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3:와일드 헌트] 7번째 아들이 이렇게 나왔어야 해!!!!!!

0. 참고로 극초반만 진행한 상태입니다.
진행률로 따지면 2%가 될까말까...근데 사이드 퀘스트들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어서
차분히 '음미'해가며 즐기는지라 본편은 진행할 생각도 못하고 있어요.
그런고로 이번에도 감상기의 깊이 따위는 없는...
1. 중고딩 때는 RPG 게임을 참 좋아했었습니다.
RPG 장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판타지 세계관도 너무 매력적이었고
전략적인 육성과 전투를 중시하는 플레이 방식과,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잘 짜여진 이야기도 좋았죠.
근데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게임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RPG 장르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RPG라는 장르의 대세 자체가,
등급이 높은 아이템 맞추기 내지는
레벨을 올려서 던전 공략하기 같은
줄거리와 세계관의 비중은 줄어들고 그저 강한 캐릭터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그 부분이 실망스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위에 말한 요소들도 RPG의 재미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말 그대로 세계를 모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장르에서 저것만 하는 건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2. 그래서 PS4를 장만한 후에도 RPG 쪽으로는 별로 눈을 돌릴 생각이 없었어요.
애초에 콘솔 게임 쪽에서는 직관적인 플레이를 중시하는 액션 장르가 더 많이 출시되기도 하고요.
근데 '위쳐3'가 이상하게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애초에 2015년 GOTY(게임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한 작품이라 유명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인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관심이 갔습니다.
3. 그 이유를 짤막하게 정리하자면,
-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훌륭한 줄거리와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평가
- (서양RPG에서 은근히 보기 힘든...)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일러스트
- 괴물 사냥꾼이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직업
- RPG 애호가였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4. 그래서 디스크는 사실 2달쯤 전에 구입은 했는데, 이런저런 게임을 하느라 뒤로 미루고 밀렸어요.
그러다 얼마 전에 드디어 설치했죠.
5. 그리고 그날 밤을 지새웠습니다...;;;
6. 개인적으로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화면은 TPS 장르처럼 보이는데, 실제 TPS에 비해서
훨씬 많은 텍스트량도 부담스러웠고 조작감도 좀 낯설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RPG 장르를 접해서 생긴 'RPG 기피 증후군' 같은 거랄까...
7. 근데 튜토리얼을 마치고 그리핀을 잡는 초반 미션을 수행하는데...
"와~, 이 게임 뭐야!? 이걸 어떻게 만든 거야?! 영혼을 갈아 넣었나??"
생각했습니다.
8. 게임의 주인공인 게롤트는 '위쳐'라 불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괴물 사냥꾼입니다. 그걸 위해 일종의 신체 강화 같은 것을 받아서
약간의 마법도 쓸 수 있고 신체 능력도 보통의 인간을 상회합니다.
위쳐들은 여러 집단이 존재하는 것 같고, 사회에서 환영받는 집단은 아닌 것 같아요.
괴물들도 무섭지만 그런 괴물들을 처치할 정도로 강하고 은근히 인간같지 않은...
그리고 무섭도록 냉정하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가는...(ㅎㄷㄷ) 그들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은 거겠죠.
하여간, 게롤트는 이런 위쳐 중에서도 제법 베테랑으로 보이고
플레이어는 게로트를 조종해서 괴물 사냥을 하게 됩니다.
9. 근데 이게 보통 요즘의 많은 양산형 RPG에서
"저 괴물 잡아줘 - 수락 - 어디 필드로 이동 - 칼질 - 성공 아니면 실패했을 시 노가다 렙업 - 다시 도전 - 성공"
이런 식으로 구성된 밋밋한 사냥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괴물이 정해졌으면,
- 괴물 도감을 뒤져서 그 괴물의 약점을 파악한다.
- 둥지를 찾아내서 녀석의 습성을 파악한다.
- 놈을 유인할 미끼를 만들기 위해 호수 밑의 약초를 수집한다.
- 목표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도록 무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 악령 같은 경우 퇴마를 위해 악령이 된 원인을 찾는다.
- 악령의 집착이 남아있는 물품을 찾는다.
-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파이트!!!!
한 두 번 정도의 의뢰만 마쳤는데 대략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진짜 위쳐가 되어서 괴물을 사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수사관이 된 것 같은 느낌도 있고요.
정말 위쳐라는 직업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10. 그렇다고 괴물 사냥만 하는 건 아니고요.
정말 다채로운 퀘스트가 가득 차 있습니다.
잃어버린 프라이팬 찾아주거나, 전쟁터에서 실종된 형제를 찾아주거나, 방화범을 찾아내거나~
11. 더욱더 마음에 드는 점이, 이런 서브퀘스트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심어놨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무리 다양한 퀘스트가 존재한다고 해도 게롤트가 가진 능력의 한계와 플레이어의 습관 등으로
퀘스트나 그걸 해결해 가는 방식에 있어서 정해진 패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이 게임은 그 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영리하게 그런 반복적인 패턴에 질리지 않도록
퀘스트마다 제법 밀도 있는 사연이 깔려 있습니다.
그냥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걸 하고 싶으면 뭐 몇 개 가져와.', '이거, 저거 가져오면 뭘 만들어 주지.'
하는 형식상의 대사 몇 개가 아니라, 기승전결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심지어 감성까지 콕콕 건드리는
이야기들이 말이죠.
12. 전투 시스템 자체도 처음에는 손에 익히기가 만만치 않은 느낌었지만
몇 번의 실전(?)을 치뤄보니 스킬 등록해 놓고 열심히 연타만 하는 게 아니라
공방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 방식이라 긴장감 넘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전투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그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
13.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고 나자 생각나는 영화가 작년에 개봉했던 '7번째 아들'이었습니다.
원작은 따로 있는 영화이지만, 보면 원작보다도 이 게임을 닮아있는 요소가 제법 있습니다.
특히 퇴마를 업으로 자들이 기사단 같은 단체를 이루고 있고, 무슨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구와 준비를 통해 퇴마를 시행한다는 점!!
그래서 그리핀과 우물의 악령이란 두 괴물을 잡은 후에 육성으로 외치고 말았습니다.
"7번째 아들이 이 게임처럼 나왔어야 했어!!!!!!!"
그럼 진짜 엄청난 물건이 나왔을 텐데 말이죠. ㅠㅠ
14. 이 게임에 대해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사서 하세요."
15. 사서 하세요.
해롱해롱
추천인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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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이 완결이라는 게 슬플 따름입니다. ㅠㅠ

PS4로 하다가 프레임 개떡 같이 나와서 잠깐 접고 몇달째 안 하는데..
패치로 지금 많이 고쳐졌다고 하더라고요.. 날 잡아서 진득이 해봐야하는데
게임이 워낙 방대해서 시간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전 아예 다른 게임 하는 중에 틈틈이 하는 식으로 느긋하게 즐길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게임만 잡고 있으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