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퍼킨스 감독 <더 몽키> 공포-코미디, 그리고 영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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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더 몽키>는 원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작될 뻔했지만, 독립영화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이유는 뭔가?
오즈 퍼킨스(이하 생략):
제작자 제임스 완과 피터 사프란이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하고 싶어 했고, 내게 감독을 맡기려 했어요. 그런데 기존에 있던 각본은 너무 정통적인 공포물이라 내 감각과 맞지 않았죠. 그래서 공포-코미디로 풀어보자고 했는데, 스튜디오 쪽에서는 이런 조합을 굉장히 싫어하더군요. 공포와 코미디를 나란히 놓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독립영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Q. 공포-코미디라는 방향을 선택한 이유는?
공포 영화는 단순히 무서운 장면만이 아니라 분위기와 리듬이 중요한데, 거기에 <이치와 스크래치>같은 만화적인 폭력성과 블랙코미디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원작 속 원숭이 장난감은 단순한 초자연적 존재라기보다는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상징하는데, 거기서 오는 불가해한 공포를 강조하고 싶었죠.
Q. 원작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개인적으로 받아들였나?
저는 항상 제가 만드는 이야기가 제 자신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진정성이 생기거든요. <더 몽키>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이었어요. 원숭이가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충격적인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내 인생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나는 부모님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잃었고, 이 영화는 그 감정을 반영한 작품이기도 해요.
Q. <더 몽키>의 제작이 <롱레그스>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연달아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들었다. 일정이 상당히 빠듯했을 것 같은데?
원래는 <롱레그스>를 찍은 후 바로 <더 몽키>를 촬영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WGA와 SAG-AFTRA의 파업 때문에 일정이 어그러졌죠. 하지만 캐나다에서 작업하던 팀과의 호흡이 너무 좋아서 그냥 멈추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사이에 <키퍼>라는 영화를 만들어버렸죠.
이 영화는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주연을 맡은 작은 스릴러 영화인데, 정말 빠르게, 즉흥적으로 작업했어요. 그랬더니 타티아나도 만족했는지 곧바로 <더 몽키>의 출연까지 결정하더군요. 우리는 금요일에 <키퍼>를 마무리하고, 그다음 월요일부터 <더 몽키> 작업을 시작했어요.
Q. <더 몽키>의 잔혹한 살해 장면들은 어떻게 구상했나?
내가 세운 원칙이 하나 있어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방식으로 죽음을 묘사할 것" 예를 들면, 수영장의 물과 전기가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아요. 작은 칼로 척수를 자를 수도 없죠. 하지만 그런 장면들을 굉장히 과장되게 연출함으로써 현실적 공포가 아니라 만화적인, 와일 E. 코요테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불에 타고 떨어지고 뭉개져도 다시 돌아오는 그런 느낌이죠. 이 영화는 그저 잔인한 공포물이 아니라, 리듬과 유머가 있는 작품이에요.
Q. 제임스 완과 피터 사프란 같은 거물급 제작자가 참여했는데, 그들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나?
완전 자유롭게 작업하도록 해줬어요. 최근에 완과 완성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제 작품을 굉장히 높이 평가해줬죠. 그는 항상 저를 존중했고, 내 방식대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사실 이게 정말 이상한 기분이에요. 제가 존경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 동료가 되어 제 작업을 인정해주고 있으니까요.
Q. 기예르모 델 토로도 조언을 해줬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저는 델 토로에게 가끔 연락해서 조언을 구해요. 특히 너무 잘되고 있을 때요. 사람들이 제 영화를 좋아하고, 평가가 좋고,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져요. 그럴 때 델 토로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실패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성공할 때가 오히려 위험한 순간이야"
이 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만하면 모든 게 무너지기 쉬운 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만든 작품에 솔직하고 정직하려고 해요.
Q. <롱레그스> 편집 과정에서 중요한 장면을 삭제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결정이 있었나?
촬영할 때는 특정 장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편집 과정에서는 더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생기죠. <롱레그스>* 마지막 부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앨리시아 위트가 연기한 루스가 마이카 먼로의 캐릭터를 약물로 제압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그런데 편집하다 보니 그런 설명적인 요소들을 다 빼고, 더 함축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더라고요. 결국, 루스가 악마와의 계약을 떠올리며 인형 속 구슬을 바라보는 장면이 훨씬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판단했죠.
Q. 최근 몇 년간 정말 왕성하게 작업했다. 지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꽤 피곤해요. 하지만 좋은 영화 세 편을 만들었으니 괜찮아요. 어떤 순간에는 그냥 달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죠. 저는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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