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 언급) 시라이시 코지 감독 인터뷰 – 영화 〈사유리〉를 말하다

── 블루레이 특전으로 수록될 오디오 코멘터리, 막 녹음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본편을 틀어놓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주절주절 말했어요(웃음). 현장에서 배우들과 있었던 일, “이 장면의 뒤엔 이런 노고가 있었다” 같은 얘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 영화에만 있는, 영화 오리지널의 “문제의 대사”가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도 말했죠
── 그 “문제의 대사”, 여기서도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인데요…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가 와서 갑자기 “시라이시 군~ ‘활기충전! 빵빵 보X!(초딩 비속어)’가 무슨 뜻이야?” 하고 웃으며 물어본 거예요. 모르겠다고 얼버무렸지만, 아마 제가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웃음)
── 그 대사가 실제로 들은 적 있는 말이었군요.
네, 워낙 강렬한 말이라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어요. 고등학생 땐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친구가 “요즘 가위에 자주 눌려”라고 상담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다음에 가위 눌릴 땐 그 말 한 번 해봐. 아니면 마음속으로라도 외워봐. 그럼 아마 풀릴걸?” 했더니 정말 다시는 눌리지 않았대요(웃음)
── 말 그대로 ‘영적인 대사’였군요.
원래 귀신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우리 정신 상태가 진지하기 때문이에요. 그 진지한 룰을 어기면 귀신도 제대로 작동 못 하거든요. 그래서 그 대사를 넣은 거예요. 말하긴 민망하지만, 중학생인 노리오가 직감적으로 내뱉을 만한 생명력 넘치는 말이었죠
── 그 표현에서 어떤 생명력 같은 것도 느껴졌는데요.
그렇죠. 생식기 관련된 말은 보통 천한 말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하잖아요. 법이나 도덕의 틀을 넘어서 있는 힘. 그런 생의 본능 같은 게 그 말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그 말 때문에 불쾌해하거나 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네, 당연히 그런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만들 수 없죠. 영화 안에서 성적 학대 같은 어두운 면도 다루고, 동시에 사춘기 특유의 건강한 성적 호기심도 있어요. 그 상반되는 것들이 한 작품 안에서 충돌하며 공존하길 바랐어요
── 원작 만화 〈사유리〉를 영화화하고 싶었던 이유는?
원작이 ‘귀신에게 생명력으로 맞서는 이야기’였어요. 전반은 전형적인 J호러지만, 후반부엔 할머니가 각성해 복수를 시작하죠. <컬트>나 <사다코 대 카야코>와도 닿아 있고, “이건 내가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 원작자 오시키리 렌스케도 “인간이 귀신에게 반격하는 호러가 없었다”고 했죠.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솔직히 말해 J호러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무섭긴 한데,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고 끝나잖아요. 그런 “패배 전제” 호러는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 그래서 “J호러의 정체를 부수고 싶었다”는 말도 하셨죠.
네! 일반적으로 일본 호러는 음습하고, 결국 사람은 당하고 끝나는 게 많죠. 그런데 해외 호러를 보면 대결 구도가 꼭 있어요. 맞서 싸우고, 지더라도 끝까지 저항하고. 저는 그런 “생명력의 버티는 힘”을 보여주는 게 좋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귀신에게 이기고 싶어요(웃음)
── 영화에서 할머니가 ‘태극권’의 고수로 나오는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원작자 오시키리 씨와 대면 미팅 때 “혹시 할머니가 쿵푸로 싸우는 건 어때요?”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하지만 촬영 여건상 격한 액션은 어려웠고, 느리지만 에너지를 쓰는 태극권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어 반영했죠
── 전반부의 공포감과 후반부의 파워풀한 복수, 구성이 분명하게 나뉘더라고요.
맞아요. 전반은 정말 심리적으로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후반은 그 분노가 폭발하듯 역전되죠. 그 ‘변화의 쾌감’을 주고 싶었어요. 1편 보러 왔다가 2편까지 얻어가는 느낌이랄까, 두 배로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 “귀신에 맞서려면, 생명력을 진하게!”란 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원작 읽고 나서 “아 내일부터 아침 조깅해볼까?”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요(웃음). 보는 사람도 “밥 먹고 싶다”, “운동하자”, “사랑하고 싶다”..그렇게 ‘살고 싶다’는 감정이 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원작에선 사유리는 하나지만, 영화에선 ‘소녀 사유리’와 ‘거대한 사유리’ 두 명이 등장하죠.
맞아요. 기존 J호러와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거대한 사유리의 정체는 후반에 드러나고, 초반엔 “두 명이 존재하나?” 하는 미스터리 효과를 노렸어요
── 머리와 손이 말도 안 되게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나오는 장면은 정말 소름이었습니다.
그 장면 연출 정말 힘들었어요. 손은 ‘거대한 사유리’의 손, 머리는 ‘소녀 사유리’의 머리. 둘 다 따로 고속 촬영하고, 모리타 사오 배우 연기 위에 합성했죠. 머리카락이 너무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걸 막기 위해, 조감독이 직접 아역을 어깨에 업고 머리만 스르륵 나오게 했어요(웃음)
── 또 인상 깊었던 건, 사유리가 점점 다가오며 거대화되는 장면이었어요.
그건 실내 촬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그린백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합성했어요. 카메라 앵글도 밑에서 위로 보이게 조정해서 더 거대하게 보이도록 연출했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였어요
── 개봉 후 반응은 어땠나요?
젊은 관객들이 많이 와줘서 흥행도 꽤 좋았어요. “귀신과 대결하는 호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이런 영화가 많아지면 공포물에 대한 편견도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저는 아주 진지한 호러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유머 있는 호러도 계속 만들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원래 편집본은 2시간 반이었어요. 그걸 108분으로 압축해서 템포는 정말 좋다고 자부해요. 반복해서 보면 새롭게 발견되는 장면도 있을 거고요. 처음 보는 분들은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고 제트 코스터처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끝엔 전혀 예상 못 한 곳으로 데려다 줄 거예요
── 감독님의 개인 최애 장면은요?
스미다가 처음 등장해서 복도를 ‘타타타타’ 뛰어가는 그 컷이요. 진짜 한순간이지만, 제일 좋아해요(웃음)
시사 볼 예정이어서.. 본문 내용 스포일러 피해야겠네요.^^
나중에 영화 보고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