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미키17 후기(feat.데미안)
두괄식 평점 3.5점
총평: 영화의 내용은 꼬리칸 프로틴바지만 캐릭터의 서사는 엔진룸의 스테이크였다.
1. 오프닝
전반적인 줄거리야 뭐 다들 예상하신대로 계급사회에서의 부조리와 전복의 과정을 담은 영화죠. 솔직히 이에 대해선 악역은 너무 평면적이고 새로운 지향점의 반전이 있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게 아니라 본거또보고의 느낌을 다들 비슷하게 받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영화를 보는 도중 미키18의 등장시점부터 두 가지의 시각으로 영화를 감상했어요. 하나는 기존의 전체서사에 대한 시각과 다른 하나는 캐릭터 하나(미키17)의 개인서사에 대한 시각입니다.
미키18의 등장은 사실 굉장히 논리적 오류를 담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거의 같은 기억(인생전체에 비하면 17과 18의 프린팅기간차이는 굉장히 작다는 관점에서)을 가진 같은 생물학적 개체가 저렇게 다른 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단순히 '모든 미키들이 조금씩 달랐지만 이 놈은 너무 사이코다'라고 한 줄짜리 대사로 퉁치기엔 큰 설정 오류를 말이죠. 그런데 이게 오류가 아니라면? 미키의 익스펜더블 복제품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면? 이런 의문을 가지고 보다가 프린팅되는 익스펜더블이 단순히 복제인간을 나타내는게 아니라 사실은 사회에서 인간이하의 취급으로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고 그럼에도 끔찍한 생계에 다시 투입되는 과정의 은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매일 지옥같은 환경에서 자아를 죽이며 살아가는 인간을 나타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즉, 익스펜더블은 각각 내면의 자아들의 일면을 나타내고 그들의 죽음으로 미키는 한꺼풀씩 벗겨지고 약해지다가 내면의 가장 깊은 심연의 괴물, 미키18이 나타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후로는 미키17이란 영화가 소설 데미안의 sf버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보면서 점점 확증편향에 빠져 이 해석에 더 기울게 되더라구요ㅎㅎ.(반박은 환영입니다. gpt한테도 반박해달라고 했는데 듣기좋은 소리만 하더라구요.) 지금부턴 데미안에 맞춰서 영화를 보겠습니다.
2.미키 '싱클레어' 반즈
영화의 주인공은 '미키17'입니다. 본체는 분명 미키 반즈인데 말이죠. 미키 반즈는 미키17의 기억, 독백, 회상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고 우리는 영화 초반부를 보는 동안 모든 미키가 실제 미키와 다르지않은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질적인 미키18이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죠. 미키18의 등장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관객과 인물 그리고 미키17까지 말이죠. 호전적이고 파괴적인 미키18은 기존의 관객의 생각을 깨부수고 미키17에게는 실존적인 위협을 느끼게 합니다. 죽더라도 '내'가 다시 프린팅된다는 믿음을 흔들기 때문이죠. 여기서 '내'('나')는 결국 물리적인, 생물학적인 상태가 아니라 '나', '내가 나로서 존재함', '자아'의 개념적이고 상징적인 상태를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를 통해 우리는 미키의 익스펜더블 복제들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미키가 미키18을 자신이 아니라고 인지할 만큼 심연의 자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유명한 자아찾기 소설 데미안의 렌즈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미키18은 막스 데미안, 미키17은 에밀 싱클레어입니다. 미키와 정반대된 모습을 보이며 등장하는 미키18은 미키의 세계을 흔듭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3.나샤 '에바' 배릿지
작중에 굉장히 편리하고 괴상한 설정이 있습니다. 바로 미키의 여자친구인 나샤와 관계 자체죠. 분명 작품상에서 미키는 하등하고 볼품없고 능력없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 인간입니다. 나샤는 정반대 슈퍼 엘리트죠. 눈한번 마주치고 마샬을 좋아하지않는다는 공통점에서 시작한 인연이 성적 욕구의 발현과 종착지이자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사랑 '모성'까지 발전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당연하게 지나갑니다. 너무 이상적인 상대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달까요? 이 부분은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꿈속의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가 데미안의 어머니라는 것과 유사?합니다. 특히 중반에 단순 성적 사랑으로만 묘사된 나샤의 사랑이 후반 회상씬에서 더 초월적인 품어주는 사랑의 형태였음이 밝혀지며 더더욱 그렇죠. 다만 에바와 데미안과 다르게 나샤는 현실에서 위원회까지 되며 끝까지 미키의 곁을 지키죠. 그외에도 나샤가 에바부인의 포지션임을 나타내는 힌트는 미키18과 미키17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미키18은 동업자의 느낌이, 미키17은 아들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4.미키 '데미안' 18
이제 미키18의 행적을 보겠습니다. 먼저, 존재자체로 미키17의 실존적 위기를 줍니다. 그리곤 의견충돌이 일어나죠 18은 '나쁜' 친구를 죽인다. 17은 나쁜 '친구'를 살린다. 그 다음은 가장 큰 이벤트 마샬 암살시도입니다. 마샬이 미키17을 괴롭힌 후의 일이죠. 데미안에서도 싱클레어가 괴롭힘을 당할때 데미안이 뒤에서 그냥 쿨하게 조지고 해결해줍니다. 18은 미키가 당한 불합리한 처우에 17의 시야에 과할 정도로 분노합니다. 그러나 정당한 분노죠. 착하기만 17에게 필요한 새로운 세계입니다. 그렇게 멀티플로 체포된 뒤, 그렇게 한심하게 여기고 심지어 죽이려했던 17을 위해 18은 토막나는 것을 감수하며 희생을 자처합니다. 굉장히 이상하죠?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거죠? 개연성이 심각하게 박살난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18은 미키의 심연이고 그는 미키를 지켜야만 합니다. 처음에 죽이려고 한것? WWE죠. 진짜 죽일거면 기절시킨뒤 목따고 소각시키면 될 일이었습니다. 18은 그게 당연하죠. 18은 17을 죽이지않고 그들의 친구의 마약거래의 현실, 사채의 현실을 자각시켜주고 친구를 죽여도된다는 새 아이디어를 심어줍니다. 처음부터 17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존재가 18이고 데미안입니다. 그의 목표는 알을 깨는게 아니라 신에게 날아가게 하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부 결국 그는 17을 위한, 크리퍼의 규칙에 의한 '일대일 교환'을 하며 사라집니다. 마샬도 죽었는데 왜 일대일 교환이죠? 네 맞습니다. 오프닝 문단에서 얘기했듯 이런 해석이 가능하게 해준 힌트라고 봅니다. 18이 실존자가 아니라는거죠. 그는 미키의 심연이자 자아이자 일부입니다. 이제 미키17의 안에서 살아갈테니 죽은 것이 아닙니다.(**번외로 주인공이 미키17이어야 했던 이유가 18이라는 숫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8은 미국에서 법적 성인의 나이죠. 성장을 의미합니다. 또 한국인만을 위한 장치도 있는데 18이 욕설이랑 동음이라는 겁니다. 본능적인 거부감, 불쾌감이 있죠. 한국인은 미키17에 몰입하기 좋은 장치 하나 더 있는 거 같습니다.-뇌피셜이니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5.마마 '아브락사스' 크리퍼
마지막입니다. 그렇다면 미키가 알에서 나와서 가야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부분이 사실 가장 모호하고 뭔가 확실한 힌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해석에 자신없고 그냥 데미안에 끼워맞춘거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냥 넘어가셔도 좋아요.
크리퍼의 등장은 미키17의 구원과 미키18의 존재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데미안에서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을 초월한 새로운 개념의 신을 나타내며 기존의 기성 종교의 인식에 맞춰 딱딱하게 굳어있던 싱클레어의 사고관에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처음에 우린 크리퍼를 당연히 미키를 잡아먹는 괴물로 인식합니다. 이것이 기존 싱클레어가 가진 자신의 세계 밖의 미지에 대한 인식이죠. 그 후 미키18과 나샤의 인지적인 도움으로 미키17은 크리퍼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후 크리퍼와 소통하려 하고 도달하려 하고 그를 이해하려고 하죠.
크리퍼는 외계의 원주민 입니다. 정확히는 인류가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고싶어하는 곳의 원주민이죠. 이를 이상향이라고 표현 가능할 것 같네요. 그리고 크리퍼는 신기하게도 원칙을 두가지 제시하죠. 첫째는 공평입니다. 하나를 가져갔으니 하나를 내놓아라. 그리고 계급사회에서 공평함은 상실된 중요한 미덕중 하나입니다. 이는 크리퍼가 이상이라는 근거의 일부죠.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바로 파괴입니다. 공평만 존재했다면 둘을 가져갔을 때 둘을 요구했겠죠. 그러나 둘의 경우엔 마마 크리퍼는 전체의 파괴를 들먹입니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었지만 분명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모두의 죽음을 불사한 항쟁이었죠. 어느 쪽이든 파괴의 신입니다. 파괴의 신 하니 시바가 떠올랐고 시바는 또 창조의 신이기도 합니다. 이 양면성이 아브락사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하필 크리퍼의 눈 클로즈업 씬이 마치 코끼리를 연상시켜서 가네샤-시바와 연결되기도 해서 이런 해석에 영감을 주었습니다.(뇌피셜, 억지 엮기 스멜 흠흠;;)
그리고 최종 결말, 미키18이 떠난뒤 미키17이 아닌 미키 반즈로 존재하는 주인공은 크리퍼와 대화를 나누며 유머도 나누며 교감하죠. 공생을 뜻합니다.
6.마치며
일단 길고 장황하고 주절주절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한번 든 생각이 나가질 않아서 이렇게 글을 써봤어요. 이 외에도 영화보면서 오? 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몇시간만에 기억이 증발했네요ㅎㅎ. 저는 이 관점으로 영화를 재밌게 봤고 솔직히 이런 캐릭터 부분이 아니라면 솔직히 영화가 너무 취향이 아니라 별점 3개도 아까울 뻔 했어요. 특히 마샬부부 캐릭터는 배우는 그렇게 데려다놓고 너무 저급한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이 부분이 가장 화났습니다. 누군가를 희화한 느낌도 들어서-그 누군가를 지지해서 화난게 아니라, 사람에게 모두 장단, 과오가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이런 단순 악,선적인 묘사를 혐오해서 그렇습니다. 특히 소위 말하는 거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작품에서 이런 경우 더 그렇습니다.)
장단이 있지만 장점이 어느정도 할 일은 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엄청 즐겁고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볼만은 해서 3.5가 적당하다 싶네요.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남기는 건 있어야하니 저를 조건없이 사랑해주던 사람들, 해주는 사람들, 해줄 사람들 그리고 나의 미키18을 가슴에 새기며 나를 아끼고 나아가 아직 자신을 아끼지 못하는 사람을 동정하고 연민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하며 살아야겠네요 .
펭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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