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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부르의 우산> - 올해 본 첫 만점영화 (줄거리 포함, 스포 주의)

도삐 도삐
407 4 3

 

영화 <라라랜드>와 유사점이 상당히 많은 영화이며, 따라서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The Umbrellas of Cherbourg

감독: 자크 드미

개봉 연도: 1964년

러닝타임: 1시간 32분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보통 제가 본 거의 모든 영화들에 점수를 매겨보는데,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그저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즉흥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점수를 줍니다. 10점 만점이라고 했을 때 그나마 1점에서 9점까지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만점(10점)을 어떻게 주는지는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머리가 멍해지며 "내가 방금 뭘 본 거지?"라는 생각으로 경악하게 되는 영화에 10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쉘부르의 우산>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영화 자체는 제가 느낀 바로는 <라라랜드>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점과 영상미, 서로를 사랑하던 두 주인공의 운명이 결국은 틀어진다는 것까지, <라라랜드>가 이 영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라라랜드>의 남녀가 각자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꿈을 선택한다면, <쉘부르의 우산>은 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항구 도시 쉘부르에서 우산 가게 주인의 딸 '주느비에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는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주느비에브의 어머니는 둘의 사랑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주느비에브는 어머니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와 결혼할 계획까지 세워놓았습니다. 그러나 기는 알제리 전쟁으로 인해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둘이 2년간 강제로 떨어져 지내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우산 가게의 형편이 안 좋아지자 주느비에브와 어머니는 가진 보석을 팔고, 이때 어머니의 목걸이를 샀던 '롤랑 카사흐'가 주느비에브를 보고 반하게 됩니다. 롤랑은 잦은 출장으로 바쁜 와중에도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기의 아기를 임신한 주느비에브는 그 사실을 숨기고 롤랑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뜸해지는 기의 편지에 혹시 그가 죽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주느비에브의 어머니는 롤랑과의 결혼을 전폭적으로(거의 강제적으로) 지지하고, 남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변하지 않는 롤랑의 사랑을 확인한 주느비에브는 결국 롤랑과 결혼합니다.

 

2년 후 돌아온 기는 주느비에브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며 우산 가게도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합니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수년간 편찮았던 대모를 떠나보낸 뒤로는 그동안 대모를 돌봐주던 '마들렌'이라는 여자와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지고, 기와 마들렌도 결혼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기는 마들렌과 아들을 낳아 주유소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밤, 마들렌이 아이와 선물을 사러 간 사이 기는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러 온 주느비에브와 재회하게 됩니다.

이 엔딩 장면은 <라라랜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나마 둘이 함께했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며 비교적 밝으면서도 감동적으로 끝나는 <라라랜드>와 다르게, 이 영화는 끔찍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특히 가장 잔인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둘이 사랑할 때에 주느비에브가 딸을 낳으면 이름을 프랑수아즈라고 짓겠다 했단 말이죠. 기는 아들이면 어떡할 것이냐 했지만, 주느비에브는 딸을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둘이 주유소에서 재회했을 때, 기의 아들은 프랑수아이고 주느비에브의 딸은 프랑수아즈입니다... 물론 프랑수아즈는 기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죠...

 

그렇게 잠시 만난 주느비에브는 차를 타고 다시 떠나고, 때마침 주유소에 돌아온 마들렌과 아들 프랑수아를 반기는 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인물들의 대사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어 하나의 뮤지컬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물론 뮤지컬 영화가 맞지만요. 그리고 영상미가 굉장히 쨍해서(감독이 앙리 마티스의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하네요)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 동안 눈도 매우 즐겁습니다.

위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영화의 서사는 <라라랜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정확히는 <라라랜드>가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오마주한 것이겠지요. 어쨌든 <쉘부르의 우산>의 전개는 <라라랜드>보다 더 비극적이고, 아이러니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에 정말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고, 그렇게 올해 본 영화들 중 처음으로 만점을 주게 되었습니다.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영화로 느껴집니다.

 

 

 

★★★★★

 

*넷플릭스에서는 5월 29일까지만 제공된다고 합니다. 없어지기 전에 급하게 한 번 보려 그랬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도삐 도삐
11 Lv. 11164/129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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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4

  • BeamKnight
    BeamKnight

  • min님

  • 즐거운인생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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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3등

참고로, 여주인공을 맡았던 까트린느 드뇌부는
자크 드미 감독의 다섯 영화에 전부 출연했죠.

15:13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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