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봤습니다 (스포 x)
전형적인 팝콘 무비는 아닙니다. 분위기도 밝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치있는 유머가 가득하지만 마냥 웃으면서 보기는 힘듭니다.
계급갈등, 동물권 등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던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노동문제를 다룹니다. 2050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소모품처럼 사용되다 버려지는 ‘익스펜더블’이 현실 속 노동자들의 처지와 지나치게 닮아 있어 마냥 팔짱끼면서 즐길 수가 없네요.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아마 이런 주제의식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일 겁니다.
배우들 연기는 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연기 잘하는 건 뭐 다 알고 있을테고, 토니 콜렛이나 스티븐 연도 톡톡 튀는 듯한 연기로 극의 활력을 더해줍니다. 무엇보다 나오미 애키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오더군요. 프로페셔널과 섹슈얼한 이미지가 양립하기 쉽지 않은데 배우 본인의 매력으로 극복한 것 같네요. 앞으로 스크린에서 계속 보고 싶습니다.
CG도 훌륭해요. 크리퍼라는 곰벌래와 돼지를 합친듯한 외계 행성 토착 생물이 나오는데,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어요. 디자인 참 잘한 거 같습니다. 한 마리 키우고 싶네요.
다만 몇몇 부분이 정치적으로 구설수에 오를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전형적인 악당으로 보였을 법한 ‘마샬’에게서 트럼프의 모습이 강하게 어른거리네요. 중반부 특정 사건까지 보게 되면 노골적으로 풍자한게 아닌가 확신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시국이 시국인지라 독재자 부부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국내의 그 부부가 떠오릅니다. (대선 전에 시나리오 작업을 끝냈다는 감독님 해명을 믿어야 겠죠.)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해외 자본으로 만든 앞선 두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봤네요. 봉 감독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코미디와 아이러니, 냉소주의와 휴머니즘의 정교한 결합이 인장을 찍어놓은 듯 선명합니다. 해외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삑사리의 미학'을 충실히 재현한 장면도 들어있고요. 할리우드식 SF를 기대하기보단 또 다른 봉준호의 영화로 봐야할 듯 싶습니다. 후반부에는 스팩터클한 볼거리도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수위가 좀 쎄네요. 부모님이랑 보기에 꽤 민망할 정도에요. 이 정도면 청불 등급 받아도 될 거 같은데…… ㅋㅋ
sonnybo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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