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후기 (스포)
오늘 아침 친구들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를 관람했습니다. 평소 리뷰를 자주 남기지 않지만, 개봉 초기라 후기가 많지 않아 제 감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를 기대하셨겠지만, 사실상 SF의 외형을 지닌 인문학적 정치 풍자극에 가깝습니다. SF적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크리처를 활용한 '괴물'과 '옥자'의 분위기, 그리고 디스토피아로 변한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의 대립을 그린 '설국열차'의 느낌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이 작품들과 미키를 비교하며 평을 내리시는 것 같네요.
영화는 처음부터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야?' 이 질문은 극 초반부터 멀티플 현상을 겪기까지 미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타임루프와는 다른 개념이죠.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해피 데스데이'가 타임루프를 통해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이끌어낸다면, '미키17'은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모두가 내가 죽는 것을 알고, 나는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죠. 그러나 분명 나의 외형이나 사유의 통제권은 각자가 소유한 미키18을 보고서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카이의 질문을 향한 미키17의 답이 조금 더 자세하게 묘사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아쉬웠습니다.
'설국열차'와 비교해보면, 이번 작품은 조금 더 혼란스럽고, 특히 원작을 안 본 입장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플롯으로 중반부부터 마샬의 죽음까지 쉴새없이 휘몰아치는 게 오히려 더 흥미로웠습니다. 설국열차는 어느 정도 결말이 유추가능했다면, 미키는 미키18이 등장한 이후로 17과 18 사이에 정지한 화면을 보여주듯,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키18이 너무 매력있게 그려졌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보면, 길게 보여주는 19금 장면 등의 의미가 후반에 가서야 밝혀질 때 큰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만 중간에 배지가 한 번 클로즈업 됐는데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는 아직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세계관을 오로지 대사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부가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들 속에서 미키를 대하는 연구원들과 동료들의 태도를 유심히 본다면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으로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전에서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던 토니 콜렛을 다시 봐서 너무 좋았습니다. 여전히 연기는 상당하더라구요. 또 싸이코패스의 멀티플 장면에서 나온 집도 기생충에서 보던 구도와 꽤나 비슷한 집인게 재밌었습니다.
더욱 많은 분들이 관람해서 다른 분들의 후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salutm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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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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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지만 이야깃거리 있는 영화가 좋아요.
한번 더 봐야겠다 생각 들더라고요. 젇ㅎ놓친 디테일들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