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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드] 관객과의 '얼라이드'는 어디에

jose j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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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ied-Movie-Poster.jpg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얼라이드>(Allied).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복수(複數)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 연합군에 협력한다는 뜻. 둘, 글자 그대로 함께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뜻. 이 영화는 두 의미 모두와 '함께한다'. 맥스(브래드 피트)와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은 연합군의 비밀요원이다. 마리안의 스파이 행적 때문에 둘의 사랑에는 금이 간다. 그녀를 감싸든다면, 맥스는 총살될 것이다. 그럼에도 맥스는 그녀와 함께하고자 했다. 영국군 장교라는 직분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었다.

 

pitt.jpg

▲맥스는 영국군 장교라는 직분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었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죽음을 전제처럼 삼는다. 맥스와 마리안은 카사블랑카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처음 만났다. 맥스의 말을 빌리면, 이 일을 마치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살아있을 확률은 "40%"에 불과하다. 작전 당일 이들은 임무에 성공했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마리안이 총구에 모니크(카미유 코탱)를 겨눈 순간, 그녀는 망설였다. 이미 자신의 손으로 모니크의 남편을 죽였던 상황. 후환이 없도록 그녀 또한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끝내는 쏘지 못했다. 정(情)에 흔들렸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서 복선이 되었다. 마리안이 훗날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날이 오겠다는.

 

마리안과 맥스는 결혼했다. 맥스의 상관인 프랭크(자레드 해리스)가 말했다. "임무 중 만난 연인은 오래 못 가." 영화는 "연인이 오래 못 가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필요없는 장면은 생략한다. 시간과 장소는 빠르게 전환된다. "3주 후" "1년 후"와 같은 자막이 활용된다. 맥스가 늦은 밤 타지에 있던 장면 뒤엔, 곧바로 마리안이 집에서 다음날 아침을 맞는다(이 때 마리안은 커튼을 열어젖힘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다). 빠른 커트는 전개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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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과 맥스의 관계에 금이 갈수록 화면에도 균열이 생긴다.

 

장면과 장면, 프레임과 프레임의 '관계'(allied)뿐 아니라, '프레임 내'에서 서스펜스를 강화하기도 한다. 마리안과 맥스의 관계에 금이 갈수록 화면에도 균열이 생긴다. 창틀, 문틀, 복도, 거울을 이용하여 화면을 분할한다. 분할하여 생긴 두 장소에 각각 마리안과 맥스를 배치함으로써 서로의 거리감을 시각화한다.

 

마리안은 말했다. "전쟁 따윈 잊고 우리 가장 멋진 하루를 보내요." 가장 행복했던 그 날, 그녀는 유서를 남겼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끝은, 자신의 죽음일 것임을. 이렇게 <얼라이드>는 스스로와 끊임없이 호흡하고 조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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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2009)에서 의심 많은 소령으로 나왔던 아우구스트 딜은 <얼라이드>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맡았다.

 

그러나 <얼라이드>는 가장 중요한 대상과 연계하는 데 실패했다. 바로 관객이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어떠한 참신함을 찾을 수 없다(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같은 화면에 있다는 점을 빼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2009)에서 의심 많은 소령으로 나왔던 아우구스트 딜은 <얼라이드>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맡았다. 이번엔 대사(大使)로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는 점에선 이번에도 같다. 이 영화의 플롯은 <색, 계>(2007)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2005)로 익숙하다. 장소는 <카사블랑카>(1942)로 낯이 익다. 

 

이 영화만의 장점을 찾아보려 했다. 프레임 분할? 수도 없이 쓰인 클리셰다. 리지 캐플런과 샬롯 호프가 맡은 레즈비언 커플? 새롭다. 70년 전 동성 커플이라니.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가만, 이들이 꼭 등장해야 했을까 생각한다. 타당성을 찾기가 힘들다. 종전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의 여동생을 동성애자로 택했다면 이에 걸맞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인물의 정체성은 소품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처럼 책상 앞이 아니라, 스크린 앞에 앉았을 때, 그러니까 관객이었을 때 나는 기대했다. 결말은 다르겠지. 그런데 마리안이 자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었다. 언젠가 <이끼>(2010)에 남겼던 평이 생각났다. "인간에게 자살이란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지만, 영화가 결말로 택하기엔 참으로 편리한 수단이다."

 

영화는 때로 명작이 되어 시대를 초월한다. 어떤 영화는 한철, 한해를 겨냥하여 나타났다가 재빨리 사라지곤 한다. <얼라이드>는 후자다. 이 영화는 곧 잊힐 테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에게,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티아르에게는 또 하나의 범작으로 남을 것이다. 그들의 다음 작품을 기약한다.

 

#더 많은 글과 평가가 보고 싶은 분들은 왓챠앱에서 jose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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