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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팬으로서 실망한 이유 [라스트 제다이] (스포O, 취존O, 초스압O)

하우스 하우스
20902 24 16

 

 

안녕하세요.

 

재작년인가까지 익무에서 활동하다가 일 때문에 바빠져서 활동을 못하다,

 

이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

 

 

아무래도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호의 관점이 압도적인 것 같아, 불호의 관점도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8편에 대한 강한 불호의 입장인데, 

 

호평하는 분들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으나 (취존^^) 불호의 입장도 한번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익무에 아무래도 호평이 대세이다보니, 불호의 입장과 이유에 대해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추측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리 전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이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는 점 밝혀두겠습니다.

 

따라서 첫째는 영화 전공자로서, 둘째는 스타워즈 팬으로서 불호인 이유를 각기 다르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개인적인 시리즈 순위는 5 > 4 > 6 > 로그원 > 7 > 3 > 8 > 1 > 2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1.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와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와 감독의 ‘연출’ 자체에서 비롯되는 불호

 

 

1-1) 지나친 맥거핀 남발

 

 

아시다시피 맥거핀은 (히치콕 시절에 정립되었다고는 하나)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기법으로, 

 

효과적으로 사용될 경우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맥거핀은 그 특성상 영화의 핵심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스노크의 정체’와 같은 경우가 그렇죠.

 

개인적으로 스노크의 허무한 죽음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라이트세이버가 빙그르 도는 순간 설마 싶었지만, 결국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기대가 배신당하는 나름 유쾌한 측면도 있었어요.

 

다만 스노크라는 존재에 대해 응당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스노크는 ‘절대적인 악’이자, ‘퍼스트 오더’의 핵심적인 인물로서 이 작품 속 유일무이한 절대 악역입니다.

 

따라서 그의 ‘죽음’과 별개로 그 ‘존재’는 반드시 납득 가능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에서 돈가방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는 그 의미를 영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만들거든요.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새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그 존재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말살되었는데도, ’그 돈가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는 질문을 떠올리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영화를 하나 더 언급하겠습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최고 걸작인 <폭력의 역사>입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은 그 누구도 이 영화의 맥거핀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모든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이것이 맥거핀이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한 편의 영화가 맥거핀을 다루어야 하는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즉, ‘스노크의 갑작스런 죽음’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죽음에 대한 ‘허무의 감정’이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각본과 연출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라이언 존슨 감독이 쌍제이가 말한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마술상자’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스노크가 죽음을 맞기 직전, 그의 존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졌을 경우, 

 

다시 말해 라스트 제다이에서처럼 ‘벤이든 레이든 자신의 식견 앞에서는 손바닥 안’이라며

 

스스로가 얼마나 멍청한 악역인지를 실토하는 대신(이거야말로 클리셰입니다),

 

그가 ‘자신이 누구이며’, '압도적인 포스와 권력의 기원은 무엇인지', ‘어째서 벤을 자신의 밑에서 키워왔는지’ 등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해주었다면,

 

혹은 (레이를 뺑뺑이 돌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식으로) 그의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하며,

 

그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심으로 인한 것임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의 죽음에 대한 충분한 당위성을 부여하였다면, 

 

즉 벤이 사전에 슈프림리더(사실 음역이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최고지도자 정도가 적합하지 않은지. 피자 이름인 줄…)의 폭정과 무시에 대해

 

반발하고 자신의 지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충분히 보여졌다면 어땠을까요.

 

이 과정에서 스노크를 죽임으로써 그가 자신의 ‘신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이 충분히 구현되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벤은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주기는 하나, 대체로 파더 컴플렉스에 빠져 있을 뿐 스노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많지 않았습니다.

 

권력지향적 면모에서 씨앗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 점이 스노크의 죽음을 좀 더 납득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네요.

 

 

그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7편에서 J.J. 에이브럼스는 이와 같은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연출했고, 

 

8편에서 라이언 존슨은 관객이 ‘예측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충분한 복선을 의도적으로 깔지 않았죠

 

 

따라서 이 장면에 대한 관객들의 반발은 ‘스노크의 죽음’ 자체보다도 ‘의도적으로 고조시킨 관심과 기대에 대한 허무한 배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제다이의 귀환>에서만 해도 다스 시디어스의 죽음은 대부분 문제삼지 않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역시 (당시만 해도)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고, 다소 멍청해보이는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것은 그가 다스 베이더와 루크를 포스 라이트닝으로 갖고 놀며 자신이 지닌 압도적인 파워를 증명했을뿐더러,

 

무엇보다도 그의 죽음 자체가 다스 베이더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핵심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스 베이더가 시디어스를 집어든 순간, 공화국을 지배해온 절대 악역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관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결코 그의 ‘발버둥치다 추락사’하는 꼴사나운 죽음은 관객의 입장에서 절대 허무하지 않은 것이지요.

 

물론 다스 베이더의 갈등하는 표정(물론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쿨레쇼프 효과의 훌륭한 활용이라고 봅니다)을 통해

 

그 직전에 충분한 감정적 복선을 깔기도 했구요.

 

 

1-2) 지나친 클리셰의 파괴 (내러티브의 맥거핀화)

 

 

물론 클리셰의 파괴 자체는 전혀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스타워즈 매니아나 영화 평론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도 ‘뻔히 예상되는 진부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거든요.

 

실제로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의 거의 모든 예상을 배신하는, 매우 탁월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다만 이처럼 ‘관객의 기대를 배신해야 한다’는 것이 주목적이 된 나머지,

 

대부분의 클리셰 파괴가 ‘맥거핀화’되었고, 이에 따라 맥거핀이 지나치게 산재해 있다는 문제입니다.

 

 

맥거핀은 본질적으로 관객을 호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굉장히 섬세하게 직조되지 않는 한, 관객은 농락당했다는 인상을 받기 십상입니다.

 

맥거핀의 개념이 정립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활용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이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죠.

 

<곡성>이 대표적인 예로, 이 작품에 대해 불호의 입장인 관객들은 대개 ‘곰씹어보면 낚시 영화’라는 점을 꼽죠.

 

그래도 <곡성>은 이 같은 낚시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1-1이나 1-2와 같은 문제들은 영화의 목적이 ‘오락성’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상관없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기존 스타워즈 팬들의 기대를 부정하며 새로운 새대 교체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나름의 기능을 긍정할 수도 있긴 한데요.

 

이 점은 ‘2 : 스타워즈 팬의 입장에서 본 라스트 제다이’에서 보다 상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3) 심각한 개연성의 부재 (우연성, 작위성)

 

 

이 영화의 큰 서사 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메가급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저항군 순양함의 추격전 (포, 레아)

 

둘째, 루크의 수련을 통해 성장한 레이와 그녀를 악으로 끌어들이려는 벤의 대립 (레이, 벤, 루크)

 

셋째, 추적장치를 끄려는 핀과 로즈의 모험 (핀, 로즈)

 

 

첫 번째 서사는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고, 긴장감이 부족합니다.

 

일단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줄기라고 볼 수 있는데, 갈등을 다소 편의에 따라 만들어낸 측면이 큽니다.

 

하이퍼드라이브 추적장치의 존재는 영화의 설정이니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격전 이후로는 거리가 좁혀지지도, 늘어나지도 않으며 그다지 치열해보이지도 않는 어정쩡한 추격전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폭이 60km의 메가급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형편없는 위력의 레이저포를 산발적으로 쏴대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다른 리서전트급 배틀크루저들은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거의 들러리에 가까운 존재들입니다.

 

결국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을 천명한 셈인데, 이로 인해 퍼스트 오더 함대와 순양함 사이의 긴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자연히 이 서사의 긴장은 포와 레아 공주, 혹은 그녀의 대리인 홀도 제독과의 갈등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그 어느 쪽의 선택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기 어렵습니다.

 

홀도 장군이 자신의 계획을 끝까지 말해주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황당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

 

거의 유일한 설명은 영화 속에서 스치듯 지나간 ‘내부 스파이의 존재’를 우려했다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비밀작전’은 포가 한눈에 알아챌 정도로 대형 스크린에 대놓고 표시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선내 쿠데타가 일어나고 거의 모든 작전이 물거품 되기 일보 직전까지도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에게라도 귀띔해주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포 다메론은 핀, 로즈 커플(?)과 함께 희대의 뻘짓-민폐 캐릭터로 자리 잡습니다. 

 

그는 초반부터 저항군의 막대한 희생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홀도 제독에 대한 심증만으로 전쟁 중에 쿠데타를 일으켰고,

 

자신의 실책에 대한 그 어떤 반성이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조차 없습니다.

 

수많은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을 애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놈은 공개처형해야 합니다……

 

 

마침 말이 나왔으니 레이의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이번에는 핀과 로즈의 모험에 주목해보죠.

 

일단 로즈라는 캐릭터가 비호감인 점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외모의 동양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로즈는, 

 

이러한 관념만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굉장히 이상하고 비일관적인 캐릭터입니다.

 

핀과의 만남에서부터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보이는 점은 의도된 유머라고 넘어갈 수 있더라도,

 

저항군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그 ‘스노크’조차도 존재 자체도 몰랐던 추적장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고,

 

죽은 동생의 징표를 ‘코드브레이커’에게 단번에 넘겨줄 정도로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다가도,

 

막상 카지노 행성에서는 한시가 바쁜 상황에 엉뚱한 소리와 교조적인 설파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전 그래서 로즈가 작중 언급된 ‘내부 스파이’일 줄 알았습니다)

 

불쌍한 동물들을 해방시키면서 정작 노예 소년들은 그냥 버려두고 떠납니다. 

 

주인이 별로 이해심 높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아이들이 엔딩까지 맞아죽지 않은 건 기적입니다.

 

마지막엔 느닷없이 난입해 핀을 자살특공을 방해하여 저항군의 불씨까지 꺼버리려고 합니다.

 

더구나 비폭력과 사랑에 대한 일장연설은 자신의 여동생을 포함한(!!) 수많은 저항군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나서 언제 감정을 쌓았다고 기습 키스…? 그래놓고 죽지도 않은 건 덤입니다.


개인적으로 자자 빙크스가 더 나아 보입니다.

 

 

어쨌든 핀과 로즈의 대모험은 아무런 성과도 없는 희대의 뻘짓으로 판명납니다.

 

아니, 뻘짓이면 다행이지 포와 마찬가지로 저항군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죠.

 

코드브레이커의 개입과 핀의 희생의 방해를 통해서 말이죠.

 

 

물론 모든 영화의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완벽한 인과적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고도 훌륭한 영화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가령 <인디아나 존스 : 레이더스>에서 주인공 일행의 모험은 완벽한 뻘짓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결말까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죠.

 

더구나 이들이 없었다면 무고한 희생자의 수가 더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점을 지적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험의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흥미진진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맥거핀에 대해 얘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행위의 결과는 관객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핀과 로즈의 플롯은 영화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뿐더러, 납득도 안 되고, 재미조차 없습니다.

 

‘전 우주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최고의 코드브레이커가 마침 근처에 있으니 찾으라’는 다분히 편의적인 전개는 영화적인 연출이라 치고 넘어가겠습니다.

 

문제는 애초에 존재조차 몰랐던 갑작스럽게 등장한 추적장치에 대해, 자신들의 모든 추측과 가설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의미조차 없을 해법을 내어놓고,

 

이를 해결해내야 한다는 설정 자체입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이긴 합니다…

 

데스스타 시리즈도, 유사품(?) 스타킬러 베이스도, 스타 디스트로이어도, 최강의 무기들에는 터무니없는 약점이 꼭 하나씩 있죠.

 

하지만 이들은 나름의 복선과 배경 설정이 존재합니다.

 

가령 데스스타는 그 약점 자체가 에피소드4의 핵심이 되며, 수많은 희생을 치러내며 구해낸 설계도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이에 반해 라스트 제다이는 모든 것을 ‘그렇다 치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드래곤볼 식의 편의적 연출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카지노 행성 시퀀스는 ‘이제부터 디즈니 영화야’라고 천명하는 듯, 곁다리 주제의식만 강조하면서 괴상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줍니다.

 

더불어 코드브레이커는 마치 보바 펫이 한 솔로의 껄렁함을 갖춘 다음 마블식 유머를 글로 배운 듯한 캐릭터인데,

 

일단 분위기 잡은 거에 비해 워낙 한 일이 없으니 9편을 보아야 정리가 될 듯합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들이 눈에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것은 연출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어째서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첫 등장 시에는 수백 미터 밖에서도 땅에 진동을 일으키면서

 

어떤 때는 건물 내부까지 들어와 코앞에 다가설 때까지 주인공들이 눈치채지 못하는지,

 

어째서 <나를 찾아줘>에서 조금만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면 말이 안 되는 엉성해보이는 조작에 사람들이 완벽히 넘어가는지,

 

어째서 <디파티드>에서 주인공은 녹음파일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이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우리는 묻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재미있는 한, 어지간한 플롯의 결함에 대해서는 굉장히 너그럽습니다. 

 

또한 캐릭터가 매력 있는 한, 어지간해서는 주인공의 편에서 그를 정당화해주고 싶어하구요.

 

거꾸로 말해 이러한 요소들이 눈에 밟힌다는 것은 그 결함이 지나치게 크거나, 많거나, 두드러지게 연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레이와 벤, 그리고 루크의 이야기는 사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연출도 전반적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구요.

 

젖 짜는 루크… 같은 건 정말 해괴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데이비드 린치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 이 서사의 문제는 영화 자체로만 두고 보았을 때는 큰 문제가 없으나,

 

스타워즈 팬의 입장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취급 방식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법합니다.

 

이 점은 2편에서 마저 이야기하겠습니다.

 

 

1-4) 감정적 이입의 어려움

 

 

물론 인정합니다. 저도 몇 번이고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라스트 제다이>의 내러티브에서 비롯된 감정은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존 시리즈에서 누적되어온 등장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었죠.

 

더구나 레아와 루크를 취급하는 방식에 대해서 불만 역시 존재했습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마저 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시퀄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에 집중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포, 핀, 로즈는 민폐 짓 이외에 뭘 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이들의 행동에 충분히 이입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은 아무리 봐도 각각 전쟁광, 무능력자, 조울증 캐릭터로 느껴집니다.

 

레이-벤 플롯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데 비해, 이들 캐릭터는 서브플롯이라고 여겨서인지 유난히 감정의 묘사가 드뭅니다.

 

그로 인해 포는 저항군의 운명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희생조차 인정하지 않는,

 

오로지 전투만을 추구하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레아 공주와 홀도 제독은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사실 영화에서는 심각한 위험분자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또한 핀은 사실 초반부터 레아 공주가 떨어뜨린 신호기를 훔쳐 ‘레이를 위해’ 도망치려 하죠.

 

(우주의 끝자락에서도 신호 포착이 가능한 이 코딱지만한 녀석의 성능 역시 대단히 편의적입니다. 레이가 포스를 통해 찾는 것이 더 좋은 선택 아니었을지)

 

물론 핀이 끝없이 레이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묘사가 됩니다만, 그렇다고 뜬금없이 도망치려 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이후로 도망가려는 생각은 포기한 것 같지만 대신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무능력하게 끌려다니는 인물이구요.

 

 

로즈의 캐릭터는… 아시다시피 ‘자자 2.0’으로 불릴 정도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감정적 이입은커녕 행동들의 동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도 어렵습니다.

 

참고로 연기 역시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데, 그녀가 어떤 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리퀄 시리즈에서 증명된 '형편없는 각본과 연출은 명배우도 발연기를 하게 만들 수 있다'는 명제를 뒷받침해주는 사례 같네요.

 

 

사실 이건 영화의 편집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시간 반이라는 상영시간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득가득 채워넣은 것을 생각해보면,

 

본래 존재해야 할 요소들이 상영시간 조절 과정에서 삭제되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니 나중에 블루레이에서 삭제된 장면들이 포함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구요.

 

 

사실 중반 즈음부터는 이 인물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의 특징들은 등장인물들이 쉬지 않고 주위 상황에 휘둘리면서도,

 

그에 대한 감정적인 설명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건데, 

 

이는 ‘한치 앞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듯합니다.

 

이 영화는 좋게 말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모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칭송받는 클래식 시리즈든 지탄받는 프리퀄 시리즈든 최소한 캐릭터들의 일관성은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심리적인 '변화'나 '성장'에 대한 묘사도 훌륭했거나, 적어도 납득 가능한 형태였구요.

 

클래식 시리즈의 루크, 솔로, 레아는 그런 의미에서 더없이 완벽한 캐릭터들이었죠.

 

 

정말 쉬지 않고 사건들이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했다는 글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은 대세로부터 삐딱선을 타는 관객들에게서 종종 나오는 반응이긴 합니다만...

 

어떻게보면 그만큼 주어진 등장인물에게 몰입할 기회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글이 길어지다보니 조금씩 제 덕심이 스며올라오는 듯하여, 2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직 1편만 썼는데도 지치네요.

 

 

 

 

 

 

2. <스타워즈> 팬으로서 기존 시리즈의 '정체성', '등장인물', '기대'를 파괴한 것에 대한 불호

 

 

일단 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변화 자체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팬들은 30년에 걸쳐 완결된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사와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카이워커 가문의 영웅 서사시'나 '팬 서비스를 빙자한 지나친 자기복제'의 문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또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을 깨고, 포스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재정립하고자 했던 취지에 저는 완전히 긍정적입니다.

 

이러한 주제들을 마스터 요다의 입을 통해 정리해준 것은 대단히 훌륭한 연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트 제다이>는 기존 시리즈로부터의 '발전'으로 읽히기보다는 '부정'으로 이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렛 에드워즈의 <로그원>이 바로 그 점에서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이 된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

 

따라서 이후의 논의는 '변화의 부정'이 아니라 '잘못된 변화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 오해는 짚고 넘어가기

 

 

일단 오해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예를 들어 레이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저는 논란이 되는 '레이 부모의 정체'는 가히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의 연출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죠.

 

 

일단 호평하는 관점에서 불호에 대한 분석은 '미국식 영웅주의 서사의 해체 때문' 혹은 '레이가 스카이워커 가문 출신이 아니기 때문'으로 정리되는 듯합니다.

 

스타워즈 팬덤의 지나친 보수성을 전제한 분석이죠.

 

 

하지만, 사실 영웅 서사시에서 벗어나는 의미를 지닌다고 말은 하지만,

 

어차피 레이는 스카이워커 가문을 뛰어넘는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기존 시리즈의 '영웅신화'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면서도,

 

막상 기존의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울트라 포스 센서티브로 묘사됩니다.

 

아나킨보다 포스에 대한 재능이 출중하며, 루크보다도 수십 배 이상 성장이 빠릅니다..

 

이와 같은 아이러니는 결국 레이의 부모가 평범한 인간들이라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실로 만듭니다.

 

레이는 어차피 아나킨처럼 '선택된 자'니까요.


결국 미국식 영웅주의 서사의 해체가 보수적인 팬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은 이미 전제부터 잘못된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스카이워커 가문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비난한다고 보는 것은 팬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팬덤의 반응은 근본 없는 '레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비난이 쏠려야 할 텐데,

 

아시다시피 '레이'라는 인물 자체는 진상이 밝혀진 현재도 스타워즈 팬덤 여부와 관계 없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핀오프이긴 하나 <로그 원>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호평 역시 이를 반증하고요.

 

뿐만 아니라 EU 세계관의 주요 인물인 아소카 타노 같은 경우도 스카이워커 가문은 아니지만, 이미 팬들에게는 그 존재가 받아들여지고 있죠.

 

 

결국 '부모의 정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연출 방식이 문제인 것입니다.

 

누구나 포스를 깨닫고 사용할 수 있다는 영화 속 주제라면, 그리고 이를 위해 레이의 정체를 활용하고자 했다면 응당 그에 필요한 전개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암시와 복선들은 부지불식간에 관객이 설득할 수 있도록 기능해줍니다.

 

그러려면 평범하고 어설픈 레이가 수양을 통해 포스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해가는 과정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전자는 이미 조력자인 루크의 별다른 개입이나 도움 없이도 레이 스스로 깨치고 압도적인 성장을 하면서 무너졌고,

 

후자는 레이가 아니라 관객을 낚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의도한 의미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죠.

 


이에 대해 충분한 복선과 암시를 통해 진상에 도달했다면, 자신의 출생과 부모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갈등이 충분히 묘사되었더라면,

 

저는 어쩌면 'I am your father'에 필적하는 반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제국의 역습>에서 'I am your father'라는 명대사도 충분한 준비가 없이 깜짝 반전처럼 튀어나왔다면,

 

그리고 관객이 미처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30분도 채 안 되어 시디어스가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별 것도 아닌 인물이었다는 정보가 드러나고,

 

다스 베이더는 사실 자신이 은하계를 지배하려는 반전이었다는 둥, 쉬지 않고 새로운 깜짝 정보의 홍수 속에 스쳐 지나가듯 내뱉어진 것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당시 관객들에게 터무니없는 결말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새로운 희망>에서 다스 베이더가 당신 아버지를 죽였다는 둥 이치에 맞지 않는 대사가 존재했으니까요.

 

(물론 오비완은 그걸 '어떤 관점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긴 하지만)

 

 

이는 한 편의 영화가 '중요한 장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클래식 트릴로지는 물론이고, 프리퀄 시리즈에서도 이와 같은 기본을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존슨은 이 충격적인 반전을 수많은 맥거핀 가운데 하나처럼 연출해버렸죠.

 

 

아니 정말 반전 자체만 놓고 보면 모든 예상을 깨부수면서도 <제국의 역습>의 정확한 안티테제가 되는 장면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의 연출 방식이 아쉬웠던 것입니다.

 

왜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대부분의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제 관점을 근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2-2)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태도

 

 

앞서 말씀드렸듯 스타워즈 세계관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은 정확하게 동감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팬의 입장에서는 폭력적이고 교조적인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타워즈 팬덤의 보수성은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리즈물의 후속편을 제작했다면 그 시리즈의 팬덤 보수성을 비난하기 이전에,

 

이들이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겠죠.

 

스타워즈의 후속편을 만들면서 스타워즈 팬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게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은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실제로 우리는 기존 시리즈의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는 매우 적절한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스카이폴>은 기존 007 시리즈에 비해 보았을 때 대단히 파격적인 영화입니다.

 

바람둥이였던 제임스 본드는 본인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하고,

 

언제나 호쾌한 스케일의 범죄를 저지르던 악당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인한 집착 증세를 보이는 인물로 대체되었고,

 

항상 끝까지 본드와 함께 했던 본드걸의 비중은 거의 공기나 마찬가지죠.

 

무엇보다도 M과 관련하여 기존 팬들의 뒤통수를 잡게 만드는 장면들도 존재합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연출, 촬영, 편집의 리듬과 분위기에 있어서까지 이전까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고, 역대 007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웠으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팬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들도 <스카이폴>의 완성도 자체를 문제 삼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라스트 제다이>와는 차이가 존재하죠.

 

실제로 <스카이폴>의 팝콘지수는 86%에 달하며, 50%대에서 나락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라스트 제다이>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토마토지수는 93%로 <스카이폴>과 <라스트 제다이> 모두 동일합니다)

 

<스카이폴>의 제작진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한편, <라스트 제다이>는 팬들의 수많은 기대를 의도적으로 배신함으로써 새로운 새대 교체를 알리는, 일종의 충격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맥거핀으로 점철된 영화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거의 모든 기대가 배신당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집니다.

 

그것도 팬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하여 농락하듯이 롤러코스터를 태우고 있으면요.

 

솔직히 스타워즈 팬덤은 작품의 완성도 문제로부터 이미 해탈(...)한 수준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유구한 삽질 전통으로 인해 어지간한 엉성함이나 기대의 배신은 참 많이도 경험해 왔습니다.

 

 

따라서 <라스트 제다이>는 팬의 입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기 힘든' 영화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솔직히 완성도든 평론가들의 반응이든 다른 모든 요소를 떠나서,

 

'스타워즈 신작이 스타워즈 팬들에게 외면받는다고 해서 스타워즈 팬을 비난하는 것'은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메타크리틱 5.0, 로튼토마토 56%의 관람객 평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수치입니다.

 

 

2-2) 시리즈 세계관의 파괴

 

 

사실 이건 스타워즈와 무관한 관객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분노할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팬들이란 이런 식의 설정 놀음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만들어진 '컨셉'에 불과하더라도 아이돌 가수들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사랑하는 팬들이랑 비슷한 거죠.

 

 

스타워즈는 솔직히 발가락 때를 비벼 만들어도 역대급 흥행 성적이 보장되는 시리즈입니다.

 

즉 스타워즈 팬덤은 제작사가 무슨 짓을 벌이든 황금알을 낳아다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오리들입니다.

 

다만 그 대가로서 제작사로부터 그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요구하죠.

 

 

따라서 그들이 세계관의 설정을 다룰 때, 무엇을 변화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지는 당연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저 자기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라스트 제다이>의 '하이퍼드라이브'와 관련된 요소들은 사소해보이지만 팬들 입장에선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하이퍼드라이브는 모든 시리즈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스타워즈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입니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밀레니엄 팔콘 유리창에 비치던 별들이 직선으로 변하는 장관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타워즈의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하이퍼드라이브와 관련하여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설정은, 바로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는 순간 어떤 형태로든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이퍼드라이브 추적장치' 같은 새로운 설정의 도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훨씬 조심스럽게 다루어졌어야 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이 추적장치는 '여지껏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한다는 증거도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개입하여,

 

'어차피 한 대에만 작동하고 있을 것 같으니 그것만 끄면 된다'는 터무니 없는 추측에 기반하여 영화 전체의 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추적장치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생기는 설정구멍이 한두 개가 아닌데, 지나치게 안일한 방법이죠.

 

 

이에 대한 저항감은 단지 팬덤의 심리적 요인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하이퍼드라이브를 '카미카제 공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팬들 입장에서 경악할 일입니다.

 

분명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러한 활용이 인정되는 순간 여지껏 저항군이 해왔던 전투들은 모두 희대의 뻘짓이 됩니다.

 

조종사 한 명의 자폭 공격으로 폭 60km나 되는 전무후무한 크기의 메가급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그 옆의 들러리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이 한번에 압살당하거든요.

 

작정하고 노릴 경우 이건 피할 방법도 없는, <드래곤볼>의 원기옥에 버금가는 그야말로 초필살기에 가까운 기술입니다.

 

더구나 비행선 한 대만 있으면 누구라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앞으로도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쓰이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 기술이구요.

 

 

(참고로 실제 하이퍼드라이브 충돌이 일어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로그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막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던 저항군 함선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방어막에 충돌하여 우주 속 먼지가 되어버리죠)

 

 

사실 이 영화에서 하이퍼드라이브 시스템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합니다.

 

물론 팬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관련 설정이 확장되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죠.

 

논리적인 오류를 비교적 관대하게 포용하는 것이 SF/판타지 세계관이니까요.

 

진짜 큰 문제는, 2-3)에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하나만 더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문제의 카지노 행성 시퀀스입니다.

 

여기서는 이 시퀀스의 재미, 매력, 개연성, 의미를 논하는 것은 앞에서 어느 정도 다루었으니 배제하겠습니다.

 

일단 이 행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스타워즈 세계관의 무대들과 매우 이질적입니다.

 

타투인, 호스, 코러산트, 나부, 카미노 등 스타워즈 시리즈는 항상 독창적인 무대들을 만들어왔습니다.

 

물론 자쿠와 같은 다소 짝퉁 느낌의 행성도 없지는 않았지만, 스타워즈 특유의 정서와 톤을 공유하는 건 마찬가지였죠.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총에 맞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위험이 가득한 행성,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마천루들로 뒤덮인 인공적인 음과 양이 공존하는 행성,

 

특유의 폐쇄적인 성격과 뛰어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지닌 주민들이 살고 있는 바다 행성 등 나름의 정체성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행성은 말 그대로 인간세계의 '카지노'입니다. 

 

물론 외계인들이 살고 있기는 하나, 그냥 어떻게 보아도 라스베가스의 은유죠.

 

채찍을 쓰는 경마(?) 경주나 이들을 관리하는 노예 아이들의 모습은 다른 행성들의 실상에 비교하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따라서 이 시퀀스의 관심이 '스타워즈'가 아닌 다른 곳에 놓여 있다는 점이 너무나 자명합니다.

 

이건 스타워즈의 무대라기보다는 디즈니 식의 우화에 가깝습니다.

 

사실 어쩔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동물보호에 대한 주장 등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테마를 억지로 녹여내야 했으니까요.

 

이건 그야말로 관념만으로 만들어진 행성입니다. 

 

이 시퀀스 전체가 혼자 붕 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죠.

 

 

2-3) 캐릭터의 붕괴

 

 

개인적으로 <라스트 제다이>가 가장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인물의 취급 방법입니다.

 

제다이마스터 루크는 갑자기 우주적 규모의 혼란을 외면하고 은둔자가 됩니다. 

 

그리고 레이가 찾아와서 건넨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도 집어던지며 제다이가 없어져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동시에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비유하자면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포켓몬 챔피언이 된 지우가 느닷없이 피카츄를 비롯한 포켓몬들을 내버리고 어딘가로 실종되었다는 설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애써 그를 찾아온 젊은 트레이너가 건넨 몬스터볼을 팽개치며 '포켓몬 트레이너 따위는 없어져야 돼'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물론 이런 파격적인 설정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의 동기를 충분히 납득 가능하게 설명하고, 이후의 변화 역시 개연성 있게 보여주면 됩니다.

 

설정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 잘만 다루어졌다면 '압도적 선'에 가까웠던 루크에게 보다 입체적인 면모를 부여해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역시 각본과 결부된 연출 방식이 문제입니다.

 

진실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제자가 지닌 어두운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잠들어 있는 벤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클래식 시리즈의 루크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았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를 선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려 했던 인물입니다.

 

불필요한 살생은 전혀 하지 않았고, 동료들에 대한 의리와 우정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인물이죠.

 

특히 그의 이러한 특성은 캐릭터의 선천적 속성으로서 느닷없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성장하면서 구축된, 그야말로 '진짜 성장을 통해 완성된 캐릭터'입니다.

 

 

그런 루크가 단지 어둠의 기운을 느꼈다고 해서 잠자고 있는 자신의 조카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것은,

 

그리고 이것이 실패했다고 해서 혼란에 빠진 세상을 외면하고 은둔자가 되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루크의 행동이 그와 가장 친한 동료인 한 솔로의 죽음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그러면서도 한의 죽음에 몇 초 슬퍼하는 모습을 슬쩍 보여주고 넘어가는 모습이 전부라는 것은,

 

확실히 기존 클래식 시리즈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큼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럼 아예 이러한 설정 자체를 폐기했어야 할까요?

 

다른 팬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루크의 이러한 변화가 '설득력 있게만 연출되었다면' 정말 스카이워커 가문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새대 교체의 가능성이 보일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것을 위해서는 영화 내적으로 굉장히 많은 준비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는 늙었고, 시대는 변했습니다. 충분히 루크가 변화하거나 나약해질 만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도 있었죠.

 

라이언 존슨은 어떤 방식으로든 벤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그리고 루크의 심경의 변화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이를 몇 마디의 대사와 의미 없는 회상 장면으로 간략히 처리해버립니다. 

 

그나마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위한 각본으로 인해,

 

'처음엔 자기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은 은폐했다가 그것이 탄로나니까

 

사실 어둠이 느껴져서 죽이려 한 건 사실인데, 죽기 직전에 마음이 변해 멈췄지만 그걸 우연히 벤이 봤고,

 

그래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는', 

 

그야말로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는 루크 스카이워커로 변모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항상 선과 악의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을 그려왔고,

 

따라서 그 완성형에 도달한 인물인 루크가 단지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벤을 암살하려 했다는 것은

 

충분한 설명과 묘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대단히 이상한 장면이 됩니다.

 

 

영화 결말부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루크의 활약은 나름대로 참신하고 깨알 같은 반전이었습니다.

 

AT-AT 군단 앞에 홀로 나타난 루크의 위풍당당한 모습이나 그가 죽기 직전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은,

 

다소 비주얼적인 사기를 동반하긴 하지만 어쨌든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이미 앞선 루크의 행보에 대해 실망해버린 팬들이

 

'그나마도 직접 나서지 못하고 VR 게임 하다가 과로사 하느냐'고 비아냥대는 것은,

 

다소 삐딱한 시선이기는 해도 이해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레아 공주의 경우... 사실 진짜 이건 오로지 연출의 문제입니다.

 

각본 자체는 레아 역시 강력한 포스를 지닌 스카이워커 집안 자식이니까 그렇다 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레아가 마치 '슈퍼맨'을 연상케하는 방식으로 다시 깨어나고 우주를 날아 함선으로 복귀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 집안의 성이 '스카이워커'라고 해도 그렇지...

 

포스 자체가 신비한 개념이긴 했지만 이런 괴상한 방식으로 묘사한 적은 없었습니다.

 

스타워즈가 유지해왔던 톤과 조금도 맞지 않고, 굉장히 이질적이었네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긴 한데, 너무 길어졌네요.

 

몇 분이나 끝까지 읽으실지...

 

어쨌든 요약하자면 제 결론은 이겁니다.

 

 

'스카이워커 가문과 무관한 레이', '제다이를 등진 루크',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악의 제왕'

 

모두 하나같이 참신하고 인상적인 설정들입니다.

 

이들 중 한두 개에만 집중하여 제대로 팬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라스트 제다이>는 정말 <제국의 역습>에 필적하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자신의 주제의식을 강렬한 반전을 통해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만들 수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파격적인 설정과 반전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보다,

 

거의 흥미 본위의 깜짝쇼처럼 활용하며 관객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성급하게 다음 설정으로, 다음 반전으로 넘어갑니다.

 

제한된 상영시간 내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지나치게 많았던 점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개연성을 무시하고 팬들의 마음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충분히 기존의 팬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을 각본의 디테일과 연출 방향의 문제로 인해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예술은 '무엇을 전달하느냐'보다 '어떻게 중요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동일한 주제와 내용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대중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가가 중요한 거죠.

 

그 점에서 저는 <라스트 제다이>의 문제의식과 주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다루는 방법론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또한 스타워즈의 팬으로서 말이죠.

 

 

 

 

*사실 이 영화는 J.J. 에이브럼스와 라이언 존슨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에이브럼스는 특유의 떡밥 던지기 신공으로 팬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지나치게 부풀렸고, 

 

라이언 존슨은 마치 벽돌깨기 하듯 이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깨부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둘 다 너무 극단적이에요.

 

 

시퀄 트릴로지가 사전에 어느 정도까지 기획된 상태에서 7편의 제작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외적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이러한 7편과 8편의 관계가 사전 기획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8편 각본을 읽고 에이브럼스가 연출을 맡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였다', '디즈니가 라이언 존슨에게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주었다' 등)

 

 

<라스트 제다이>의 전개는 에이브럼스의 <깨어난 포스>를 부정하면서 두 작품 사이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읽힙니다.

 

부디 에피소드 9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적당한 균형점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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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오타가 있어요. 예술은 무엇을 전달하느냐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쓰려고 하신거 같은데 어떻게 중요하냐라고 적혀있네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전 스타워즈 팬은 아니지만 나름 재밌게 봤으면서 뭔가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는데 이 글을 읽고 가려운 부분이 긁어진 기분입니다. 좀 문제가 많은 영화이군요..
22:45
17.12.16.
2등

정독했습니다. 저는 '라스트 제다이'를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만큼 재밌게 본 편이지만, 앞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부분 공감되기도 하네요. 라이트한 스타워즈 팬이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리메이크에 가까웠던 7편에 비해(7편도 좋았습니다) 8편의 전개가 더 마음에 들었네요. 클리셰의 파괴, 맥거핀의 과도한 사용은 아쉽지만 앞으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물론 말씀대로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사용된 건 아쉽지만요. 그리고 스노크나 코드브레이커 등의 인물들에 대한 전사가 나오지 않는 부분은 일종의 노림수로 보였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이 사이의 공백을 채울 스핀오프작이나 관련 스타워즈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디즈니의 큰 그림이 아닌가 싶어요. (아니라면 8편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겠지만요) 그리고 로즈는... 영화를 재밌게 본 저도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키스는 좀 오바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제2의 자자 빙크스가 되어 영원히 고통받을지도... 다른 걸 떠나서 과연 9편의 전개는 어떻게 풀어갈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22:53
17.12.16.
3등

정말 정말 잘 정리하셨어요. 이때까지 팬들이 지적한 거의 모든 문제를 정리하셨네요. 포켓몬 지우 비유도 재밌었고ㅋㅋㅋㅋ 두 감독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라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거의 모든 문장이 제 생각이랑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22:55
17.12.16.
profile image
와 정성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스타워즈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ㅎㅎ 
제가 많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는데 제 글에서 가져와 몇 자 끄적여보겠습니다.

1. 스노크의 정체.

모릅니다. 죽었어요...

하지만 저는 분명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카일로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한 도구적인, 맥거핀 빌런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글에서 지적하신대로 문제가 발생하기 떄문입니다.

이대로 스노크에 대한 무엇도 없이 죽이고 지나가면 그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 아닌

방종과 무책임, 사기로 시작되는 시리즈의 시작일겁니다.

그렇게 간다면 스타워즈 탈덕에 명분만 주는 거 같아요.

그런데 스노크 죽기 전 일장연설에서 넌 날 이길 수 없다?

죽일 수 없다? 이런 떡밥 뿌리고 가시는 거 보고 다시 돌아오겠구나, 반전을 위한 초석이구나 생각했어요.

 

어쩌면 스승을 죽여 계승하는 진정한 시스로 렌을 키우려는 계획이라는 생각도요.

 

그리고 이미 틀린 것 같지만 영화보는 중간에 혹시하고 추측해봤는데

(루크가 포스를 차단했다는 부분에서 착안)

스노크는 루크가 지녔던? 부렸던? 강력한 포스 중 어두운 면이

미완전한 인간의 형태로 발현된 것, 그 자체라는 것.

근데 이건 영화를 더 보다보니 좀 앞뒤가 안맞는 무리수였네요ㅋㅋ


2. 레이 부모님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어머니는 노예였습니다.

 

사실 이 모든 전설적인 영웅담의 시작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는 점을 그동안 간과한 것 같긴 해요.


비밀이 없다는게 비밀이라는 설정은 괜찮게 느꼈어요.

개봉 전까지 추측해왔듯 레이가 정말로 클래식 캐릭터에 뿌리를 뒀다면 정말 좋았을지 전 모르겠네요.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아나킨의 잉태는 포스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

레이의 부모가 그녀를 매정히 버릴 수 있던 것은 어쩌면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다고 봐요.

그녀 또한 포스로 잉태된 존재였던 것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수련을 거친 렌을 레이가 싸워내고

강력한 포스를 지닌 자라는 게 납득될 것 같아요ㅋㅋ


3. 루크

전 무엇보댜 가장 큰 문제는 루크가 조카이자 수련생인 렌 안에 어둠이 있다는 이유로

자고있던 그에게 라이트 세이버를 겨눴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 붕괴 같았어요.

그런데 이건 그동안 팬덤에서 또는 레전드에서 재생산 된 완벽한 마스터 루크의 이미지 때문 같기도 해요.

클래식 시리즈에서 루크는 이미 완성된 빌런 다스 베이더를 보고도 내면의 선을 감지하여 설득하지만

종래에 베이더가 누이 레아의 존재를 거론하자 아버지를 죽일 듯이 라이트세이버로 내리치기도 하니까요.

여전히 그 또한 흔들리는 인간의 면모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유머코드/포그

도입부 부터 시작된 유머는 솔직히 ㅈ같았습니다ㅜ.

요새 소위 잘나가는 세련된 영화들에 구비된 개그어필, 캐릭터어필을 묻힌 게

잘 된 게 아니라 똥 묻은 느낌이었달까요. 하하....


5. 제국의 하이퍼드라이브 추적

이 떡밥이 <로그원>에 나온다는 말을 본 거 같은데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로그원 당시엔 미완의 기술이었던건지 뭔지... 저도 보면서 좀 읭 했어요.


6. 로즈

음 좀 말이 많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비호감이 될 줄이야..

핀을 우상시하다가 그게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건가요?

레이가 츄이를 통해 핀에게 뭐라 전하려했는지, 핀을 보는 레이의 눈빛,

일방적인 기습 뽀뽀였다는 걸 감안하면 로맨스가 펼쳐진 건 아닌거 같아요.

러브라인 정리는 후속편으로 넘긴 것 같습니다.


다만 증오하는걸 파괴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걸 지키는걸 역설할 때

배경으로는 저항군 기지가 와장창되잖아요?

그녀의 워딩에 힘을 실어주는 연출이지만 이 장면은 흠..

한마디로 극단적이었어요.


캐릭터도 다소 극단적이었다고 보는데 무슨 말이냐면

그 캐릭터가 지닐만 한 요소들을 한 번에 때려박았다는 것.

이를테면 여성, 동양인, 소외 등등. 

아이러니하게도 그 요소들이 지향해야 할 보편성을 잃어버린거죠.

<로그 원>에서도 아쉬운 게 있었다면 견자단이 오리엔탈리즘적으로 그려진 것 같기 때문인데.

아쉽네요.


7. 레아

그녀의 포스가 각성되어 살아남는다는 건 납득이 가요.

설정상 이미 포스를 깨우친 뒤이던가요? 잘 모르겠네요.

근데 그 장면을 그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연출하는 건 좀..

천지창조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그렇게 쭈욱 날아가는게 대체 뭐죠..

좀 더 자연스럽게 했어야..


8. 그래도 저의 제대로 된 감상은 최소한 2회차 보고 남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눈물 흘릴 뻔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목젖까지 탄성이 차오르던 부분도.

감상 직후엔 호, 생각해보니 불호,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은 호입니다ㅋㅋㅋㅋ




22:58
17.12.16.
영화쪽 전공하시는 분의 얘기를 들으니 확실히 이 영화의 단점이 눈에 보이네요. 어제 보고 왔는데 스타워즈 팬으로써 실망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예요.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흉내낸 영화인 것 같다는 느낌? 에피소드 9 끝나고 다음 트릴로지를 라이언 존슨이 또 감독한다던데...... 이제 슬슬 시퀄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2:59
17.12.16.
profile image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으나, 스타워즈 설정을 깊이 파고들었던 경험이 있어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23:00
17.12.16.
글 잘 쓰셨네요. 제가 찾아 읽어본 스타워즈8 비판글 중에서 익무에서는 가장 잘 쓰신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의 비판글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읽었고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긴 글이니 글 하나가 아니라 2개 정도로 나눠서 올리셨으면 가독성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영화가 평론가와 대중의 평가가 완전히 갈렸는데, 이런 변화가 앞으로의 스타워즈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하네요. 기존팬들은 많은 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새로 유입될 팬들 10대나 20대는 어떻게 받아드릴지가 궁금해집니다.
00:07
17.12.17.
글 너무 잘 쓰셨네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네요 2회차를 본 지금  생각 할 수록 팬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02:56
17.12.17.
profile image
제가 생각했던 불만들과 상당수 일치하네요!! 추천드리고 갑니다~
05:37
17.12.17.
이렇게 읽으니 그 비판들이 다 수긍이 됩니다. 다시 영화 보면 이 글을 바탕으로 단점?들이 막 보일것 같네요.
15:41
17.12.17.
profile image
저의 이해 안가는 부분들을 제대로 정리 해 주셨네요
또 하나 가장 큰 이유가 포스가 그닥 세지 않은 레아가 우주 공간에서 저렇게 살아나는데 
다스 시디어스는 더더욱 살아나야죠.....ㅋㅋㅋㅋ

스노크는 잠시 죽은척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또 하나의 맥거핀일 수도
그래서 내가 니들 서로 연결 해 준거여 속마을 알아볼려고..하는 뻘짓을 한게 아닌지...ㅎㅎ
17:04
17.12.17.
profile image

정말 정리 잘하셨네요.

사실 훨씬 더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중요한 부분들이 잘 정리되었네요.
영화전문가 입장과 스타워즈 팬 입장에서 말이죠.
 
스타워즈 팬들이 변화를 싫어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사실 스타워즈 팬들은 스타워즈의 변화를 오히려 더 기대하고 있었던 터여서,
오해가 씻어졌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정체성과 스토리의 구멍을 애정으로 용서해주고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폭발했고, 역시 스노크때문에 용서의 범위를 넘어섰죠.
 
황제와 다스 베이더보다 훨씬, 아주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그것도 리더급도 3명밖 (스노크, 렌, 헉스) 에 안되는 상황에서,
공화국을 무너뜨렸다면 뭔가 엄청난 배경과 상황설정들이 설명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그 어떤 스타워즈 매니아도 용서가 안되는 겁니다.
 
이게 스토리 중시 영화매니아들과 일반관객들의 원성도 사고 있구요.
애송이 아들이 이끄는 악의 무리에 대한 일반관객들의 감정이입도 어렵구요.
 
평론가들은 어차피 기존의 스타워즈도 구멍 투성이고, 스토리도 개연성없다고 무시하던 터라,
그리고 스노크에 대한 관심도 없던 터라, (새로운 악인의 위압감도 관심이 없고, 속편에 대한 우려나 기대도  없고)
이부분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겁니다.
 
(평론가들은 다른 영화들도 봐야 되니,
일반인들처럼 과거 시리즈를 다시 복습하고 여러번 볼 만큼 여유롭지도 않고,
모든 영화를 평해야 되니 특정영화에 보다 더 관심있게 연구할 여유도 없죠.
그래서 과거의 시리즈들은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7편과 8편 중심으로 평했을 겁니다.
7편부터 독립된 새로운 영화의 시작이라고 보면 분명 지금의 분노열풍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영화는 2편이 아니라 8편이라는 거죠. (저도 이영화가 2편이었다면 평론가들보다 더 극찬을 했을겁니다.)
기존에 관심없었던 (또는 기존 시리즈 전혀 안본) 사람들중에 간혹 좋아하는 일반인 느낌이 이걸로 설명되죠.)
 
이게 단 1분이라도 설명되었다면, (그것도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설명으로)
이렇게까지 분노가 들끓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용서할만한 각종 구멍들이 덩달아 눈사람효과를 타고 증오로 번진거죠.
 
애정이 깊은 만큼 증오도 커집니다.
저는 새로운 시도때문에 박수 45%를 보내주지만, 그만큼 증오도 55%를 차지하고 있네요.
 
17:50
17.12.17.
profile image

스타워즈 팬들 입장에서의 분노를 간단히 요약하면,

 
1~7편 : 기존구멍과 변화에 대한 정체성 - 애정으로 용서 - 40년간 지속
8편 : 새로운 시도 - 칭찬 / 애정으로 덮기에 너무 큰 구멍 - 증오 (더불어 나머지 구멍 - 눈사람효과로 분노 극대화)
18:15
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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