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잠]-4DX리뷰(익무 관람권으로 본)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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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린 시절이니 40년을 훌쩍 넘깁니다만, 힘든 시기를 보내던 가장들이 하던 일 중 하나가 외판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애가 셋은 있던 때라 아이들의 놀이거리는 늘 적었습니다. 옷은 대물림을 하고 장난감은 고쳐 쓰고. 그런 중에 철 없는 우리는 아버지 친구분이 책을 들고 찾아오기를 기다릴 때도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친구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그러잖아도 어려운 가정 형편을 쪼개 전집류 책을 사들이곤 했습니다. 금방 식어버릴 자식들의 열정을 알면서도, 또 터무니없는 가격의 전집류라는 걸 알면서도 [소년 소녀 세계문학 전집]이나 [어린이용 위인전 모음] 같은 책을 사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는, 위인전이나 세계문학은 "잽도 안 되는" 엄청난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확하게는 고물상 아저씨를 통해서였습니다. 중식도 두 개를 연결한 듯한 가위를 치고 다니던 아저씨는 돈이 될 만하다 싶은 걸 팔면 엿을 주었죠. 어느 날 고물상 아저씨가 엿을 주며 저에게 책 한 권을 덤으로 건넵니다. 바로 해적판 [슈퍼맨] 코믹스였습니다. 코믹스 내용은 맨 오브 스틸과 유사했습니다. 야구장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던. 한글도 몰랐던 시기임에도 저는 그 만화책을 껴안고 잘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만화책을 모으기 시작하지요. 나중에 군에 입대 했을 때 지긋지긋하다며 어머니가 트럭으로 고물상에 넘기기 전까지 모은 만화책과 비슷한 류의 책들이, 1톤 트럭 1대 반 분량이었습니다.
이런 중 진해에 있는 미군을 통해 얻은 코믹스 하나가 샤잠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A가 잔뜩 들어간 샤잠(샤아아아아아~쯤?)을 외치면 어린 소년이 짠, 슈퍼맨처럼 변하던 허무맹랑한(?) 만화였지요. 동시기 [짱가]와 더불어 굉장히 뇌리에 각인된 만화였습니다.
그 만화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실사화가 되었죠. 실로 감개무량합니다. 슈퍼히어로로 대표되는 코믹스의 실사화는 이제 성역이 없어진 듯합니다. 제가 이 정도일진대 미국의 샤잠 오리지널 팬들은 얼마나 기뻐할지.
샤잠은 어린 아이가 어른으로 변하는 모습으로 연상할 수 있듯 어른보다는 아이를 위한 코믹스입니다. 아이가 먼저 어른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주는 웃음이나 모험이 주를 이루죠. 다만 샤잠을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나 배트맨이 살인조차 마다않는 잭 스나이더의 DCEU와 붙여 동일 선상에 놓고 영화를 보려 한다면 호불호를 떠나 실망합니다. 말 그대로 어른 용과 아이 용으로, 목적과 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 잡설은 그만 각설하고.(라임이에요 ㅠㅠ)
샤잠. 영화 내용보다 4DX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4DX효과는 저 역시 잘 모르지만, 21가지 정도 된다고 합니다.
먼저 모션 체어 효과입니다.
극 초반, 빌리 뱃슨의 대항마이자 악이 화신이 되는 시바나 박사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이때 모션 체어는 좌우 앞뒤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마치 실제 교통사고가 난 듯한 효과를 냅니다. 특히 CGV용산아이파크몰에만 있다는 'Sway&Twist'효과는 이 장면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합니다.
이후 샤잠의 비행장면이나 여타 카메라의 관점에 따라 의자는 오르내리기와 좌우 움직임을 계속하며 영상과 함께 움직이는 효과를 줍니다. 충분히 멋졌고 4DX라는 말에 어울렸습니다.
샤잠과 시바나 박사의 격투 대결이 많았던 만큼 의자 등받이와 쿠션에서도 쉴 새 없이 관객인 제가 타격을 받는 듯한 효과를 내주더군요.
4DX 의자에는 네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1. Back Tickler(백 티클러): 등받이에서 툭 치는 듯한 효과
2. Bottom Tickler(바텀 티클러): 쿠션에서 툭 치는 듯한 효과
3. Shaker(쉐이커): 등받이 및 쿠션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진동 효과
4. Leg Tickler(레그 티클러): 발목 부근을 순간적으로 치는 효과
위 네 가지 효과가 번갈아가며 저를 타격했습니다. 특히 등을 치는 효과가 많이 나왔는데요, 영화와 어우러져서 적당한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샤잠인 빌리 뱃슨이 맞을 때마다 제가 맞는 듯하니 주인공과 제가 한 몸인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위가 모션효과라면 환경효과도 있다고 하지요. 얼굴을 향하는 바람인 페이스에어와 귀 옆쪽으로 바람이 나오는 에어샷. 얼굴로 분사되는 물인 워터 효과. 섬광. 버블. 안개. 눈. 바람. 따뜻한 바람과 향기 등 환경효과도 꽤나 종류가 많더군요.
이중 번개를 일으키는 샤잠에게 가장 어울리는 환경효과는 역시 섬광이었습니다. 극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섬광은 영화를 보며 실제 번개가 주변을 아우르는 듯한 느낌을 냅니다. 여기에 장면에 따라 극장 전체에 부는 바람과 에어샷 등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배가시켰습니다.
벌써 몇 년 전일까요. 아이언맨을 4DX로 보았는데, 그때는 상당히 실망을 했습니다. 잔뜩 기대한 것에 비해 의자 들썩임도 또 바람도 별 것 없었거든요. 특히 영화보다 조금 늦게 움직였던(?) 모션 체어였지 않았던가 이렇게 기억을 합니다. 물에서 냄새 안 나? 하고 마나님이 물어서 솔직히 기겁을 했었습니다. 그 탓에 마나님과 제가 돈 아까워 하며 4DX다시는 안 봐, 했었거든요. 그때 소감을 이번 [샤잠]이 일거에 날려주었습니다.
[샤잠]4DX, 좋았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4DX 영화를 보러 다녀야겠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관람 기회를 준 익무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디테일한 후기 잘 봤습니다.
예전보다 4DX 기술이 좋아진 덕분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