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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을 보고 (스포O)

폴아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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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예뿐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쓴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그의 미국영화인 <미키 17>을 보고 왔습니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 등 여러 이슈로 인해 개봉일 선정에 꽤 난항을 겪었는데 마침내 베일을 벗었네요.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7’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익스펜더블’ 등 아이디어나 설정, 모티브를 가져오고 초반부는 원작과 흡사하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치는 각색입니다. SF 장르의 특성상 고유한 세계관이 있고, 세계관 내 통용되는 개념이나 용어들이 있는데 이런 낯선 개념들을 설명함에 있어 이 영화는 상당히 친절합니다. 나레이션으로 사건의 정보나 인물의 감정, 배경정보들을 설명하고 플래시백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까지 설명하니까요. 그렇게 프롤로그에 30분 가량을 투자해서 낯선 이야기임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를 수용하게끔 합니다.

 

아이러니가 동력이 되어 작중 인물이나 상황을 희화화해서 그렇지 꽤나 잔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령 주인공인 미키가 17번째 미키가 되기까지 실험용 개구리 같은 취급을 받아왔다거나 방사능에 노출되어 손이 잘리고 프린팅이 되어도 점점 무관심의 대상이 되며 심지어는 죽더라도 아무도 개의치 않아하니까요. 미키의 신체가 실험용으로 쓰이다가 아무렇지 않게 사이클러에 던져지는 장면을 부감으로 촬영하고 경쾌한 음악이 깔려 섬뜩함이 배가 되기도 합니다. 얼핏 <감기> 속  죽은 환자들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렸던 장면에서 느꼈던 현실적 공포가 느껴졌네요.

 

원작에서는 ‘테세우스의 배’를 거론해서 철학적인 고민의 장치로 사용했는데 영화에서는 멀티플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보다 오락적인 장치로 사용하는데 가깝습니다. 초반에는 성적인 삼각관계로 활용하다가도 영화에 클라이맥스를 조성하는 장치로도 쓰이고 후반부에는 희생 등 드라마를 조성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기보다는 외계생명체 등 우주영화, SF 영화에서 봐왔던 클리셰들이 꽤나 있지만 그걸 블랙코미디의 리듬으로 변주하는 방식이라 조금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엘리시움>, <아바타>, <에이리언 : 로물루스> 등 SF 장르는 과학적인 상상력을 펼칠 뿐 아니라 사회 부조리 등에 대한 일종의 우화극으로 쓰여왔습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주 문제, 14시간 주 7일 근무 등 이슈를 빗대어 묘사하고, 만찬 등 마샬 부부의 위선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해 상류층을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로우앵글을 직접적으로 사용해서 상하관계를 시각적으로 담아 풍자의 대상을 정확하게 가리키기도 하고요. 후반부에서는 마샬의 가혹행위 등 폭정으로 반란이 벌어지는 등 계급충돌이 이뤄지기도 하죠.

 

이 작품의 톤앤매너나 리듬도 충분히 그렇지만 클라이맥스 또한 독특합니다. 주인공인 미키가 크리피와 소통을 하면서 소동극을 벌이는 게 이 영화의 정점이니까요. 생명의 등가교환을 논하고 미국의 개척 등이 연상되는 상황 속에서 실은 뻥이었던 소동은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랄까요. 시각적으로 웅장하거나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거나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아니지만 <미키17>스러운 클라이맥스였습니다. 제게는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서 <옥자>와 비슷하게 다가왔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는 같은 인물이지만 상반되는 인격체인 미키 17, 18을 연기해 영화에서는 깊게 다루지 않았지만 그 둘을 같은 사람이라고 봐도 될지, 한 사람의 인격체를 여러 모습으로 분리한 것일지 등 다양한 생각을 들게 합니다. 나오미 아키에는 어쩌면 매번 미키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마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 것 같은 사랑을 연기해 애틋하게 만들고요. 스티븐 연은 조금 편집된 것 같은데 캐릭터가 더 활용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마크 러팔로는 <가여운 것들>에 이어 또 한 번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유전>에 이어 토니 콜렛은 그 아우라로 하여금 순식간에 장면에 공포를 드리우게 하고요.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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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란
    카란
  • 갓두조
    갓두조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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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원작도 한번 보고 싶네요.
영화에선 테세우스의 배 패러독스는 크게 다루지 않은 것 같은데...
22:54
25.02.28.
golgo
원작 소설도 후반부가 좀 심심한데.. 영화는 중반부부터 봉감독님 색깔이 많이 들어갔어요!
22:59
25.02.28.
profile image 2등
와... 세상에 저도 오늘 돌비로 재밌게 보고 왔지만,
마찬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자,
봉준호 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신지 몰랐네요.
기회가 된다면 GV까지 참여하고 싶습니다.
리뷰글 잘 읽어봤어요. 방금 집에와서 간단하게라도
적어볼려고요 ㅎㅎ (평소처럼 하면 피로도가... ㅜㅜ)
23:39
25.02.28.
갓두조
돌비하니까.. 태연님 콘서트 생중계 메박에서 하던데 보고 싶네요ㅠㅠ
갓두조님은 또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23:44
25.02.28.
profile image
폴아트레이드
방금 간단하게 적어보긴 했는데 폴 성님에 비해서 새발의 피네요 ㅋㅋ
태연꺼 예매할려고 하니 왤캐 비싸요 !! ㅜㅜ 아니 탱구야 ..
스포라 댓 적자면 드래곤볼 인조인간 18호는 이뻤는데,
미키 18은 뭔가 무서웠어요 ㅋㅋㅋ
00:11
25.03.01.
갓두조
그쵸 ㅠㅠ 저 서울에ㅜ일정있어서 간 김에 보려했는데 ㅠㅜ 탱구콘 넘 비싸네요ㅠㅜ
00:46
25.03.01.
profile image 3등
확실히 봉준호 감독님 스타일이 <옥자>랑 좀 닮았어요
특히 풍자적인 연출 방식이나 인간과 다른 존재(크리퍼)와의 소통 같은 지점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역시나 훌륭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17:20
25.03.03.
카란
봉감독님의 본 취향이 잔뜩 담긴 게 <옥자>와 <미키17> 같아요!
카란님의 리뷰가 더 뛰어난데 칭찬 머쓱하네요 감사합니다 ☺️☺️
20:49
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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