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악연 - 간단 후기

스트리밍 날짜에 봤는데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늦어졌습니다.
피카레스크식 구성과 옴니버스 구성을 적절히 합친 작품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설식 작법으로 캐릭터별로 플롯을 분산해 캐릭터 전체가 엮였을 때 플롯이 합치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피카레스크나 옴니버스는 이 전체 이야기가 하나의 플롯으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새로운 작법의 형태라 하겠습니다.
소설에서는 유명 작가 중에 오르한 파묵의 작품이 이러한 구성을 취합니다. 그 외에 상당한 작가들이 캐릭터로 플롯을 분산해 합치하는 글을 씁니다. 사실 주로 제가 작법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서는 끌고 온 이야기의 파장을 최대치로 만들기 위해 메타포에 가까운 반전은 필수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질적이기도 할 뿐더러 주인공 한 사람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다루는 이야기에 익숙해 대부분의 이런 콘텐츠가 쪽박을 찼습니다. 이건 저도... ㅠㅠ
익무에서 유명하게 다루어졌던 작품 중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원작도 마찬가지이지만 소네 게이스케 작가의 작품이 이런 형식입니다.
설명은 이쯤하고.
악연!
위 사진에 보이는 여섯 인물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하나의 플롯으로 기능합니다. 사채남에서 길룡으로, 길룡에서 목격남으로 캐릭터를 따라 플롯이 옮겨가는 식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캐릭터의 빈틈이 없어야 하고 이야기가 촘촘해야 하며 불필요한 잡설이 없어야 합니다. 캐릭터로 플롯이 분화하고 진행하는 터라 이야기에 관객, 또는 독자가 진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잡설이 없는 것에 더불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곧바로 이야기에 진입해야 보는 이의 몰입이 쉽습니다.
이게 잘 되었으면 쉬우면서도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을 테고 아니었으면 몰입조차 어려운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6부작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늘어지고 잡설이 존재합니다. 또한 필요하지 않은 부수적 전개 역시 눈에 띄고요. 이건 아마 그대로 관객에게 몰입을 방해했을 겁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쉽지 않게 만들어졌을 장르물이라 웬만해서는 성공했으면 하게 됩니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으로 마지막까지 봤더랬지요.
초반의 이야기가 마지막에도 이어지는 탁월한 구조에 비해, 반전의 결이 약하고 예상 가능한 약점도 지녔습니다. 촘촘하게 엮이기보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플롯의 전개도 눈에 띄어 많은 이들에게서 공통적인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걸 평론에서는 자의적인 전개, 라고 하죠.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하거나 취향에 맞으신 분들은 상당히 놀랐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렇게도 이야기가 전개 돼? 같은.
약점과 장점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시도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 그 자체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원작이 웹툰이라던데. 최희선 작가님. 응원합니다.
길게 썼네요. 드라마 악연. 호와 불호가 대등하거나 불호가 살짝 더 많지 않을까 싶은.
중간에서 스트리밍을 멈추는 이들이 많을 포인트가 존재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유려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한 화씩 전개하는 웹툰에 비해 이를 뭉퉁그려 모은 드라마에서 거세했어야 할 부분들이 분명했고, 인물 간의 이야기에서 대등하게 나눌 또는 대등하게 전개하지 않아도 될 인물을 균일하게 나누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전개도 존재했습니다.
저는 추천이지만, 약간 더 높은 비율로 불호가 우세할 드라마라는 견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