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모니터는 과연 영화보기 좋은 물건인가
TV에서 성룡능력자라는 분이 나오는 걸 봤는데... 전 그 방송을 보면서 그분의 능력 보다는 딴데에 눈길이 꽃혀버렸습니다. 그분 방에 있던 무지막지하게 큰 21:9 모니터(로 추정되는 물건)
잠시 후 그분이 지인들과 중국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그 중국집에도 역시 대형 21:9 모니터가 있어서 거기 모인 사람들이 그걸로 성룡영화를 봤습니다.
그 장면이 왜 제 눈에 밟혔느냐면 (물론 부러워서였겠지만 그보다...) 그분들이 그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는 '화면이 찌그러진 영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TV에다 말을 걸 수는 없지만 정말 뭐라고 한마디 해드리고 싶었어요.
몇년 전에 21:9 모니터에 사람들 관심이 집중되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좀 시들해진 것 같으니 지금 이런 이야기 해봐야 뒷북일지 모르지만 생각난 김에....
21:9--계산하면 약 2.33:1이고 극장용 영화의 스코프 화면비율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21:9 모니터를 보면 하게 되는 말, "와~ 이걸로 영화보면 죽이겠다"
그치만... 결론부터 말할께요. 21:9 모니터는 영화보기에 좋은 물건이 아닙니다.
21:9 모니터로 봤을때 득이 되는 건 화면비율이 2.35:1인 스코프영화를 볼 때 뿐입니다. 사람들은 영화볼때 스크린이나 화면에 빈 공간(보통 블랙바라고 하는)이 나오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데, 스코프 영화를 21:9 모니터로 보게 되면 블랙바가 없이 거의 꽉찬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세상엔 스코프 화면 보다는 16:9에 맞춰서 나오는 컨텐츠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16:9 화면용 영화를 21:9 모니터로 보면 화면 옆쪽에 뻥 뚫린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혹여 과거의 4:3 영화라면 화면의 반이 텅 빈채로 봐야되죠. 그게 싫으면, 화면을 꽉 채우는 대신에 납작하게 찌그러진 영상을 봐야합니다.(대부분 사람들이 화면이 비는 걸 극혐하기 땜에 찌그러뜨려 화면을 꽉 채우는 모드가 항상 디폴트입니다.)
4:3이 '20세기의 표준화면'인 만큼 아직도 4:3으로 된 컨텐츠는 아주 많습니다. 여기 16:9(유사화면인 1.85:1도 포함)까지 더하면 그 수는 무궁해지는데 21:9는 그 모든 걸 포기하고 2.35:1 영화만 보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화면인 셈이죠.
그럼 과연 21:9 화면이 스코프 영상에 최적화된 화면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게...
16:9가 업계표준이므로 정식으로 생산공급되는 영화라면 그 틀에 맞춰서 나옵니다. 2.35:1 영화라도 화면에 블랙바가 들어간 형태로 16:9 화면으로 나온다는 거죠. 그런 영상을 21:9 모니터에서 돌리면 21:9 모니터 상에서 위아래에 블랙바가 있는채로 납작하게 찌그러진 스코프 화면을 봐야합니다.(처음에 이야기한 성룡 능력자님께서 성룡 영화를 그런 화면으로 보고계셨던 게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화면을 확대해서 블랙바는 빼고 가운데의 영상 부분만 모니터화면에 꽉채우면 찌그러지는 문제는 일단 해결이 가능합니다만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만약에 화면을 가리지 않으려고 아래쪽 블랙바 부분에 자막을 배치한 외국영화라면 자막 없이 영화를 봐야한다는 거죠. 자막의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옵션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화면에 박혀있는 자막이라면 답이 없습니다. 찌그러진 채로 보든가, 화면비율을 온전히 유지하고 싶다면 화면의 상하좌우에 크고아름다운 빈 공간을 남겨둔 채로 조막만해진 화면으로 영화를 봐야만 하는 거죠.
21:9 모니터가 영화 감상에 제위력을 발휘하는 건 처음부터 블랙바 없이 스코프 비율로 제작된 영상을 볼 때 뿐입니다. 현재로서 그런 영화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는 동영상 밖엔 없는 걸로 압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영화를 볼때 21:9 화면은 방해만 된다는 거죠.
그리고 21:9 화면에 맞는 동영상이라고 해도 화면비율만 대충 맞을 뿐 21:9 모니터의 네이티브 해상도에 제대로 대응하는 건 없습니다. 블루레이를 FHD TV로 볼 때처럼 1:1로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디지탈 영상 체험은 불가능하죠.
예전에 16:9 TV가 처음 나왔을 때, 업자들은 "영화관 처럼 화면이 길다"는 걸 자랑했었죠. 하지만 꽤 오랜 기간동안 영화관처럼 화면이 길다는 건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었습니다. TV만 화면이 길면 뭐한답니까. 거기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없는데... 16:9 화면에 맞춰서 나오는 컨텐츠는 없고, 일반 TV용으로 나온 컨텐츠는 화면이 찌그러져 엉망이 되는... 16:9 TV라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물단지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6:9 컨텐츠가 점점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16:9가 4:3을 제치고 21세기의 표준화면이 되었습니다.
21:9 모니터의 현재 위치는 16:9 TV의 초기 시절 애물단지였던 때보다 약간 나은 정도입니다. 앞으로 21:9에 맞춘 컨텐츠가 꾸준히 나온다면 모를까 지금 현재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그럼 21:9 모니터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폐물인가...? 그럴 리는 없죠^^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모두 전체화면으로 영화를 볼때를 전제로 한 이야기입니다. 전체화면에 미련이 없는 분이라면 넓어진 화면은 확실히 이득이 되겠죠.
글고... 21:9 모니터가 영화보는데 도움이 안되는 이유는 애초에 영화보라고 만든 화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래 모니터 여러대 붙여놓고 멀티로 쓰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모니터 하나로 모니터 두대 붙여 쓰는 효과를 보라고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영화감상이 아닌 컴퓨터 작업을-한꺼번에 이런저런 창을 많이 열어야하는-하시는 분들에게 유용한 물건이죠. 글고 21:9를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게임에서는 훨씬 더 박력있는 화면을 보여준다고 합니다(전 게임에 별 관심이 없어서...)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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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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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골라서 16:10 모니터 24를 샀는데 27이상은 아예 16:9로만 나오더라구요. 영화볼 때는 16:10으로 영화보는게 확실히 배우가 이쁘게 나와요. 32이상은 16:9 뿐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하나.. 21:9는 앞으로는 모르나 지금은 허세 사기질 ?

21:9 시네마 모니터는 FHD 재생시 픽셀 1:1 일치가 안 돼서 화질 깨져요! 16:9 모니터 큰 게 영화 감상에 더 도움 돼요.

고맙습니다.

16:9 컨텐츠에 취약하죠. 너무 빈공간이 많이 남아서...
영상보다는 엑셀 같은 도표나 사진 편집 작업하시는 분들한테 좋더라고요.
한 화면에서 동시 작업이 가능해서.

인터넷에서 다운 받는 2.35:1 블랙바 없는 영상도
아마 대부분 블루레이의 블랙바 있는 영상을 잘라냈을 것 같네요.

가정환경에서 레터박스는, 극장에서 마스킹 문제랑 비슷해 지는군요.

지금 제가 쓰는 모니터는 구형이라 16:10인데.. 전 이게 16:9 보다 좋더군요..
화면을 늘려서 곽차게 해서 보는데..
약간 길게 보이는게 배우들도 더 이뻐보이고...괜찮습니다..^^
화면도 넓고 설정 옵션도 하나 더 있다고 해야할까...
인터넷 하기도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