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에 즈음하여 몇자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일주일 남짓한 시간동안 벌어졌던 많은 일들은 제 머리론 도무지 따라가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당혹스러웠습니다. 좀 차분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어지러운지라 횡설수설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기다렸던 입장문이 올라온 만큼 묻고 싶은 것부터 나름의 결론 등을 해당 항목에 대입해서 적어봅니다.
1. '과거 글' 관련해서 기억을 좀 되짚어 봅니다. 정확한 시기와 존재 기간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예전 일이지만, 섹시갤 뿐 아니라 배우갤 판타지갤 등이 개설된 시기가 있었죠. 애써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자유게시판에 심심찮게 올라왔던 소위 '헐벗은 사진'을 놓고 불편을 토로한 회원들이 적잖이 있었고, '후방주의 탭을 붙였는데도 굳이 클릭한 주제에 볼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거나 '섹시한 여성 사진이 꼬우면 남성들 벗은 사진 올리든가' 같은 반박(?) 또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비단 익스트림무비 뿐 아니라 여느 커뮤니티에서도 줄곧 볼 수 있는 광경이고, 지금 상황이 시작된 당일날까지 우리 게시판에서도 말이 오갔던 이슈죠) '그래서 따로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로 이어졌던 것 같은데 하도 오래전이라 이것도 선후관계는 가물가물해요.
단순히 캡쳐/편집되어 돌아다니는 과거 글의 연원에 대해 되짚어 보려는 의도는 아니고,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여긴 기억조차 흐릿한 게시판이 숨겨진 상태로 유지되며 '비정상적인 접근'을 통한 트래픽을 발생시킴과 동시에 최근까지 업데이트마저 되고 있었다는 소문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제 머리로 유추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접근'의 존치 의의는 오로지 트래픽 하나이고 그것도 대외적인 이유죠. 익스트림무비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기 위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는데 해당 내용이 정말인지의 여부와, 글쓴이는 물론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이 스스로 바로잡을 가능성을 차단한 채 비밀루트를 알지 못하는 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고이(?) 보존되었다면 그 연유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사태 초반에 올라온 사과문에 분명히 '과거의 치기와 부족했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사과'가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문을 통해 '한 운영자가 오래전 개인적으로 게시판에 남긴 글'로 사과 대상을 한정지은 점은 심히 유감입니다. 애당초 그 특정 인물이 운영자인지 서포터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의 인연으로 자기 영향력을 은근히 과시하며 지내던 고레벨 관종이었던 건지조차 솔직히 전 헛갈립니다. (정확하진 않은데 다크맨님이 아예 공개적으로 '당신 이렇게 자꾸 나대면 잘라버리겠다'고 야단쳤던 글도 본 것 같습니다. 운영진이라고 하면 좀 어색한 처리죠) 커뮤니티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혹은 착각)할 때는 굳이 궁금해 할 일도 아니고 알 필요도 없었던 일일지도 모르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 소위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익스트림무비의 입장을 밝혀 주셨군요. 회원들로써는 아직 명확하게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계제는 아니고 적어도 검증을 통해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믿거나 의심하거나의 기로 아닐까 합니다. 바로잡거나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사안의 답변이 굉장히 늦어졌다는 것은 못내 안타깝습니다.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선형으로 인과관계를 정리하거나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 조차 힘들 정도로 여러 층위인 만큼, 대응이나 해명도 한번에 몰아서 할 게 아니라 하나씩 순차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침묵이 능사가 아니라고 에둘러 썼던 것은, 침묵이 길어질수록 '아주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바로 말을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민감한 이슈인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애써 이해는 합니다만, 적어도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네 아니오만이라도 미리 밝혔어야 합니다. 전 첫번째 골든타임은 놓쳤고, 제가 생각하는 두번째 골든타임에 간신히 맞춘 정도라고 생각하고요.
3~4. 이 부분은 운영 형태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향후 진지한 체질개선과 많은 고려가 이루어져야 할 지점입니다. VT시절로부터 이어져 왔다는 커뮤니티가 초기의 팀 블로그 형태를 거쳐 지금의 규모를 형성해온 과정을 돌이켜보니, 운영 형태는 그에 걸맞게 진화를 하지 못 했네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회원들이 유희나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보였던 행동은 물론 단순한 격려까지도 윤색될 수 있다(또는 웃고 떠들면서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에 몰입해 버린 걸지도 모르죠)는 것이 증명된 만큼, 운영 및 예민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외형에 국한해서라도 진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1의 내용이 참 고약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한 정당한 반론에 대해서까지 섣불리 피력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사안의 무게에 비해 생각보다 의견이 적은 것이 그것을 방증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지언정 지금 누가 선뜻 엮이고 싶을까요)
대응이 아쉽다 너무 늦다 같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음에도 질타로 일관하지 않는 것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과연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라는 인간적인 이해(제가 이 글에서 이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일차적인 의미이고 이것은 지지는 물론 납득 또는 수긍이 아닙니다)에 근거한 것입니다.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패닉 상태였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테고요. 다만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솔직함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응이 부족하고 당황한 와중에 실수를 할 지언정,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면 솔직한 게 최우선입니다. 그걸 수긍할지 실망할지는 받아들이는 쪽의 선택이고요. 늦어진다고 하면 불신의 완벽한 해소까지 못 가더라도 최소한 숨기거나 속이진 않는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와중에 잘해야 커뮤니티에 과몰입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고 '아직도 선민의식과 주워먹을 뭔가를 포기못해 구차하게 들러붙어있다'는 멸시마저 견디며 익스트림무비에 남아있는 상당수 회원들의 고통을 직시하십시오.
물론 고민스러울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닉네임을 통한 글 검색이나 회원정보 공개 범위 등을 막거나 조정한 것은 제가 보기엔 타당한 일입니다. 그 연원과는 별개로 벌어지는 속칭 신상털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지만(저부터도 커뮤니티에서 생면부지의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써온 글부터 검색할 테죠. 혹 네거티브한 의도라면 아무리 사소한 글줄이라도 모조리 검색 대상이 될 것은 예상 가능하고요), 그에 대해 '이러한 이유입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갑니다. 혹 그런 언급이 또다른 동기나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처사라고 생각하고, 그 고민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일개 회원이 대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같은 이유로, 따로 들은 이야기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입장문 4번 항목에서는 영화관계사와 영화관계자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운영진의 실책(1번 관련)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회원이 공격대상이 된 것도 잊으시면 안됩니다.
현 상황이 여러 사안들에 대한 생각부터 그 반응을 표현하는 데 쓰이는 토씨 하나까지 복잡다단하게 상황과 결과를 상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참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투명성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예컨대 글 삭제 및 블라인드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라도 그 사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운영 원칙 위반으로 삭제되었다'거나 '신고 누적으로 블라인드처리되었다' 등의 가이드를 좀 더 세분화하는 것이죠. 아수라장이었던 그날 새벽 게시판에 '조국', '이재명각하 만세', '운지' 등의 키워드만으로 게재되었던 글 몇개가 이내 블라인드되는 것을 목격했는데 아마 저를 비롯한 회원들의 신고 때문이었을 거라 예상합니다만, 남아서 눈에 보인 건 '글이 블라인드되었습니다'라는 상황 하나뿐이었어요. 글 삭제와 임의 이동 등이 어지러이 발생했던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는 오해와 억측을 막기 어렵습니다.
글 삭제에 관한 일관성을 순진하게 바라볼 수만 없는 상황이라서 '투명성'을 거론하는 것입니다. 8월 15일 저녁에서 16일 새벽으로 넘어갈 때쯤 '탈퇴 의사를 밝히며 글과 개인정보 삭체를 요청하는 짧은 글들'이 끄적끄적 게시판 몇 페이지에 걸쳐 가득 이어지는 것을 보았는데(날짜와 시간대를 적시한 근거는 오랜 친구의 부친상 조문 후 귀가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게시판 보는데 제가 다 참담할 정도였죠), 다음날 오전에는 모두 삭제가 되었더군요. 탈퇴 의사를 밝히는 글 모두가 운영원칙에 위배될 리는 없거니와, 제가 목도한 그 몇 페이지는 가슴아픈 커뮤니티 역사의 한 장면이었던 터라 그걸 굳이 삭제한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하다못해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어디 모아라도 놓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의합니다 게시판이 잠시 만들어졌다 사라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체의 설명이 없으면, 지금처럼 네거티브한 때엔 혹시 이분들이 듣기 싫은 얘기를 따로 모아 처리하려고 이러는 건가라는 의심을 한들 무리도 아닙니다.
그리고 지엽적인 얘깁니다만, 시사회나 이벤트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운영진 눈에 띄면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같은 오해를 살 만한 텍스트는 한층 명료하게 가다듬는 게 좋겠죠. 기존 당첨자 중에서 리뷰를 정성들여 작성한 사람들이 재당첨 확률이 높고(이건 시사회 유치를 위해 유의미한 리뷰를 그만큼 확보해야 했을 초창기엔 더욱 그랬을 거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만한 전제조건입니다. 저만 해도 나눔게시판이 따로 만들어지기 전 급히 나눔이 필요할 땐 리뷰를 부탁하며 주변인들에게 양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리뷰라고 달랑 두줄 정도 적어서 준 사람한텐 더이상 나눔을 할 수 없었던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만 근거하면 신입회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니 예컨대 전체 시사회 표 중 일정 퍼센테이지는 신청자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아울러, 이번에 많은 분들이 언급한 '운영진의 거리두기'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과거 '글을 읽고 댓글을 달지 않으면 포인트가 깎인다'는 정책도 같은 취지였겠지만, 다크맨님과 golgo님이 특히 '무플' 게시물에 열심히 반응을 보였던 걸 기억합니다. 다른 이의 글(특히 공들인 글이라면 더더욱)에 상응하는 반응을 유도하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배려였을 터이나... 회원들과 두루 섞이면 사심이 섞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글줄이 늘어나면 실수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혹시 모를 힘에 도취하는 함정을 유의하면서 일정부분 선을 긋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스트림무비는 이미 단출한 팀 블로그 시절과는 그 규모와 양상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전 이번 일을 통해 그 근원에 상관없이 익스트림무비를 향한 큰 적개심을 느꼈습니다. 적개심이라고 표현은 했습니다만 이걸 단순히 부당한 외압으로 볼 수만은 없게 되었고, 희미하게 활동하는 동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외부의 시선' 역시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적개심의 깊이와 크기에 대해 놀라는 한편, 왜 이렇게까지 크고 집요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요.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저 역시 비슷한 경험에서 비롯된 개인적 트라우마를 되새기는 한편으로, 몰랐다 못 봤다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불편했지만 분란을 조장하기 싫어서 외면했다... 같은 걸로 일말의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오랜 세월 익스트림무비 활동을 통해 과분할 정도로 많은 것을 감사히 누렸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특히 그렇습니다. (여러가지로 크게 후회함은 물론이고, 실은 제딴에 들인 노력과 정성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들 모두가 혹시 착각은 아니었을까라고 의문을 품는 중입니다)
둘 다 근거없는 이야기라곤 합니다만, '고통을 통해 거듭나는 송골매'와 '서서히 끓이는 물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이야기가 두루 생각납니다. 익스트림무비가 편견 없는 영화 담론을 나누는 커뮤니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생으로 부리를 깨고 발톱과 깃털을 뽑는 고통을 거쳐야 하고, 서서히 끓는 물 속에서 삶겨 죽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함이나 운영 취지를 알게모르게 갉아먹는 행태 등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5. 제 판단과 개인적인 결정 등과는 별개로, 익스트림무비의 '앞으로의 노력'을 피력하신 만큼 그 노력이 명확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좋은 결과를 맺길 기원합니다. 경험에 기대자면 이 시기와 지금 벌어진 일들이 모두 명쾌히 정리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거기까지 가는 데만도 오랜 시간과 상당한 고통이 수반될 것입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과 사과를 하고, 부당한 오명은 바로잡고, 혹여 변질된 것들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이 쉬울 리 만무하죠. 이미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저를 비롯해서 이 일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통해 무엇 하나라도 배우고 적잖은 것들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 EST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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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으로써는 장황하고 어지러운 제 글이 달갑지 않겠지만, 비단 저 뿐 아니라 아픈 마음으로 올린 회원들의 쓴소리를 경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 글을 두고 '이새끼 까는 척 하면서 은근히 운영진 변호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거든요.
(아...이러면 밴 당할려나 ㅠㅠ)
밴이라니 그럴리가요. 설령 혼란의 시기에 대처가 좋지 못할지언정 쓴소리를 무차별로 삭제할 분들은 아니라 믿습니다. (일례로 좋아요 눌렀다고 강퇴시켰다는 것만 인식되고 있으나, 한편으론 일체의 활동 자체가 없는 회원들이 비슷한 글에 몰려 추천을 넣고 있다고 하면 저라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 와중에 실제로 게시판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어그로 글을 줄줄이 올리는 걸 목격한 제 입장에선 더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이러쿵저러쿵 늘어놓긴 했습니다만, 저로써는 가늠할 수 없는 또다른 속사정이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제 개인의 경험과 맞물려 상당한 트라우마를 다시 소환하고 있는 중인데, 거기 기대자면 아마 해명이든 바로잡는 것이든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겁니다. 그 과정이나 결과가 아주 명쾌하지 않을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