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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나홍진과 슈베르트, 그리고 버줌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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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가히 올해의 괴작으로 손꼽혀도 될 정도로 그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기이한 영화입니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지옥도를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 증거들은 인터뷰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죠. 익무에서나 평단에서나 이 영화는 거의 마스터피스급의 상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가 다소 불균형하게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는 이미지는 동양적인 색채를 넣었지만, 텍스트는 서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서 나오는 성경의 인용은 물론이고, 훈도시를 입은 외지인, 좀비의 움직임 등 이미지적으로도 서양적인 색채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와 함께 참조하면 좋을 노래 2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첫번째 곡은 슈베르트의 <마왕>입니다.

 

마왕

 

https://www.youtube.com/watch?v=JS91p-vmSf0

 

"아가야, 왜 얼굴을 숨기며 불안해 하니?"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아요?"

"마왕은 관을 쓰고 긴 옷자락을 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가야, 그건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가곡 '마왕'은 마왕에 시달리는 아들과 불안에 빠진 아버지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사를 보면 곡성에서의 아버지와 딸을 연상케합니다.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시달리는 자식과 불안에 빠진 아버지. 가곡에서 마왕은 왜 이들을 괴롭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곡성 역시 왜 귀신이 아이를 괴롭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종구의 가족이 비극을 맞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언급을 했는데, 괴테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두 작품 모두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서 비극을 맞게 되는 가족이 나온다는 점에서, 아마도 나홍진 감독이 이 가곡을 참조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Jesus Tod

 

https://www.youtube.com/watch?v=Z3Fbxef-ugU

 

"A dark soul laid on the ground. So cold that water changed the ice."

 

'Jesus Tod'는 노르웨이 원맨 블랙메탈 밴드 버줌이 1996년에 발표한 4집 앨범 'filosofem'에 실려있는 곡입니다. 제목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예수의 죽음'이죠. 헌데 그 죽음은 성경에 나온 내용이 아닙니다. 예수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악마의 땅이 된다... 그런 가사입니다.

블랙메탈이라는 장르는 북유럽에서 대흥행을 거둔 만큼, 기독교와도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버줌의 멤버인 카운트는 교회들을 불태우는 운동을 벌이기까지 할 정도로 안티 크라이스트적인 인물입니다. 카운트는 1993년 자신이 속해 있었던 밴드 메이헴의 리더를 살해해서 10년이 넘게 감옥에 있었을 정도로 무서운 인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런 노래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곡성도 이 노래와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를 믿을 것이냐? 이 질문은 영화 속의 세계를 혼란으로 만듭니다. 관객들은 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보고 여러가지 추측을 합니다. 예를 들어, 무명의 말을 들었으면 종구가 살았을 것인가? 그러나 나홍진 감독은무명의 말을 들었어도 종구의 가족은 죽었을 것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어쩌면 그가 만든 세계가 'Jesus Tod'의 세계가 아닐까요?

 

나홍진은 악마다!

그러나 <곡성>에서의 세계는 혼란스러운 지옥을 만든 반면에 그 세계의 논리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주인공 종구는 자신의 추측만으로 외지인을 검거하려 합니다. 외지인과 일광이 왜 한패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이 나오지도 않고요. 중간 중간마다 나오는 산 인서트는 '원래 이 세상이 이런거니 그냥 받아들여라'는 감독의 의도로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가장 악랄한 점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제물로 종구의 딸을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이를 가장 악랄하게 괴롭힌다는 것이죠. 이는 서사의 윤리성을 해쳤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결말에는 종구와 종구의 딸이 행복하게 보내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나홍진 감독이 종구를 위로하는 측면에서 넣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래서 이 영화는 종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 같아서 더욱 비겁해집니다. 

곡성은 분명히 이미지적으로는 탐구해볼만한 영화이지만, 내적으로는 텅빈 영화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정말 악마에 의해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믿고 싶군요. 제 옆자리에 앉았던 여성분이 영화가 끝나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홍진은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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