 영화는 포스트모던 명상에 관한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17. 그렇다면 영화의 중심에 있는 건 무엇입니까? 여기에 액션이 없다면, 액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보신 여러분들은 이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중심에 있는 건 테스트하는 장면입니다. 테스트가 이 영화의 핵심이고 진정한 액션입니다. 테스트 하는 장면의 대사를 여러분이 해석해 낼 때에만, 왜 이런 질문이 오고가는지 이해 할 때에만, <블레이드 러너>는 흥미진진한 영화가 됩니다. 이 영화는 처음에 한국에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비디오테이프로 도착했을 땐 영어자막이었죠. 그때 한국의 시네필들이 모두 이 영화를 따분하게 보았습니다. 기대했던 액션장면은 없고 계속 대화 장면인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깐 이게 재미있을 리가 없죠.

 

 

18. 이 영화 중심에는 테스트 장면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적 인터뷰입니다. 테스트 장치를 갖다놓고 수정체를 지켜보면서 나누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인터뷰. 그래서 영화는 레온 코왈스키의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이 전통을 이어받아서 <2049>도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블레이드 러너>에서 좀 더 흥미로운 건, 수많은 장면들이 간접적 테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테스트기를 갖다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인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매번 다 데커드가 질문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이 영화는 데커드에게 “당신은 레플리컨트입니까?”라고 내내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맨 마지막에 “아, 유니콘이 있어서 레플리컨트야”이렇게 알아봤으면 리들리 스콧을 슬프게 만드는 이야깁니다.

..............(중략)...............저는 마치 포스트모던하게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19. 바디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eye)가 이 바디의 중심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이 눈 말고는 다른 신체기관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눈이 관심이 된다는 말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전(vision)이 관심이라는 뜻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비쥬얼라이즈되게 훌륭히 찍도록 리들리 스콧 감독이 최선을 다해야 했던, 눈이 가진 비전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비전의 해석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말하자면 비전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투쟁이라고 까지 말하고 싶어집니다. 리들리 스콧은 이 비전을 줄곧 둘로 찢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식민지에서 탈출하여 이 지구로 돌아와 자신의 창조주인 타이렐을 찾아간 다음 옥상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레플리컨트들이, 자율적인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주체성들, subjectivity가 하나의 비전. 다른 하나는, 타이렐사에 의해 이식된, 프로그래밍된(이 비전들이 대상화되었다는 뜻), 말하자면 objectified된 비전 사이의 충돌을 다루고 있는 영화기이도 합니다.

 

 

20. 이 역시 많은 비평가들이 <블레이드 러너>를 다루면서 “이 영화는 두 개의 비전의 투쟁에 관한 영화다”라고 설명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타이렐사는 기억을 일부러 만들고 그것이 레이첼의 6살 때 기억으로 이식된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우리에게 설명해주었죠. 사실상 이 레플리컨트들은 비전 머신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생물학적인 모든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터미네이터가 아닙니다. 즉, 비전 머신들이 어떻게 자신의 주체성의 비전을 획득해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탈출해서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왔고 생명연장이 불가능하게 되자 맨 마지막에 마치 인간처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의지선택인 자살(물론 자살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자살의지의 일종인거죠)로 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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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48분정도 토크 내용입니다. 아직 1/3도 못 왔습니다.

제 개인적 시간의 한계 때문에 뒷부분은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ㅠ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part.2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0113892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part.3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0694722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part.4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0716893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part.5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0955668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정성일 평론가톡 완결

https://extmovie.com/movietalk/31052718

텐더로인 텐더로인
33 Lv. 172343/190000P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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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02
설 끝나기 전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도 장담을 못드리겠습니다ㅠ
18:50
18.02.11.
3등
영화 보고 난 뒤에 읽으러 오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정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18:52
18.02.11.
profile image
칸타빌레
정리는...아직 멀었습니다...근데 내일 스타리움 4k로 또 보러가야 해요ㅋㅋ
18:53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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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은 글인데도 잘읽히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머지 부분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ㅎㅎ
19:22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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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뚜기
정선생은 여러갈래로 빠졌다가 다시 귀환하는 스타일의 화법을 구사하시기 때문에 읽기 편하게 순서편집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요ㅠ
22:27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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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녹본정리라니...감사합니다. 굽신굽신
이번에 톡 정말 재밌었어요 ㅠ 집에 보내주세요라고 조른 사람 누구십니까 -_-+ 11시간 기대했었어요 진짜 ㅋㅋㅋ

19:33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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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거싫어요
체력 부럽습니다ㅠ 저는 당이 떨어져서..
22:27
18.02.11.
정성일 평론가님톡은 늦게 끝나서 못보러가는데, 이런 글 올려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네요^^
19:40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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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2
다른 영화는 몰라도 이것만큼은 남에게 정리를 미루고 싶지 않았습니다
22:28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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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하게매운맛
저랑 내일 같은 곳에서 보시게 됩니다ㅎㅎ
22:29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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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감사합니다! GV 정리 해 주시는 분들 항상 너무 고맙습니다^^
19:56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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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지애
저는 처음 제대로 정리해보는건데 이거 중노동이네요...손가락이 아파요
22:30
18.02.11.
정성일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거같아요ㅎ 정리글 너무 감사합니다!!
20:09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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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travis
짧게 단문으로 정리할까 하다가 두고두고 수십년 읽을거라 뉘앙스까지 살리면서 정리중입니다
22:30
18.02.11.
글쓰신 분들 때문에 익무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21:09
18.02.11.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라이브러리톡 예매했다가 일이 있어서 취소했는데, 덕분에 내용을 접하게 되네요. 

스타리움 관람할 때 오늘 읽은 거 생각하면서 봐야겠습니다 ㅎㅎ

00:19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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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의 GV가 궁금했었는데 정성스럽게 정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님은 키노때부터 영화에 대해 깊이 파고 든 평론가이시긴 한데...

뭔가 항상 복잡하고 난해한 기분이 듭니다. 조금 더 정리를 해주셔서 말씀해주셨으면 했는데

글을 읽고 보니 대략의 분위기가 예전에 키노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ㅠㅠ

17:42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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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강의필사본 이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다시한번 정독해봐야겠습니다.

23:32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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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넘나 바빠서 뒤늦게야 찾아봅니다 ㅜㅜ 정성스런 정리 넘 감사하네요. 스크랩해서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15:02
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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