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을 헤매며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황시목 검사는 평균 한국 사회인의 기준에서 보면 참 눈치도 없으면서 싸가지는 더더욱 없는 말을 느린 말투로 조근조근 잘도 내뱉는다. 아무리 드라마상 감정을 잃은 자라지만, 아무리 일류대 출신 엘리트 검사라지만 그는 자기 할 말은 참지 않고 다 하는 대단한 자유 발언자이다. 속에 든 생각을 앞뒤 재지 않고 막 쏟아내도 황 검사는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다. 물론 때로는 언론을 이용해 여론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쏠리게끔 하는 명민함도 가지고 있다.
나는 드라마 속 엘리트 검사도 아니고, 원칙주의자도 아니며, 거대 악과 싸우는 정의로운 투사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내가 일하는 곳에서 근무조 짤 때 모두에게 공평한 근무표를 짜길 원할 뿐이다. 참다참다 이건 불공평한 것이라고 한 번 말한 것인데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소수의 자들은 나를 험담하고 왕따시키려고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불공평한 일이 눈 앞에 벌어져도 소소한 피해라고 생각하고 기득권자들의 눈에 찍힐까봐 아무 소리 앉고 지낸다.
황시목 검사는 어둡고 음산한 비밀의 숲에 갇히지 않고 양지를 향해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여정 속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행운도 누린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비열한 거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홀로 탈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 불굴의 의지와 명석한 머리가 없으면 찍소리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야 했을까? 오늘도 나는 비밀의 숲에 갇힌 채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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