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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75] 보이지 않는 학대와 공포 - 인비저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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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 (2020)
보이지 않는 학대와 공포


당신의 집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 존재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당신의 삶을 조종하려 한다면? <인비저블맨>은 그런 섬뜩한 상상에서 출발해, <쏘우>(기획 및 제작, 1편의 주인공), <인시디어스 3> <업그레이드>로 유명한 리 워넬 감독이 H.G. 웰스의 고전 SF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죠.


세실리아는 폭력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연인 애드리안에게서 탈출합니다. 얼마 후 그의 자살 소식을 듣지만, 곧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녀를 쫓는 듯한 느낌에 시달리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믿지 않고 세실리아는 점점 고립됩니다. 결국 그녀는 애드리안이 첨단 광학 기술을 이용해 투명인간이 되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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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은 웰스의 원작을 단순히 현대 배경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가정 폭력과 정서적 학대라는 현실적인 공포와 결합합니다. 이는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투명인간이라는 SF적 요소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죠. 


이 영화에서 투명인간은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학대의 은밀한 특성을 상징하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세실리아가 처한 상황과 심리는, 실제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겪는 사회적 고립을 반영하고 있죠.


영화는 세실리아가 느끼는 심리적 공포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서스펜스 조성이 탁월한데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세실리아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에 시달리며 캐릭터가 느끼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공유하게 됩니다.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한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 설명되지 않는 소리들,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보이지 않는 시선, 그리고 세실리아가 공포에 시달리는 표정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공포의 연출이 뛰어나서 특별한 사건이 없는 상황임에도 팽팽한 긴장감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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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가 겪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묘사는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영리하게 만들어집니다. 제작진의 창의성은 제한된 예산을 극복한 특수 효과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죠. 투명인간의 존재감은 교묘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이를테면 빈 공간을 잡는 롱테이크 촬영, 슬며시 눌려져 있는 의자, 차가운 공기에 생기는 입김, 발자국, 신체의 일부만 윤곽이 드러나는 형체 등으로 투명인간의 존재를 표현합니다. 특히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경찰들과의 싸움은 스턴트맨의 활약과 일부 CGI 효과를 더해 더욱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죠.


<인비저블맨>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엘리자베스 모스의 열연입니다. 모스는 투명인간에게 고통 받는 세실리아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점점 강인해져가는 캐릭터의 성장과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그녀의 생생한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관객들을 세실리아가 처한 공포스러운 상황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모스의 뛰어난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자아내는 긴장감과 공포의 효과는 크게 반감되었을 겁니다.


모스의 연기력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와 결말의 복잡한 플롯 전개와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탁월하게 소화합니다. 영화 후반과 결말의 반전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서, 이전까지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가며 관객의 적극적인 사고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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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의 최종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엔딩은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녀가 더 이상 문제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는 모습은 캐릭터 성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냅니다. 물론 세실리아의 결정은 윤리적으로 옮고 그름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장르 영화로서는 후련함과 더불어 영화의 여운을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긴장과 공포를 훌륭하게 구축하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전형적인 액션 영화의 틀에 갇힌다는 점입니다. 병원 복도의 액션은 상당한 볼거리가 분명하지만, <인비저블맨>에 기대한 것은 섬세한 심리적 공포이기 때문에 추격과 최종 대결의 구도로 흘러가는 전개가 호러 팬들에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어떻게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지 작동 원리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모른 척 모드로 끌고 가기 때문에 SF적인 매력도 다소 반감되고 있죠.


<인비저블맨>은 전반적으로 잘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로, 과거의 소재를 가지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범적인 결과물입니다. 특히 가정 학대와 폭력, 사회로부터 외면 받고 고립되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현실적인 문제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균형 있게 다룬 점이 영화의 큰 장점입니다.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 중에서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베스트로 꼽을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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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 엘리자베스 모스는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가정 폭력 피해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군요. 이 과정을 통해 그녀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아픈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 리 워넬 감독은 투명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가능한 한 실제 촬영 기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가급적 CGI 사용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실제 스턴트맨과 와이어 작업을 적극 활용한 것이죠.


3. 영화의 원래 제목은 단순히 <Invisible Man>이었지만, 나중에 <The Invisible Man>으로 변경됩니다. 그 이유는 1933년 제임스 웨일 감독의 고전 영화와 동일한 제목을 사용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4. <인비저블맨>은 원래 '다크 유니버스'라는 유니버설 픽처스의 몬스터 영화 시리즈의 일부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 계획은 취소됩니다. 결국 블룸 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 되면서 독립된 작품으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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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吉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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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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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ovie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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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3등
기억하던 투명인간과 결이 너무 달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현대적 영화라 느껴졌더랍니다. 재미있었어요.
08:43
3일 전
profile image
'울프맨'도 원래 다크 유니버스의 일부였다가 미이라의 실패 이후로 버려져 있던 프로젝트를 리 와넬이 다시 끄집어내서 만들었다죠.
16:03
2일 전
profile image
다크맨 작성자
네버랜드
울프맨도 그런...
미이라가 많은 변화를 줬네요 ㅎㅎ
17:38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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