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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2006)

GravityFalls Gravity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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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_달리는_소녀.jpg

 

★★★★★

 

"평생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게될 이야기." 

 

생애 700편 가까이 되는 영화를 보면서 느낀것인데, 일본 영화에는 한가지 특별한점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그들은 특정 키워드, 이를테면 여름, 소녀, 따뜻함, 청량함...과 같은 단어들을 사랑하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것이다. 그래서 일본 영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정은 오직 일본 영화에서만 느낄수 있다. 미국 영화에서도 느낄수 없고, 같은 문화권인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 그 감정이란 워낙 복잡미묘해서 뭐라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아마 따뜻함과 슬픔의 정서인것같다), 확실히 영화를 보고나면 느낄수 있다. 특히 그런 감정은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두드러지는것 같다. 80년대 지브리의 데뷔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신작 [괴물의 아이]까지, 단순히 추억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련하고도 또 그립다. 아마 평생을 그리워하게 될것 같다. 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나로써는 그들의 영화를 사랑하니까.

 

Q.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A. 음, 우선 80~90년대 지브리 영화들을 정말 좋아한다. 중학교때 우연히 일본어 선생님이 틀어주셔서 깊게 빠지게 되었는데, 그때 보여준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였다. 당시 애니메이션에 편견이 있었던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였는데, 생각보다 깊은 메세지가 있었고 생각보다 거침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몰입해서 봤다는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찾아서 돌려봤었다. 지금도 집에 블루레이가 있어서 생각나면 꺼내서 보곤 한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와 [하나와 앨리스]도 좋아하고. 하지만 인생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었고, 또 평생을 그리워할것 같은 작품 하면 딱 한가지 영화라고 대답할것이다.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시달소2.jpg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처음 접하게 된것은 약 2년전이였다. 그당시 나는 모든것에 지쳐있는 학생이였다. 인간관계도 지쳤고, 목적없는 공부도 지쳤고,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것에도 지쳐있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괜찮은 날이 될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아도 달라지는것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당시 시간은 정말 무의미하게 흘러갔던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던것은 버스안에서 잠깐씩 듣는 음악과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잠에 들기전에 보는 영화였다. 영화도 블록버스터 영화만 찾아서 봤었고, 괜히 심각해지는건 싫어서 드라마 같은 서정적인 장르는 멀리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더이상 볼만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추천해주는 왠만한 영화는 다 봤었고, 다시 보기에는 너무 질렸다. 뭔가 새로운걸 보고 싶었다. 그러던중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눈에 띄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학생들이다. 주인공인 '마코토'는 공부는 평범하게 하지만 친한 친구도 많고, 쾌활한 성격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듯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과를 가야할지 문과를 가야할지에 대해서도 선택을 하지 못하고, 진로조사서를 내지도 않는다. 이는 친구인 '치아키'또한 그렇다. 유일하게 미래에 확신이 있는 인물은 의대를 가고싶어 하는 '코스케'이다. 이것은 중간에 캐치볼을 하는 장면에서 알수 있는데, 마코토나 치아키가 고민이 많아질때는 공을 받지 못하거나 공을 던지지 못하겠다며 고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렇듯 주인공들은 시간에 대해서 불확실성을 느끼고 고민을 하는 인물들이다.

 

마코토는 어느날 교실을 들렀다가 우연히 떨어져있는 타임머신 장치로 인해 타임리프를 할수 있게 되고, 자유자재로 과거를 오가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에서 '타임리프'를 할수 있는(혹은 했었던) 인물은 마코토와 치아키, 그리고 복원가가 직업인 마코토의 고모이다. (마코토의 고모 또한 타임리프를 했다는 설정과 이야기는 소설판에 있다고 한다.) 여기서 타임머신은 일종의 속죄와도 같다.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의 실수를 고칠수 있으니까. 하지만 실수 하나를 고치면 나비효과처럼 후에 후폭풍같이 또 하나의 사건이 밀려오고, 타임리프의 횟수 자체도 제한 되어있다. 하지만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사소한 일에 써버린탓에 친구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후폭풍을 막지 못하고, 치아키는 자신의 꿈으로 상징되는 그림을 보지 못하고 떠난다. 치아키가 극중에서 말하기를, 미래라는 세상은 맑은 하늘도 존재하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고, 야구라는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치아키의 미래는 꿈을 가지지 못한채 방황하는 어른들을 대변한다. 꿈을 다시 되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왔지만 사소한것 때문에 그르쳤다는 대사를 통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과 꿈을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나비효과 처럼 사소한일에 인생 전체가 뒤바뀔수 있는 청소년기에는 말이다.

 
시달소3.jpg

 

마코토가 타임리프를 하면서 점프를 하려는 모습은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날아가려는 아기새의 날개짓과도 같다. 영화에서 타임리프를 하려 점프를 하는 마코토는 종종 떨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한번 남은 타임리프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꿈을 가지게된 마코토는 비로소 비상하게 된다.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통해 날게 된것이 아니다. '치아키'라는 꿈과 미래에서 다시 조우하기 위해 시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비로소 날게 된것이다. 사회는 종종 비상하려는 청소년들을 비웃거나 '너는 이미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비상하려는 모든 청소년들을 격려해주는 영화이다. 날개짓을 실패하는것은 잘못된것이 아니고, 그것이 당연한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날개짓을 막 시작하려는 모든 아기새들은 아름답다. 비상하고 있는 마코토의 모습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아름답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그게 잘못된것이 아니라며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게된 그날 나는 새벽에 조용히 울었다. 오직 일본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오직 일본영화이기 때문에 더 마음깊이 다가오는 영화이다. '좋은 영화'라는것의 정의는 다른것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고, 당신의 삶을 움직이게 하고, 당신을 바꾸어놓는 영화. 언제나 이 이야기를 그리워하고, 또 평생을 그리워할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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