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큐어] 나름의 해석 및 리뷰 (강스포/스압주의)

개인적으로 모처럼 여러가지를 정리해 보고 싶은 작품이어서
스포가 포함된 리뷰를 써 봅니다.
영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참 독특한 영화입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연출 방식이 그렇다는 느낌이 들죠.
특히 도입부에서 업무에 찌들은 빌 모리스라는 회사원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하며 훅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구요.
긴장감은 계속되지만 눈에 보이는 잔혹하거나 고어한 공포가 아니라
실체를 알 수 없는, 또 앞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는 공포라는 점에서
영화의 초중반까지 굉장히 능란하게 관객들의 숨을 쥐락펴락합니다.
이는 아마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CF 감독 출신이라는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짧은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를 축약해서, 비주얼적으로 나타내야 하는 작업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비주얼에 참 많이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한 마디로 영화의 '스타일'에 굉장히 공들였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것을 극대화시켰구나, 하는 부분도 느껴지구요.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가장 중요한 소재는 '물'입니다.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주제는 '강박'과 '여성성'이라는 부분이구요.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의 초반에서는
'올해의 샐러리맨' 상을 받은 샐러리맨이 늦은 시간 홀로 야근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사무실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조명보다도 화면 한가득 주식 차트가 띄워진 모니터죠.
중요한 편지를 뜯어볼 틈도 없이 업무에 몰두하던 사내는
심장에 통증을 느끼며 물을 마시다 사망합니다.
정수기의 물이 쓰러진 그의 몸과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며 영화가 시작되죠.
"A CURE FOR WELLNESS"라는 영화의 제목을 보여주면서요.
("건강을 위한 치료법"이라니, 왠지 스릴러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목이죠)
# 강박
사실상 이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특정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물질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들입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그리고는 과로사로 사망하는) 빌 모리스의 경우는
올해의 샐러리맨을 받을 정도로 유능하지만 밤늦게까지 혼자 사무실에 남아 야근하는 인물입니다.
사내에서는 능력은 있지만 지나치게 성실해서 탈, 이라는 평을 받죠.
결국엔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독은 현대사회에서의 일이나 돈에의 집착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보여주려는 듯 합니다.
(실제로 펨브룩이 이사회에 보낸 장문의 편지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줍니다)
주인공인 록하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얼핏 보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척 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이죠.
그의 내면 깊숙히는 일 때문에 자신의 눈앞에서 다리에서 투신해 물에 빠져 죽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바쁜 일 때문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 또한 존재합니다.
담배를 끊어야 하지만 끊지 못해 강박적으로 니코틴 껌을 씹어대고
편안하게 잠을 자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수면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그는 CEO인 펨브룩을 데려간다는 이유로 '웰니스 센터'를 찾아가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것은 록하트 자신이라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원장이 그의 앞에서 뭄을 낮추고 눈높이를 맞추며
'마지막이라고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낀 때가 언제입니까?'라고 나지막히 말할 때
자신도 모르게 그 곳에 머물고 싶어졌을 겁니다.
그런 걸 물어봐준 이가 지금껏 없었을테니까요.
웰니스센터에 있는 수많은 부요한 노인들이 왜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반대로 웰니스 센터의 많은 이들은 '건강'이라는 강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깊숙히 들여다보면 '장수'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웰니스 센터의 수많은 직원들은 아마 그곳만의 특별한 'CURE'를 통해
굉장히 오랫동안 그들만의 삶을 즐겨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 후반, 원장의 특별한 의식에 맞추어 마치 거대한 종교집단처럼 행동하고
그 '의식'이 벌어지는 동안에는 마치 몇백년전의 귀족 파티처럼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왈츠를 추죠.
다른 이들을 희생해서라도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일종의 강박이 새겨져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작.. 원장의 강박이 가장 끔찍합니다.
'완전무결함'을 추구하는, 그것도 '핏줄'에서 완벽함을 찾으려고 하는 그의 강박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핏줄'이라는 것이 '완벽'해진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는데도
그의 강박은 여동생에게, 그리고 그의 딸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만들죠.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어떠한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자신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고 매몰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실제로 주인공인 록하트의 경우에도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인물이지만
영화의 엔딩에 이르러 그의 미소를 보면
과연 그가 사건을 해결하고 행복해진 것인지,
그는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남게 되더라구요.
과연 그가 과거의 강박에서 모두 벗어나 진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여성성
사실 이 영화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방식은
다소 고전적이며 전형적이고 때로는 불편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수동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심지어 백치미까지 가지고 있는 소녀,
그리고 중요한 듯 다뤄질뻔한 록하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결국 참 가볍게 다뤄졌던 것 같구요.
(록하트가 소녀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엄마가 유품으로 남긴 오르골의 멜로디를 소녀가 똑같이 허밍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여성성이란 거의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형태로 표현됩니다.
남작의 '완벽'이라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범해졌던 여동생,
그리고 그를 끔찍하게 여긴 주민들이 여동생을 마녀사냥하듯 잡아 화형을 시키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주요 범죄자인 남작 자신은 살아남습니다)
태아 상태로 배를 갈라 꺼내어진 딸, '한나'는 저수지에 던져지고
극적으로 구조되어 남작의 손에서 세상에서 격리되어 물정 모르는 백치 소녀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또다시 남작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임신 가능한 상태까지 사육되죠.
결국 남작이 한나를 애지중지하며 키운 것은 그녀가 딸이기에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핏줄을 완벽하게 만들 자궁을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던 겁니다.
세상으로 다시 나가는 과정 또한 수동적입니다.
'세상으로 나가자'며 자전거를 끌고 와 록하트를 태우긴 하지만,
웰니스 센터까지 달려온 회사의 간부와 마주치고 그들이 록하트에게 '돌아가자'라고 했을 때
만일 록하트가 돌아갔더라면..? 아마 한나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을 겁니다.
거기에서 록하트가 마치 그녀를 보호하겠다는 듯 그녀를 태우고 자전거를 끌고 내려갈 즈음이 되어야
한나도, 관객도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지요.
어쨌든 그나마 장어 엑기스 뽑기(!)에 당하고 멍청해진 록하트에게
어머님의 유품인 발레리나를 쥐어주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나
스스로 자전거를 끌고 와 나가자고 말하는 장면 등에서
그래도 조금씩 변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작은 희망 정도를 보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비주얼
영화는 후반에 들어 좀 루즈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록하트가 문제를 깨닫고 반항을 시도하지만 가로막히는 지점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상당히 길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속도감 있게 편집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고
위에서 이야기했던 전형적인 지점들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비주얼에는 침을 삼킬만 합니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긴장감을 끌고 갈 수 있는,
즉 '스릴러'와 '미스테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한 데에는
이 영화의 비주얼적인 연출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장소적으로는 굉장히 고풍스럽고 평화로우면서도 비밀스러운 느낌이 잘 드러나 있고,
인물들의 표정을 지운 태연한 얼굴에서는 그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증기가 가득한 스파 안으로 조금씩 걸어들어가며 앞으로 있을 미스테리한 일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나
한밤중 화장실에서 삐걱대는 변기 레버의 손잡이,
산 꼭대기의 고성 위에서 고요히 하늘을 비추는 알 수 없는 깊이의 연못,
이상한 소음이 들리고 바람이 흐르는, 불태워진 예배당의 지하...
그리고 '신경과민'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데인 드한의 모습과
비밀을 간직한 소녀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미아 고스의 모습은
이 영화의 모든 비주얼을 아우르며 긴장감을 이끌어냅니다.
이토록 우아한 분위기가 흐르는 스릴러는 참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몇 가지 궁금점들과 생각 정리
1. 오프닝 씬, 빌 모리스의 죽음
빌 모리스의 죽음을 이 영화의 오프닝으로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빌 모리스는 초반에 이 장면과 이사들의 대화에서 아주 잠깐 등장할 뿐,
결국 이 영화에 등장하는 어느 사건과도 연관성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만, 결국 과로로 인생을 허무하게 마감할 정도로
일에, 그리고 돈이라는 것에 매몰되어 있는 인간이었죠.
(여기에서 그들이 일하는 회사가 투자 관련 회사라는 것은
인간이 물질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감독의 의도를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됩니다)
빌 모리스가 사망하기 직전에, 부사장인 행크 그린 앞으로 온 펨브룩 사장의 편지를 발견하는데,
웰니스 센터에서 보낸 것으로 추청되는 그 편지를
빌 모리스는 미처 읽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펨브룩이 직접 작성한 그 편지의 내용의 주제는,
'인간들은 돈에, 물질적인 것에 몰입한 나머지 진짜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한 번 진실에 눈을 뜬 사람은 그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은 이곳에서 건강을 위해 계속 지낼 것이다.'
라는 내용이 굉장히 멋진 표현들과 함께 작성되어 있지요.
결국 빌 모리스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채 일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구요.
심지어 그가 죽음을 맞는 상황은 쓰러진 채 정수기의 물이 그의 몸을 적시고 있죠.
웰니스 센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는 정화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을겁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삶은 치료가 필요하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2. 한나가 '준비되어가는' 과정
한나는 사실 태어난지 100년도 더 된 인물입니다.
하지만 원장의 '장어 엑기스(!)'때문인지 굉장히 더디게 성장해왔죠.
영화에서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듯한 소녀로 표현됩니다.
실제로 원장은 록하트에게 '한나는 성장이 참 느리다. 특별한 아이이다'라고 하구요.
사실 한나는 본인의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며,
그저 자신이 '건강해지면' 아빠가 찾으러 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병이 낫고 퇴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죠.
그러나 원장은 한나가 '준비되기 전'에는 퇴원할 수 없다며 한나를 달랩니다.
여기서 준비된다는 것은 역시 완벽한 핏줄을 만들기 위한 준비겠죠.
즉, 한나가 임신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장은 '록하트가 오히려 너를 준비되게 해 주었다'고 하는데,
록하트와 함께 마을 나들이를 간 것을 이야기해준 것 같습니다.
마을 나들이에서 한나는 청년들의 집단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자 화장실에서는 그녀들이 생리한 흔적을 보게 되고
세면대에서 붉은색 립스틱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집어들고 나옵니다.
펍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한 남성과 몸을 밀착시키고 춤을 추게도 되는데,
그 경험이 한나의 여성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2차 성징이 발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원장은 한나가 드디어 '준비되었다'고 판단하게 되죠.
3. 한나의 첫 월경, 수영장과 뱀장어들
영화에서 장어는 물에 던져진 인간들(시체이든 살아있는 인간이든)을 사정없이 먹어치웁니다.
한나가 수영장에 들어가고 우연히 첫 월경이 시작되는데,
피냄새를 맡았는지 피가 퍼지자마자 뱀장어들이 엄청 몰려오기 시작하죠.
처음엔 한나가 공격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는데
혼란스럽게 움직이던 뱀장어들이 어느 순간 일사분란하게 한나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맴돌죠.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듯, 혹은 반갑다는 듯.
단순히 생각하면 감독이 한나를 '성스러운', 혹은 '완벽에 가까운 존재'라고 그리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남작이 성취하고자 했던 '핏줄의 완벽함'이라는 것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
한나를 완벽한 존재로 그리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상상을 전개해 보았는데요.
사실 한나는 미처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의 뱃속을 갈라 억지로 꺼내어지고
장어들이 사는 저수지에 던져져 죽을 뻔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죠.
중간에 빅토리아 여사가 가지고 있던 책에 있는 삽화를 보면,
태아가 저수지로 던져지는 순간 뱀장어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한나가 저수지로 던져지던 당시에도 뱀장어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인데,
한나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는 한나를 공격하거나 잡아먹지 않고 살려주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것을 원장이 발견하고 지금까지 키워준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장어들이 한나가 예전의 그 아이라는 것을 알고 물러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살려주었던, (혹은 보호해주었던?) 한나를 알아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원장 때문에 지하 호수에 던져진 인간들을 먹이로 삼고 3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긴 했지만
처음부터 육식을 하지는 않았겠죠...?
뱀장어는 원장에게 이용당하며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그래도 일종의 순수성이랄까, 오히려 그런 것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4. 웰니스 센터의 직원들 & 마을의 경관
처음부터 뭔가 미심쩍은 분위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절정 부분으로 갈수록 역시 이상한 이들이라는 게 확실해지더라구요.
한나가 '준비된' 이후, 원장과 의식을 치르려고 하는 날을 보면
모두 흰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램프를 든 채로 모이는데요.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는 집단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 했습니다.
그들이 신봉하는 대상은 원장이 주는 '장수'가 아닐까, 싶은..
원장은 벌써 200년 넘게 살아온 남작이잖아요.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뱀장어에게서 추출한 '엑기스', 그들의 표현으로는 '비타민'이었겠죠.
그 추출 과정을 모두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비타민'을 알았을 것이고
원장은 그들을 충실한 직원(사제)으로서 부리기 위해 그 비타민을 공유했을 겁니다.
또한 그 마을에서 오랫동안 외부와 격리된 자신만의 성을 구축하기 위해
외부의 권력 있는 자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을텐데,
그것이 바로 경관이었을 테고요.
록하트가 센터에서 탈출해 경관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을 때
그의 책장에 놓여져 있는 '비타민 병'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오랜 기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공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겠죠.
5. 영화의 엔딩. 록하트와 한나의 그 이후는..?
사실 이 영화가 이런 열린 결말을 사용한 게 어쩌면 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결말을 제시했더라도 뭔가 더 미심쩍고 불안하게 생각되었을 것 같더라구요;
마지막 부분에서 APR의 이사진들이 웰니스 센터를 찾아오는데,
이것은 얼마 전 록하트가 펍에서 행크 그린 부사장에게 전화한 데에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들은 그때까지 록하트가 왜 소식이 없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는데,
그거야 당연히 센터의 원장이 회사에 연락했다고 했던 말이 거짓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록하트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을테고,
금융위원회의 조사가 들이닥친 상황, 그리고 합병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직접 찾아왔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요.
(그렇다곤 해도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우르르 몰려왔다는 게 이상하긴 하죠)
이제 너의 역할은 끝났으니 '돌아가자'라고 말하며 '이젠 좀 괜찮나?'라고 묻는 이사에게
록하트는 "I feel better."(훨씬 나아진 것 같네요)라고 답하며
한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비탈길을 달려 내려옵니다.
그 와중에 미소를 짓는다고 짓는데... 왜 전 그 미소가 더 불안하게 보이는건지;
아무튼 왠지 해피엔딩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더라구요;
지갑이나 여권을 챙겨온 것 같지도 않고.. 한나는 아직 정신이 미숙한 상태이고..
현실적인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 뒤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아무튼 순탄하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감독은 딱히 그 뒤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영화의 결말은 관객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라는 느낌보다는
"두 사람은 어쨌든 탈출하긴 했습니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 뒤로 둘이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6. 록하트의 빠진 이, 엑기스 추출(;) 후에 왜 멀쩡한가?
의외로 이 부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ㅎㅎ
GV때도 질문이 나왔고, 후기 보니까 의문을 갖고 계시기도 하고 ㅎㅎ
오히려 저는 굉장히 심플하게 생각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 곳은 부자들을 떼로 잡아서 자발적 노예로 만드는 곳이잖습니까.
당연히 돈이 모자라지는 않을거고, 아마 치과의도 실력 있는 의사를 고용했을테고요.
록하트에게 장어 시술(!)을 하고 나서 그가 완전히 자신들의 통제 하에 있다고 생각한 이후에,
아마 임플란트든 뭐든 다시 치료를 해 준 게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이 곳은 표면적으로 그들의 건강을 신경써야 하는 웰니스 센터이니까 말입니다.
엑기스 추출과 치아가 복구된 시점의 시간적 공백이 어느 정도인가는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원장이 한나를 범하는 의식을 치르려고 했던 것을 보아 한나의 월경이 끝난 이후 가임기가 되었을 시점일 거고
어쨌든 바로 직후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치아를 치료할 시간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7. 엄마의 오르골과 한나의 허밍
록하트는 어머님의 임종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도 없이
인간적으로 고립되다시피 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인간들을 제외하고는요)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오르골과 발레리나는
그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트리거로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한나를 보았을 때에는 성벽 위에 서 있는 미스테리한 여자애, 정도였겠지만
웰니스 센터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는
한나가 어머니의 오르골에서 나오던 멜로디를 읊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멜로디가 들리는 곳을 따라가니 한나가 있었죠.
즉 그에게 있어서 한나는 '치료를 받는, 연민이 느껴지는 환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모성에 대한 그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여성으로서 받아들여진 것 같았어요.
사실 두 노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록하트가 한나에게 '그 노래는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만
한나는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죠.
이것으로 보아 그 노래는 흔히 어딘가에서 들을 수 있는 멜로디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한 가지 가능성은, 한나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인물이니만큼
그녀가 허밍하던 멜로디는 굉장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음악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어딘가에서 듣고 기억했던 어머니가 그 음악이 있는 오르골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사실 영화 내에서 너무 힌트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연관성을 증명할 수 없지만 어쨌든 록하트와 한나를 감정적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 넣은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궁금증을 느끼셨나요?
한 번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_+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석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ㅋㅋ)
왠지 정리해보니 영화가 조금은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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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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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멋지게 정리해주셨네요!
영화속에서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겨주신듯한^^ 잘 읽었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특이한 영화라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정리 잘 해주셨네요.

잘읽었습니다! ㅎㅎ
와우 훌륭한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