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미키17>후기.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봉준호 감독님의 신작이라는게 신기합니다
아무리 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데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인어 활어회를 대자에 54000원에 파는 듯한 기괴함이 있어요
로버트 패틴슨은 아마 다음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노려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야말로 미친 연기입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문득 든 생각인데 영화에서 로버트가 연기한 미키가 어느 순간부터 이름으로 잘 안 불리고 번호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 군대 훈련소에 있었을때 1번 훈련병이었는데 생활관 동기들은 서로의 이름보단 번호로 서로를 불렀거든요
전 항상 1번이라 불렸죠
아마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제 이름이 뭐였는지 잠시 까먹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 한달동안 서로 친해진 애들은 번호로 안 부르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거기서 좀 부러운 느낌도 있었죠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불릴 정도의 친구가 생긴 것에 대한 질투라고 할까요?
아이러니하지만 영화 보기 전엔 그 번호로 불리는 것이 더 편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영화 보면서 마실 커피를 사러 마침 쿠폰도 있겠다 싶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시켰는데 직원이 닉네임으로 부르겠다 했거든요
제가 조심스럽게 말했죠
"그냥 번호로 불러주세요..."
직원이 스타벅스에 등록된 제 닉네임을 보고는 잠시 웃으면서 알겠다 했고요
그걸 어떻게 소리쳐서 부릅니까... 민망하게
영화로 돌아가볼까요?
미키는 죽으면 몸이 다시 리프린팅 되는 기술로 인해 온갖 위험한 일에 실험용으로 쓰이는 소모품이 됩니다
작중 미키는 17번 죽게 되죠
그러다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죽지 않았음에도 몸이 리프린팅 되어버리고 17번과 18번으로 나뉘어집니다
이때부터 둘은 미키가 아닌 번호로 불리게 됩니다
영화는 일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달프게 묘사합니다
마치 주 6일 근무하면서 아무리 엿 같아도 출근해야하는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때 회사에서 이름보단 직책으로 불리는 일이 더 잦으면서 훈련소 때의 고독감이 다시 리마인딩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은 이러한 분위기에 영화 <아바타>를 끼얹습니다
외계 행성의 이주와 외계 생명체와의 갈등을 말이죠
아마 봉 감독님이 <아바타>를 만들었다면 딱 이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제임스 캐머런이 <아바타>에서 주인공의 사랑과 외계 생명체와의 동질감에 집중했다면
봉준호 감독님은 <아바타>에서 매일 나비족에게 출근하는 제이크의 업무환경에 집중했다고 봐도 되겠죠
<기생충>에 맞 먹는 한방은 없습니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늘어지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굳이 이 이야기가 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붕 뜨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이 스멀스멀 기어오는 영화라는 건 맞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 대명사로 부르던 그 사람 또한 얼마나 커다랗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깨달았습니다
미키 반스
이 캐릭터의 이름은 17번도 18번도 아닌 미키 반스였어요
스누P
추천인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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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의미에 대해 마지막에 강조하는 거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