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서울의 지붕밑 (1961) 코메디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3834 4 6

 

 

서울토박이들의 유쾌한 일상을 그린 코메디영화다. 한의사, 사주팔자를 보아주는 인도철학자(?) 그리고 하루종일 노는 복덕방 주인이 주인공들이다. 가난하고 무지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일상에는 웃음이 있다. 

 

거장 이형표 감독의 데뷔작이다. 내게 이 영화는, 가장 완벽한 배우들이 등장하여 가장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기억된다. 김승호, 허장강, 김희갑 이 셋이 등장해서 그야말로 주거니 받거니 아주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가적으로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적 있던가? 김승호나 허장강이나 김희갑이나 

우리나라 영화사상 수위에 놓을 대가급 배우들이다. 특히 김희갑의 연기가 대단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에서 계란장수를 연기했는데, 그가 연기를 할 때면 스태프들과 감독이 웃느라고 촬영이 어려웠다는

후일담이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영화는 그가 혼자 살린 것이나 다름 없다. 주인공 허생원의 친구 장똘뱅이로 등장해서, 

인간적인 분위기와 넉넉함, 삶의 달관 그리고 삶의 고통과 그것에 대한 관조를 잘 보여준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같은 연기랄까.

그의 최고연기다. 이 영화에서는, 쓸쓸하고 고즈녁한 연기를 하는데, 홀아비에 가난한 복덕방 주인 역할이다.

자신감 없고 외로워서 말할 때 늘 약간 떨리는 어조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절묘하다. 친구들이 장난을 치니까, 친구들에게

"너무 괄시 말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지 않겠나"하고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는데, 절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며 거기 스민

슬픔이나 외로움같은 것이 참 훌륭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걸작 코메디 수위에 놓아도 부족함이 없다. 말하자면 이런 코메디다."오늘날 대가급 배우들만 모아놓고, 그들이 인생급 연기를 펼치며, 그들 사이에 절묘한 화음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본은  훌륭하고 영화는 너무 웃기고 연출도 완벽하다."

이런 영화 흔하지 않다. 

 

영화는 명감독 이형표 감독의 데뷔작이다. 제작은 신상옥 감독인데, 워낙 걸작이 많은 신상옥 감독은 자기가 제작하는 영화의 연출을 대신 해주고 그 영화 연출의 공로를 감독에게 건네주는 일도 많이 했다고 한다. 신상옥 감독 제작 영화는 신상옥 감독이 사실 연출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영화도 그럴까? 하긴 아주 미끈하고 세련된 연출이 딱 신상옥 감독 스타일이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다. 

원래 그림을 전공했던 신상옥 감독은 회화같은 구도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도 그렇다.

 

영화 처음 시작을 헬리콥터로 찍었는지,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거리를 위에서 바라보며 찍는다. 그런데 카메라가 이동하자,

이런 바쁜 거리와는 상관없이 조용하고 사람 없는 기와집촌이 나온다. 그리고 카메라가 내려가자, 나란히 있는 두 건물의 이층이 나온다.

각 층에서는 최은희와 김진규가 서로 바라보며 하트를 날린다. 카메라가 더 내려가자, 길거리를 걸어가던 김승호가 이층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최은희 아버지인 김승호는 김진규를 싫어한다. 한의사인 김승호는 양의사 김진규에게 밀려나가는 상태다. 

걸핏하면 "우리 조상은......"하며 녹슨 침을 꺼내는 김승호가, 과학적이고 세련되어 보이며 잘 생기기까지한 김진규에게 상대가 안된다.

아주 인상적인 도입부다.  

 

 

 

한의사를 연기한 김승호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한때 한국영화사상 최고배우로 불린 까닭이 있다. 천의무봉 연기다. 

김승호의 한의원에 붙어 있는 것이 인도철학자 허장강 사무실이이다. 사주팔자를 보아주는데, 사주팔자 보는 사람이 그리 많은가? 주로 논다. 김승호나 허장강보다 더 한가한 사람이 복덕방 주인 김희갑이다. 그때가 1961년이니, 아마 김희갑은 전쟁통에 재산도 가족도 다 잃었을 것이다. 그는 두 친구에게 꼽사리를 끼는 것도 모자라 매일 얻어 먹는다. 김희갑은 소극적이고 자신 없고 늘 상처 받은 사람이다. 코메디와 야단법석을 만드는 것은 김승호와 허장강이고, 김희갑은 주로 거기 붙어서 맞장구 치고 얻어 먹는다. 

 

영화는 기승전결보다는 코메디 스케치를 이어붙여 만든 것이다. 이 영화 무지 웃긴다. 아마 요즘 웃기다는 영화보다 더 웃길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이런 웃음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끄집어낼 수 있는 영화가 그렇게 많을까? 처녀 도금봉이 임신을 하고, 남녀 커플이 다정한 척하며 사주팔자 보러 허장강을 찾아와서 사실은 서로 흠잡으려 모략을 꾸미는 장면, 미래 장인 김승호의 환심을 사려고 김진규가 아픈 발목을 절뚝거리며 찾아와 이런 것은 한의학이 낫다 하고 뻥을 치는 장면, 김희갑이 625 때 도와주었던 여인을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되고 여인의 아들 신성일이 찾아와 아버지로 모시겠다고 하는 감동적인 장면들 -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장면들이 이 거리에서는 아주 큰 사건들이다.  그렇게 보면, 이 거리에서는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막 웃으면서도 흐뭇하게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 보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서울 토박이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당시 말투가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웃음을 준다. 

 

하지만 평온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외면과는 달리, 이 영화는 아주 비극적으로 김승호의 운명을 그린다. 

김승호는 계속 양의사 김진규에게 밀려난다. 그는 시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재산을 탕진한다. 서울 토박이로서의 동질감같은 것은 

이제 사라진 것이다. 김승호는 김진규에게 패배를 선언하고 퇴장한다. 이것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소와 개그로 표현한 것이 이 영화다.

 

연출도 자연스러워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유려하게 (어찌 보면 신상옥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점도 있는) 이루어졌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팔슈름예거
    팔슈름예거

  • 노스탤지아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61년이면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을 때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
11:08
22.09.08.
BillEvans 작성자
golgo
맞습니다. 상당히 당시 생활이 느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22:24
22.09.11.
2등
이시절 한국작품은 많이못봐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소개글 고맙습니다.
11:40
22.09.08.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일본영화 1960년대 걸작들 못지 않은 영화들이 한국에서도 나왔습니다. 가장 전성기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22:25
22.09.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스머프: THE MOVIE> 예고편 1 카란 카란 47분 전00:03 240
HOT 2025년 2월 6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49분 전00:01 380
HOT 미치에다 슌스케, 중국잡지 <나이트(KNIGHT)> 화보 1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1:49 294
HOT 판빙빙, 패션잡지 <정품구물지남> 화보(홍콩영화 복고... 2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1:45 357
HOT 7월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3종 2 taegyxl 3시간 전21:26 849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돌비 포스터 공개 2 시작 시작 3시간 전21:11 929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팝업스토어(용산 아이파크몰 ) 4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20:52 705
HOT 발렌타인데이 중국개봉 영화 5편(화양연화, 캡틴 아메리카, ... 4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19:41 429
HOT [넷플릭스] 최근 8일간 추가된 2025/02/05~2025/06/27 공개 ... 2 deskiya deskiya 5시간 전19:19 755
HOT 브로큰 및 퇴마록 간단히 8 하늘위로 6시간 전18:44 943
HOT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 유재석 만난다...'... 2 시작 시작 6시간 전18:39 789
HOT (업뎃) 루벤 외스틀룬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이즈 다... 2 NeoSun NeoSun 7시간 전17:20 540
HOT <에일리언>시리즈는 역시 1(1979)이 최고인것 같아요 12 Balancist Balancist 7시간 전17:11 748
HOT '마이클' 디지털 코 포함 제작 예산 초과, 4시간 ... 2 NeoSun NeoSun 7시간 전17:02 656
HOT 한국에 온 고로상 6 카란 카란 8시간 전16:34 1907
HOT <간니발> 새로운 캐릭터 예고 영상 5 카란 카란 9시간 전15:30 869
HOT <서브스턴스> 4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9시간 전15:15 782
HOT 주윤발 신작 '당탐 1900' 로튼토마토 리뷰 2 golgo golgo 9시간 전15:12 696
HOT '검은 수녀들' 로튼토마토 리뷰 2개 2 golgo golgo 9시간 전14:55 983
HOT '공동경비구역 JSA' 25주년 GV 사진과 오고간 이... 3 golgo golgo 10시간 전14:41 914
1165838
image
hera7067 hera7067 34분 전00:16 79
1165837
normal
기다리는자 39분 전00:11 108
1165836
normal
카란 카란 47분 전00:03 240
1165835
image
golgo golgo 49분 전00:01 380
1165834
image
hera7067 hera7067 59분 전23:51 118
1165833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23:42 182
1165832
image
선우 선우 1시간 전23:33 254
1165831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23:22 291
1165830
normal
선우 선우 1시간 전23:18 400
1165829
image
GI 1시간 전23:02 236
1165828
normal
울프맨 2시간 전22:44 370
1165827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2시간 전22:43 158
1165826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2:27 362
1165825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2:25 265
1165824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2:22 185
1165823
image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1:49 294
1165822
image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1:45 357
1165821
image
taegyxl 3시간 전21:26 849
1165820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21:11 929
1165819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21:11 630
116581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20:52 705
116581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시간 전20:38 474
1165816
image
쾌남홍길동 4시간 전20:24 282
1165815
image
울프맨 4시간 전20:24 373
1165814
image
쾌남홍길동 4시간 전19:54 208
1165813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53 229
1165812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52 403
1165811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52 400
1165810
normal
방랑야인 방랑야인 5시간 전19:42 385
1165809
image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19:41 429
116580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9:34 321
1165807
image
쾌남홍길동 5시간 전19:32 234
1165806
image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5시간 전19:21 322
1165805
image
deskiya deskiya 5시간 전19:19 755
116580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9:14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