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스포] '윈드리버' 초간단 리뷰
1. 윈드리버에 대해 검색해보면, 미국 와이오밍 주 중서부에 위치한 산맥이다. 스위트리버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뻗어있으며 로키산맥 분수계의 일부를 이룬다. 와이오밍 분지 위로 솟아있는 이 산맥 중에는 와이오밍 주에서 가장 높은 개닛피크(4202m)를 비롯해 애틀랜틱봉, 로버트산, 잭슨봉, 윈드리버봉, 프리몬트봉 등 빙하를 이고 수십 개의 고봉이 줄지어 있고 1000여개의 호수가 있다. 또 로키산계에서 가장 큰 7개의 빙하가 북쪽과 남쪽에 걸쳐져 있다. 일단 '분지' 지형인 걸로 봐서 외지인이 드나들기 어려운, 고립된 곳이다. 게다가 빙하까지 있다고 하니 대단한 고산지대인 모양이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영화 '윈드리버'는 바로 이런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2. '윈드리버'의 마케팅 전략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 영화였다. 제레미 레너와 엘리자베스 올슨이라는 특급 배우가 등장한 스릴러 영화는 당연히 잘 팔릴 영화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스릴러와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인인 인디언들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과 백인(외지인)들의 관계를 관찰한다. 이것은 몇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드라마로 표현되며 그에 대한 복수로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것은 꽤 괜찮은 '복수극'인 셈이다.
3. 영화를 이끄는 인물들은 두 백인 코리 램버트(제레미 레너)와 제인 밴너(엘리자베스 올슨)다. 코리는 백인이지만 윈드리버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냥꾼이다. 주로 농장을 위협하는 육식동물을 사냥한다. 그는 장인어른의 소를 죽인 퓨마(?)를 추적하던 중 죽은 딸 에밀리의 친구 나탈리(켈시 초우)의 사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알린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라스베가스에서 신참 FBI요원 제인이 도착한다. 그녀는 사건의 타살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이며 수사관의 수사 여부를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코리는 본의 아니게(혹은 의도적으로) 제인의 일을 돕게 된다.
4. '윈드리버'는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범인을 추적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 혹은 인디언 보호구역 속 인디언들의 피폐한 삶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사실 피해 유가족들의 슬픔도 '인디언이라서 느끼는 슬픔'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살인사건을 계기로 드러나는 '인디언의 고통'인 셈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래 주인이 인디언이라는 사실은 태평양 건너의 우리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유럽의 백인들이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고 그들은 토착민들을 몰아낸 후 그 땅을 차지했다. 그렇게 인디언들은 사라져갔고 남은 자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인 윈드리버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원래 그들의 땅이었던 곳에서 그들이 보호받기 위해 숨어버린 것이다.
5. 하지만 윈드리버는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땅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백인들은 마치 전쟁 직후 미군들처럼 만행을 일삼고 젊은 인디언들은 백인들을 향한 분노만 쌓이게 된다. 젊은이들의 분노는 일탈로 드러나게 되고 인디언들의 미래는 점차 피폐해져간다. 이 대목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죽은 나탈리는 살아있을때 나이 많은 백인 남자친구 맷(존 번탈)을 만나 윈드리버를 떠나길 원했고 나탈리의 오빠 칩(마틴 센스마이어)은 백인에 대한 분노로 타락해갔다. 영화는 이것이 인디언의 미래라고 말하고 있다.
6. 여기에 코리의 복수가 등장한다. 그는 3년전 어린 딸 에밀리를 잃었다. 자세한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에밀리와 유사한 방법으로 에밀리의 친구 나탈리가 살해됐다. 앞서 말한대로 코리는 사냥꾼이다. 동물의 흔적을 추적하듯 발자국을 쫓아 범인에게 다가간다. 이윽고 범인을 잡았을때 코리의 방법 역시 사냥꾼스러웠다(물론 이때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법이긴 했다). 코리의 복수는 인디언의 실상과 별개로 극적인 재미를 준다. 그렇다고 코리의 이야기가 인디언의 실상과 무관하지는 않다.
7. 흥미로운 점은 코리가 백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카우보이 같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아니, 너는 용맹한 인디언같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면은 완전한 인디언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의 외모는 백인이다. 마치 겉모습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분명 코리와 그의 조상들이 윈드리버에서 자리잡는 과정은 험난했을 것이다. 백인인 외모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코리는 윈드리버의 모든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사람이다. 결국 '인종'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인종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코리로 인해 "인종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8. 제인은 참 특이한 FBI요원이다. 수사를 하면서 냉정을 찾기 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피해자들에게 공감하는 사람이다. '신참 FBI요원'이라는 캐릭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이다. 그녀는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앞에서 다분히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숙련되진 않았다. 그리고 버팔로 빌을 잡기 위해 지하실로 들어갔을때는 두려움을 드러내지만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아직 물들지 않은, 감정에 충실한 신참 요원을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표현의 공통점은 사건 앞에서 침착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인 밴너는 클라리스 스탈링과 닮았다.
9. 결론: '윈드리버'는 한때 땅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소수민족'이 돼버린 인디언의 삶에 가장 깊게 공감하고 그 울분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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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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