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마카오영화제] 남방차점적취회 (2019) 관람평

이용철ibuti 이용철ibuti
4201 6 4

KakaoTalk_20191210_130712853.jpg

 

호수의 여인
남방차점적취회 (南方車站的聚會, The Wild Goose Lake) _ 디아오 이난, 2019

 

디아오 이난의 신작 누아르다. <백일염화 (白日焰火)>(2014)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디아오 이난은 신작의 행선지로 칸영화제를 선택했다. 이미 <야간 열차>(2007)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분에 나갔던 그로서는 당연한 노선일지도 모른다. <남방차점적취회>가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대받으면서, 디아오는 중국영화의 다음 주자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린 셈이다. 한국의 영화제에선 아직 상영되지 못했는데, 영화가 워낙 어둡고 거칠어서 개봉은 불투명해 보인다. 

 

<남방차점적취회>는 올해 마카오영화제의 ‘월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영화의 상영에 앞서 감독의 무대 인사 및 프로그래머의 영화 소개가 있었다. 선형적이지 않은 구조와 탁월한 이미지를 영화의 특징으로 소개한 프로그래머는, 훌륭한 누아르로서 쿠엔틴 타란티노와 박찬욱의 영화를 능가한다고 했다. 완전히 수긍할 수는 없으나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을 전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평가였다. 작년 마카오영화제의 문제작이 <디아만티노>(2018)라면 올해는 <남방차점적취회>다.

 

KakaoTalk_20191210_130735717.jpg

 

비 오는 밤, 남자와 여자가 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서로 기억을 전달한다. 갓 일어난 사건과 뒷이야기는 그런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지역의 모터바이크 갱 사이에 분란이 생긴다. 관계를 중재하는 자리에서 총격이 발생해 관계는 더 나빠지지만, ‘모터바이크 훔치기’ 시합 안이 새롭게 제시되고 게임이 벌어진다. 한쪽 갱의 리더인 남자는 시합 도중 음모에 휩싸여 실수로 경찰을 죽이고 만다. 다음 날, 아내를 만나기로 한 남자 앞으로 웬 여성이 나타나 아내 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한다.

 

무대 인사에서 감독은 “왜 누아르 장르냐?”라는 질문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급변하는 중국에서 양극으로 나뉜 계층의 문제를 다루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범죄를 통해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은 <백일염화>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더 어두워졌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호숫가 지역’은 경찰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우범지역이다. 자연광을 강조한 카메라는 극빈층의 열악한 삶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활동하는 범죄자의 모습을 담기 위해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사실 이 영화의 풍경은, 프로그래머가 언급한 타란티노나 박찬욱 영화의 그것과 별로 상관이 없고, 1960년대 경제 발전의 그늘에 놓인 빈곤층을 보여준 일본영화나 필리핀의 서민을 다룬 리노 브로카의 영화와 연결해 읽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KakaoTalk_20191210_130840453.jpg

마카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디아오 이난 감독(사진 우측)


이미지가 실제 중국 하층민의 삶과 어느 정도로 닮았는지 모르겠으나, 풍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강렬하다. 지하의 막힌 공간에서 흔들거리는 백열전구 아래로 몰려 앉아 서로 으르렁거리는 갱들의 모습은 <엠>(1931)의 군중 신을 재연한다. 사람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낮의 에메랄드빛 호수와, 갱과 경찰과 주인공이 엇갈려 헤매는 밤의 아파트 미로를 대비시키는 방식이 탁월하다. 야광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1970년대 말에 유행했던 보니엠 <라스푸틴>과 징기스칸의 <징기스칸>에 맞춰 군무를 추는 장면은 싸구려 코미디와 아방가르드의 효과를 동시에 득한다. 그 위로, 그림자와 비가 빚는 암울한 톤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내가 제일 주목한 것은 의심의 흔적이다.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남자는 아내를 믿어야 하고, 그만큼 다른 여자도 믿어야 한다. 여자에게는 남자가 믿고 있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하다. 배신자와 경찰과 갱의 조직원들도 어떤 믿음을 기둥처럼 붙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는 게 비극이다. 의심이 그들의 믿음을 파괴한다. 믿어야 하는데 믿지 못하고 의심하면서 영화의 비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의심은 대체로 돈 때문이다. 크든 작든 돈에 대한 욕망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디아오 감독은 거기에서 현대 중국의 블랙홀을 찾는다. 

 

의심으로 내달리는 영화이지만, <남방차점적취회>의 엔딩은 아름답다. 그건 평범한 반전이 아니라, 어떤 세계관을 뒤집는 정도다. 형사가 엔딩에서 지었던 미묘한 표정, 스크린을 보는 나도 아마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주연을 맡은 호가는 왠지 나카다이 타츠야와 비슷하다(닮았다기보다 느낌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위에서 언급했듯이 <천국과 지옥>(1963) 같은 영화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팜므파탈로 분한 계륜미의 바짝 마른, 건조한 매력은 압권이다. 과연 현대 중국영화의 중요 배우답다. 

 

● 대사의 양이 적지 않은 영화다. 중국어 자막 밑으로 깨알같은 영어 자막을 읽느라 너무 힘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온 중요한 자막은 아예 읽지도 못했다. 뭐였을까.

 

이용철ibuti 이용철ibuti
16 Lv. 24690/26010P


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ㅈㅅㅈㅅ
    ㅈㅅㅈㅅ
  • raSpberRy
    raSpberRy

  • 11
  • 쿨스
    쿨스
  • caihong
    caihong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 [도뷔시]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09:43 811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29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09:31 2176
HOT ‘히트맨’ 뉴 포스터 1 NeoSun NeoSun 1시간 전23:55 420
HOT 2024년 5월 13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1시간 전00:01 562
HOT 케이트 블란쳇, 곧 기예르모 델 토로 차기작 출연예정 2 NeoSun NeoSun 1시간 전23:28 367
HOT 영화 맞추기 게임 2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3:35 304
HOT (DCU)크리스 프렛, 자신은 스타로드로 돌아올 것이며 제임스... 2 applejuice applejuice 2시간 전23:00 622
HOT 오늘밤 세계에서 일본판 블루레이 디자인 정발이랑 비슷하게... 1 카스미팬S 3시간 전22:03 207
HOT 콜린 파렐 주연, 넷플릭스 도박 영화에 틸다 스윈튼 출연 2 카란 카란 4시간 전21:18 607
HOT 이게.... 포스터? 개인적으로 꼽는 최악의 포스터들 7 스누P 4시간 전21:25 2255
HOT 부츠 페티시 슈퍼맨 7 시작 시작 5시간 전19:34 828
HOT 수지, 탕웨이 5 totalrecall 5시간 전20:24 1476
HOT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미학 3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20:02 638
HOT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미학 2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19:53 483
HOT 6월 공개 기대작 미드들 4 시작 시작 6시간 전19:09 1302
HOT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마이클 잭슨의 <BAD> 뮤... 8 카란 카란 6시간 전18:28 1347
HOT 애니의 거장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 “그사람 은퇴 생각 없어요” 7 시작 시작 7시간 전18:21 1459
HOT 트와이스 다현, 단숨에 주연까지...영화 '그 시절, 우... 4 시작 시작 7시간 전18:15 2478
HOT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해외 스틸북 컬렉션 실물샷 모음 4 NeoSun NeoSun 8시간 전17:15 728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5/10~5/12) 7 카란 카란 8시간 전17:10 450
HOT 일본 저명인들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평 7 카란 카란 9시간 전15:44 1397
HOT 세키가하라 (2017) 과거 일본 고전기 걸작과 비교해 손색이 ... 11 BillEvans 12시간 전12:31 1173
1136314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00:01 562
113631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3:59 134
113631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3:55 420
113631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3:44 177
1136310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3:35 304
11363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3:28 367
1136308
image
applejuice applejuice 2시간 전23:00 622
1136307
image
필름사랑 필름사랑 3시간 전22:15 217
1136306
image
카스미팬S 3시간 전22:03 207
1136305
image
스누P 4시간 전21:25 2255
1136304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21:18 607
1136303
image
totalrecall 5시간 전20:24 1476
113630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20:03 469
1136301
image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20:02 638
1136300
image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19:53 483
1136299
image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19:46 333
1136298
image
시작 시작 5시간 전19:34 828
1136297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25 418
1136296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25 340
1136295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24 404
1136294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19:09 1302
1136293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8:54 504
113629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18:40 557
1136291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8:28 1347
1136290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18:21 1459
1136289
normal
카스미팬S 7시간 전18:17 291
1136288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18:15 2478
113628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18:09 314
113628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18:07 197
1136285
normal
익무힛댓 7시간 전18:03 256
1136284
image
김치국물 7시간 전17:56 568
1136283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7:55 240
1136282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7:41 575
1136281
normal
吉君 吉君 8시간 전17:25 799
1136280
normal
jke3e 8시간 전17:24 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