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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붕밑 (1961) 코메디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3479 4 6

 

 

서울토박이들의 유쾌한 일상을 그린 코메디영화다. 한의사, 사주팔자를 보아주는 인도철학자(?) 그리고 하루종일 노는 복덕방 주인이 주인공들이다. 가난하고 무지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일상에는 웃음이 있다. 

 

거장 이형표 감독의 데뷔작이다. 내게 이 영화는, 가장 완벽한 배우들이 등장하여 가장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기억된다. 김승호, 허장강, 김희갑 이 셋이 등장해서 그야말로 주거니 받거니 아주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가적으로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적 있던가? 김승호나 허장강이나 김희갑이나 

우리나라 영화사상 수위에 놓을 대가급 배우들이다. 특히 김희갑의 연기가 대단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에서 계란장수를 연기했는데, 그가 연기를 할 때면 스태프들과 감독이 웃느라고 촬영이 어려웠다는

후일담이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영화는 그가 혼자 살린 것이나 다름 없다. 주인공 허생원의 친구 장똘뱅이로 등장해서, 

인간적인 분위기와 넉넉함, 삶의 달관 그리고 삶의 고통과 그것에 대한 관조를 잘 보여준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같은 연기랄까.

그의 최고연기다. 이 영화에서는, 쓸쓸하고 고즈녁한 연기를 하는데, 홀아비에 가난한 복덕방 주인 역할이다.

자신감 없고 외로워서 말할 때 늘 약간 떨리는 어조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절묘하다. 친구들이 장난을 치니까, 친구들에게

"너무 괄시 말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지 않겠나"하고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는데, 절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며 거기 스민

슬픔이나 외로움같은 것이 참 훌륭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걸작 코메디 수위에 놓아도 부족함이 없다. 말하자면 이런 코메디다."오늘날 대가급 배우들만 모아놓고, 그들이 인생급 연기를 펼치며, 그들 사이에 절묘한 화음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본은  훌륭하고 영화는 너무 웃기고 연출도 완벽하다."

이런 영화 흔하지 않다. 

 

영화는 명감독 이형표 감독의 데뷔작이다. 제작은 신상옥 감독인데, 워낙 걸작이 많은 신상옥 감독은 자기가 제작하는 영화의 연출을 대신 해주고 그 영화 연출의 공로를 감독에게 건네주는 일도 많이 했다고 한다. 신상옥 감독 제작 영화는 신상옥 감독이 사실 연출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영화도 그럴까? 하긴 아주 미끈하고 세련된 연출이 딱 신상옥 감독 스타일이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다. 

원래 그림을 전공했던 신상옥 감독은 회화같은 구도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도 그렇다.

 

영화 처음 시작을 헬리콥터로 찍었는지,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거리를 위에서 바라보며 찍는다. 그런데 카메라가 이동하자,

이런 바쁜 거리와는 상관없이 조용하고 사람 없는 기와집촌이 나온다. 그리고 카메라가 내려가자, 나란히 있는 두 건물의 이층이 나온다.

각 층에서는 최은희와 김진규가 서로 바라보며 하트를 날린다. 카메라가 더 내려가자, 길거리를 걸어가던 김승호가 이층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최은희 아버지인 김승호는 김진규를 싫어한다. 한의사인 김승호는 양의사 김진규에게 밀려나가는 상태다. 

걸핏하면 "우리 조상은......"하며 녹슨 침을 꺼내는 김승호가, 과학적이고 세련되어 보이며 잘 생기기까지한 김진규에게 상대가 안된다.

아주 인상적인 도입부다.  

 

 

 

한의사를 연기한 김승호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한때 한국영화사상 최고배우로 불린 까닭이 있다. 천의무봉 연기다. 

김승호의 한의원에 붙어 있는 것이 인도철학자 허장강 사무실이이다. 사주팔자를 보아주는데, 사주팔자 보는 사람이 그리 많은가? 주로 논다. 김승호나 허장강보다 더 한가한 사람이 복덕방 주인 김희갑이다. 그때가 1961년이니, 아마 김희갑은 전쟁통에 재산도 가족도 다 잃었을 것이다. 그는 두 친구에게 꼽사리를 끼는 것도 모자라 매일 얻어 먹는다. 김희갑은 소극적이고 자신 없고 늘 상처 받은 사람이다. 코메디와 야단법석을 만드는 것은 김승호와 허장강이고, 김희갑은 주로 거기 붙어서 맞장구 치고 얻어 먹는다. 

 

영화는 기승전결보다는 코메디 스케치를 이어붙여 만든 것이다. 이 영화 무지 웃긴다. 아마 요즘 웃기다는 영화보다 더 웃길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이런 웃음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끄집어낼 수 있는 영화가 그렇게 많을까? 처녀 도금봉이 임신을 하고, 남녀 커플이 다정한 척하며 사주팔자 보러 허장강을 찾아와서 사실은 서로 흠잡으려 모략을 꾸미는 장면, 미래 장인 김승호의 환심을 사려고 김진규가 아픈 발목을 절뚝거리며 찾아와 이런 것은 한의학이 낫다 하고 뻥을 치는 장면, 김희갑이 625 때 도와주었던 여인을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되고 여인의 아들 신성일이 찾아와 아버지로 모시겠다고 하는 감동적인 장면들 -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장면들이 이 거리에서는 아주 큰 사건들이다.  그렇게 보면, 이 거리에서는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막 웃으면서도 흐뭇하게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 보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서울 토박이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당시 말투가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웃음을 준다. 

 

하지만 평온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외면과는 달리, 이 영화는 아주 비극적으로 김승호의 운명을 그린다. 

김승호는 계속 양의사 김진규에게 밀려난다. 그는 시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재산을 탕진한다. 서울 토박이로서의 동질감같은 것은 

이제 사라진 것이다. 김승호는 김진규에게 패배를 선언하고 퇴장한다. 이것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소와 개그로 표현한 것이 이 영화다.

 

연출도 자연스러워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유려하게 (어찌 보면 신상옥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점도 있는)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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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61년이면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을 때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
11:08
22.09.08.
BillEvans 작성자
golgo
맞습니다. 상당히 당시 생활이 느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22:24
22.09.11.
2등
이시절 한국작품은 많이못봐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소개글 고맙습니다.
11:40
22.09.08.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일본영화 1960년대 걸작들 못지 않은 영화들이 한국에서도 나왔습니다. 가장 전성기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22:25
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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