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의외의 수작.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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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을 보았습니다. 사실 진짜 PC통신 1세대를 휩쓸던 소설이라 분명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책도 샀던 것 같은데…) 정작 지금은 단편적인 몇몇 내용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건 등장인물들이랑 몇몇 설정들 뿐입니다.
하여간 이 퇴마록이 드디어 애니화가 되었다길래 영화관을 찾아서 봤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렇게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확실히 보러 온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퇴마록이 뭔지 아는 사람’이 올테니 나이가 좀 있어야겠죠.
영화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국산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진짜 만족하고 나왔습니다. 확실한 건 원더플 데이즈는 극장에 가서 본 기억은 나는데 그 사이에 또 뭘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여간 한동안은 누가 ‘최근들어 극장가서 재밌게 본 한국 애니메이션이 뭐냐?’ 라고 물으면 이 퇴마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퇴마록을 제가 본게 한~참 전이니 그 당시 나이로 맞추면 박신부는 할아버지가 되었을꺼고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다들 아저씨 아주머니가 되었을테니 연령대와 설정, 시대는 현대로 맞췄습니다. (사실 맨 처음 박신부가 전화기를 귀에 들고 있는 장면에서 저는 과연 저 전화기가 스마트폰인지 옛날 피쳐폰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ㅎ) 근데 시대설정을 현대로 잡았는지 스마트폰이 나오고, 무엇보다 당시엔 없었던 GS25가 있는 걸 보고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이면 바이더웨이나 로손, LG25였겠죠?) GS25가 PPL이라도 좀 해줬겠죠? 이거라도 잘 되어서 제작비 충당이라도 잘 되었으면 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성우는 다들 맘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 기억속의 퇴마록 등장인물들은 이 얼굴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 (신현준, 안성기, 추상미는 바이바이) 애니가 넷플릭스 애니인 아케인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아케인을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제가 롤을 안하다 보니 별로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스토리는… 제가 분명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도 기억이 안나서 매우 신선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알고봤더니 나름 반전도 있더군요? 아무래도 첫번째 애니다 보니 등장인물 소개가 워낙 많이 나왔는데 이것 때문에 호불호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사실 이해하긴 합니다. 1편 뿐이 아니라 후속작이 나올 확률이 100%였다면 등장인물들의 과거는 뒤로 넘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것은 그림과 동화, 그리고 액션입니다. 전체적인 배경과 디자인 모두 한국적인 면이 확실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잘 녹였다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움직임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액션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납니다. 간결하면서도 보는 사람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액션의 구성을 아주 잘 짰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면 가만 서서 주먹에서 빔만 뿅뿅 쏴대는 모 헐리웃 영화보다 훨씬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은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2편, 3편 등 시리즈가 누적될 수록 점점 평가가 좋아질 것 같습니다. 관건은 이게 손익분기점을 넘냐일텐데… 아무래도 경쟁작이 봉준호의 미키 17이다보니 어려운 싸움이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흥행이 잘 되어서 다음 편도 극장에서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면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예 시리즈화해서 OTT로 가는 것도…?
PS) 평일 오후인데 왕십리 cgv에 사람들이 언청 바글바글하길래 보니까 이찬원이 무대인사를 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러고보니 다들 아주머니 할머니들... 코로나 이후 국장 로비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간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