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단편 개그 영상에서 A24 대표 호러 감독으로 — 유튜버 출신 필리푸 형제의 신작 <브링 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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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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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뷰가 넘는 유튜브 영상 경력이 영화 업계에선 얼마나 통할까?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와 마이클 필리푸에게 그 답은 “그리 많이는 아니었다”였다.
20대 시절, 두 사람은 ‘RackaRacka’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해리 포터 vs 스타워즈”, “로날드 맥도날드 치킨가게 대학살” 등 빠르고 과장된 폭력 개그 영상을 제작해 수백만 구독자를 얻었다. 틈틈이 영화·광고 세트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장편 연출을 준비하기도 했다.
“RackaRacka는 미팅에서 화제는 됐지만, 좋은 화제는 아니었어요” 대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영화는 못 만들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유튜브에서 깊이 있는 걸 만들진 않았으니까요”
마이클도 덧붙였다. “그땐 그냥 너프건 전쟁 같은 걸 했거든요”
올해 32세가 된 이 쌍둥이는 지금도 유쾌한 농담과 장난기를 공유하며 유튜브 시절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장편 데뷔작 <톡 투 미>는 장난기 넘치던 에너지를 비극적 악령 호러물로 전환시켰다.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배급사 간 치열한 입찰 끝에 A24와 계약을 체결했고, 전 세계 9,1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A24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되었다.
이후 2년, 필리푸 형제의 두 번째 장편 <브링 허 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비와 어둠이 감도는 동화적 분위기와 극단적인 유혈 장면이 혼재된 작품으로, 한 장면에서는 멜론 하나가 공포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탈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준다.
일상적인 과일이 상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이 장면은, 영화를 본 이들끼리 '그 장면'으로 기억될 만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줄거리는 오컬트에 심취한 후견인(샐리 호킨스 분) 아래 자란 두 고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호킨스에게는 공포 장르 첫 도전이다.
형제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배우가 자신들과 작업해준 사실에 감격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우리의 에너지가 안 맞을 거라 했지만, 우리는 정말 잘 맞았어요” 대니는 이렇게 말했다. 호킨스는 RackaRacka 시절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고, 촬영 현장에서도 감독 형제와 금세 친해졌다. 세 사람은 ‘벨튀’ 장면을 연습한다며 실제로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나는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이 장면은 영화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형제는 그녀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며, 대니는 현재 읽고 있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아웃』을 보여주며 영화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필리푸 형제의 부상은 유튜브 초창기 신화의 실현에 가깝다.
당시 유튜브는 누구나 직접 영상을 올리고 감독이 될 수 있는 ‘민주적인 플랫폼’으로 여겨졌고, 두 사람은 그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RackaRacka의 마지막 영상 중 하나는 지금의 유튜브 1인자인 미스터 비스트(MrBeast)의 촬영 현장을 방문한 내용이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시대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영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미스터 비스트는 유튜브의 공식을 완벽히 파악했어요. 모든 수익을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진 않았어요. 원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유튜브는 우연히 하게 된 거였죠” 마이클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유튜버가 되기를 원하죠. 그게 이제는 주류예요”
2010년대 유튜브의 성장세를 타고 필리푸 형제는 짧은 개그 스케치에서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내 알고리즘에 휘둘리는 콘텐츠 흐름에 염증을 느끼고, 장편 영화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엔 그냥 유튜브에서 뭐가 유행하나 보고 따라가는 식이었어요. 알고리즘에 의존했죠. 전 하고 싶은 건 다 했고, 이제는 더 이상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어요” 대니는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과 같은 배경을 가진 창작자들이 영화계로 넘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서사 중심 콘텐츠는 지금의 플랫폼에서 밀어주지 않아요.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마이클은 덧붙였다.
<톡 투 미>의 성공 이후, 필리푸 형제는 레전더리 픽처스와 함께 캡콤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화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들이 과거 제작했던 “리얼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영상과도 연결된다. 해당 영상은 2016년 업로드 이후 800만 뷰를 넘겼다.
“게임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그게 원작 기반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부분이죠” 대니는 말했다.
이들은 실제로 태국까지 가서 로케이션 헌팅과 액션 시퀀스 기획까지 진행했으나, <브링 허 백> 일정과 겹쳐 하차하게 되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소니의 개봉 일정에서 빠졌으며, 개발은 계속 중이다.
A24는 여전히 필리푸 형제에게 <톡 투 미> 속편 제작을 의뢰한 상태다.
동시에, 유튜버 시절의 정체성을 반영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현재 죽음의 레슬링(데스매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데, 마이클이 실제로 링에 올라 경기에 참여하는 형태다.
“이건 거의 브이로그 같은 다큐예요” 마이클은 말했다.
“제 시점에서 진행되는 다큐라는 점이 기획을 통과시킨 포인트였어요”
다만 영화 산업은 유튜브와 달리 훨씬 더 엄격한 제작 환경을 요구한다.
대니는 “<브링 허 백> 초반엔 마이클을 공동 감독으로 등록조차 못했어요. 직접 스턴트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보험사에서 ‘감독이 직접 그런 걸 한다고요?’라며 난색을 보이더라고요. 결국 보험 문제가 걸려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못 올린 거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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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인생 -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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