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서유기3 : 월광보합 리턴즈] 사족이 되버린 서유기 세번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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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97
- 20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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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지왕', '식신'과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 주성치의 대표작을 다투는 '서유기' 2부작(월광보합, 선리기연)은 주성치와 유진위의 잼세션이었다. 모든 팬들이 주성치의 영화로 기억을 하고 물론 주성치의 존재감과 스타일이 확실한 영화이지만, 이 작품의 실질적 설계자는 일찌기 '도성'으로 주성치를 일약 톱스타로 끌어올린 유진위 감독이었다. 한편 왕가위의 영화지기이기도 한 유진위 감독은 '서유기'에 동사서독과 중경삼림의 대사와 음악,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서와 무드들 빌려 와 폭력적 신체훼손 코미디와 심금을 울리는 멜로가 공존하는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화서유' 2부작의 영광 이후 주성치와 유진위는 갈라섰지만 각자 '대화서유'의 지분을 주장하는 연작들을 발표했다. 유진위 감독은 '정전대성'(2005), '월광보합(越光寶盒)'(2010, 대화서유 1편 월광보합(月光宝盒)과는 한자가 한 글자 다르다) 을 내놓았지만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주성치는 '서유 항마'(2013)로 오리지날 '서유기' 2부작의 성공적인 프리퀄을 완성하며 다시 한번 팬들을 열광시켰다. 유진위가 원전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멈칫 거리는 동안 주성치는 원전의 정서를 고스란히 안고서도 완전히 새로운 외전 시리즈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서유기'에 대한 집착은 유진위 감독이 훨씬 심한 듯 하다. 유진위 감독은 작년에 무려 '서유기' 3편(원제가 大話西游 3 , A Chinese Odyssey Part Three , 2016)이라는 공식적인 속편 타이틀을 달고 <서유기3 : 월광보합 리턴즈>를 내놓았다.(아마도 주성치가 감독한 '서유항마'의 대단한 성공이 자극이 됐으리라)
<서유기3 : 월광보합 리턴즈>는 오리지널 '서유기' 팬들의 자하선사(주인)에 대한 애잔함을 의식한 듯 지존보가 아닌 자하를 타이틀롤로 전면에 내세우고, 지존보와 자하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인 손오공 짝퉁 육이미후와 자하의 쌍둥이 언니 청하의 러브스토리를 삽입시키면서 오리지널 '서유기' 2편 선리기연의 이야기 구조를 교란한다. 그래봐야 남는 것은 원전 선리기연과 똑같은 실패한 러브스토리의 숙명이다. 연인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하고 조여오는 금강권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손오공(육이미후)의 후회이다.
서유기의 공식적인 시리즈 3편이라고 하기에 <서유기3 : 월광보합 리턴즈>는 조잡하다. 지존보 역을 맡은 한경은 주성치의 아우라에 턱없이 못 미치고 전편에서 정소동이 설계한 고퀄의 액션 안무는 형편없는 CG로 대체됐다. 그래도 유진위는 원전의 정서와 무드만큼은 어떻게든 재현해 보고자 몸부림치며 애써본다.(같은 주제곡과 테마음악을 가져오고 전편의 명장면을 다시 보여준다)
아, 덧없다. 서유기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으로 99% 완벽하다. 무엇을 더 보태겠다는 욕심은 미련이다. 그 점에서 주성치는 영악하고, 유진위는 미련하다.
덧. <서유기3 : 월광보합 리턴즈>에서 자하를 연기한 당언이 오리지널 자하, 주인과 많이 닮아 보이는 것은 그저 내 느낌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