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2025) - 스포일러 없음.
주어진 공식대로 쓰여진 각본이다. 추리소설에 늘 나오던 구성이고 소재다. 하지만 잘 썼다.
일단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심슨가족"을 억지로 합쳐놓고, 세상에 참신한 것을 썼다고 우기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았다. 드라마 전체에 걸쳐 일관성이 유지되고, 드라마가 계속 진행되어도
이야기의 밀도가 유지된다. 모범생을 보는 것 같다.
스릴러물이다. 드라마 내내 과속하는 스피드와 긴장감 그리고 전율이 중요하다. 각본도 연출도 연기도
다 프로페셔널하게 이것을 살려낸다.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아이디어나 전개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그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진짜 프로페셔널들의 멋진 협업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들이다.
사실적인 캐릭터들이라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 그리고 찌질한 역들인데,
풍선이 부풀듯 자꾸 이들의 악행을 증폭시킨다. "저거 찌질한 놈이네" -" "아무리 해도 저건 아니지. 나쁜 놈이네." -> "정말 혐오스럽다. 정말 막장의 끝이네." -> "어휴, 혈압 오른다. 저놈 누가 끔찍하게 안 죽여주나?" 이렇게 관객들이 생각하게끔 자꾸 그들의 악행을 부풀려나간다.
늘 나오던 수법이고 전개이지만,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술수처럼 안 보이게, 프로페셔널한 노련함을 발휘한다.
싼티가 안 나 보이고, 세련되고, 능숙하고, 고급스럽다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깊이도 없고 참신함도 없다.
사실 깊이를 집어넣을 구석도 많았고, 참신함이 들어갈 여지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못해서라기보다, 잘 만든 스릴러물 만드는 것 외에 눈을 돌리지 않고
착실하게 오락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 기존에 엄청나게 우려먹은 공식을 사용하면서,
이 공식을 안 낡아보이게 하고, 효과있게 관객들을 움직이고, 관객들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이끌어내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깊이 있고 참신함을 가득 불어넣은 영화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리라.
재미있게 보았다.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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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아주 재미있게 봤네요.

제목과 이야기가 설정에 맞게 제대로 하나 보네요. 저도 빨리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