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후기(스포)-이제 다시 예전 폼으로 돌아오려는 mcu
개봉 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너무나 많았던 캡아 신작을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단 많이 괜찮더라고요.
1.액션
개봉 직전 풀렸던 클립영상 속 액션이 충격적으로 별로여서 기대치가 많이 낮았는데 일부러 기대치를 낮추려는 노림수였는지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당연히 스티브 로저스 정도의 힘이나 타격감은 부족한데 오히려 더 인간다운 모습의 액션이라 정통액션물(본 시리즈, 007 시리즈) 느낌 물씬 나게 잘 찍었어요. 전혀 허술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피 수위만 잘 조절했다 뿐이지 액션의 정도는 꽤 강합니다. 그 클립 영상 속 문제의 장면도 본편에서는 꽤 괜찮더라고요 이건 좀 신기했습니다. 확실히 부분만 뜯어서 볼 게 아니라 전체적인 걸 같이 봐야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매체같아요. 가젯들 이용해서 부족한 힘을 채우는 것도 좀 화려하고 우려했던 와칸다산 보라방구는 거슬리게 나오진 않아서 좋았습니다. 물론 클라이막스 액션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능이긴 한데, 거기서 사용한 방식도 어색하지 않고 참신했어요.
초반 멕시코 인질 구출 장면은 샘윌슨이 캡틴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좋은 장면이었고, 백악관 장면이나 중간의 자잘한 액션신들도 감질맛 나게 연출되었고, 해상 전투씬은 스티브 로저스가 못할 샘윌슨캡틴만의 장기를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 백악관 씬은 액션 자체도 좋았는데, 그 자체보다도 뽕 차는 장면들이 은근히 많아 좋았습니다. 특히 백악관 옥상에서 성조기 들고 불길 속에서 날뛰는 모습은 정말 웅장했고, 마지막 벚꽃동산에서 레드헐크 요리조리 피하면서 날아다니는 모습이랑 날개로 시야를 가리고 있다가 다시 날개를 내리자 바로 앞에 레드헐크가 있던 장면 등은 가히 위압적이더라고요.
그리고 방패액션도 스티브는 던지고 다시 잡는 식의 단순한 연출 위주였지만, 이번 편에는 던져서 기둥에 맞추는 각도를 계산해서 적들 맞추는 장면이나 다리로 차면서 추진력을 주는 식의 아크로바틱함이 더 살아서 그런 면은 좀 참신했어요. 다만 이게 마냥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투박하게 방패를 던져도 스티브가 더 멋지다는 건 비밀ㅎㅎ
2.스토리
엔겜 이후 마블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노웨이홈 말고는 세계관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는 드디어 좀 마블이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하려는 의지가 보여 좋았습니다. 단순히 다루는 이야기의 방대함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터널스 같은 영화는 그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영화를 나름 재밌게 본 저로서도 서사 확장의 의지가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오히려 이 영화 속 소재나 세계관은 그렇게 방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어벤져스 영화나 이후 프로젝트들로 향하는 적극적인 발걸음이 보여 좋았습니다. 이야기도 유치하거나 너무 작가주의를 담지 않고 담백하게 진행되더라고요. 아마 제작진이 윈터솔져를 많이 참고한 것처럼 보입니다, 좀 과장 보태면 윈터솔져 리메이크판이라고 이 영화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과 장면 연출이 똑같거든요.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매끄럽게 흐르기는 하는데, 뭔가 이야기에 뜨거운 핵심은 없고 퀘스트 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과거 mcu 영화들의 폼으로 돌아오고 있는 건 확실해보입니다.
에스피오나지 장르로서도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정치적인 마블영화로 느껴지던 윈솔보다도 더 정치적인 느낌이 듭니다. 나름 작금의 현실과 비슷하게 고증을 했고, 너무 어둡지만도 밝지만도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생각합니다.
쿠키영상은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래도 인커젼 떡밥이라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존 전성기 시절 마블 영하에서도 잘 없었던 탄탄한 서브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이사야 브래들리나 로스 대통령의 서브 서사가 꽤 탄탄하게 쌓였더라고요. 그건 의외였습니다. 그렇다고 긴 시간 러닝타임을 깎어먹지도 않고 짧게 치면서도 메인 이야기만큼 울림을 줘서 놀랐습니다. 줄리어스 오나의 전작은 쓰레기나 다름없는데 절치부심했는지 기분 좋은 반전이었어요. 그리고 초반에 나온 소재를 영화 마지막에 다시 수미상관처럼 사용하는 식의 대사들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종종 보여서 좋았습니다.(브래들리 허리를 세 번 치는 훈련, 옆차기를 하는 방법은 팔콘에게 알려주는 장면)
3.캐릭터
샘윌슨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원래 윈솔에서 의외로 제일 멋잇었다고 느낀 캐릭터이긴 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그냥 날아다니는 쩌리 사이드킥으로 전락해 안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팔콘과윈솔 드라마에서는 너무 자기가 차기 캡틴인 걸 뽕차는 걸 드러내고, 문제의 "그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대사를 듣고 열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싫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잘 해냅니다. 초인이 아닌 캡틴이라는 점에서 고뇌와 두려움이 인간적이어서 너무 좋았고, 스티브에게 없던 흑인 인싸 형 특유의 유머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띄워줍니다. 그리고 뭐 워낙 베테랑 배우라 표정연기도 잘하시더라고요. 몸도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습니다.
로스같은 경우 저는 오히려 이 분이 찐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서사가 자세히 나오는데, 전편들을 봐야 이 감정이 느껴지실 것 같아요. 베티와의 관계에 대한 슬픈 감정을 정말 깊게 다룹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레드헐크 손 위로 날리는 벚꽃을 보는 장면은 괜히 울컥했습니다. 근데 이게 다 해리슨 포드의 연기 덕이라고 느꼈어요. 사실 빌드업이 잘 안쌓인 채로 베티와 부녀 갈등을 다루는데, 해리슨 포드의 그 묵직한 연기로 바로 설득시키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연설 직전 베티와 전화한 장면은 진짜 해리슨 포드 원맨쇼였습니다. 연기차력쇼 느낌의 장면은 아니었는데 힘을 빼고 부드럽게 연기하면서도 거기서 주는 힘을 제대로 캐치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대단했습니다. 해리슨 포드 옹은 오히려 요즘 연기 폼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팔콘과 사브라는 사람들이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들인데 나름 잘 구축된 것 같습니다. 다만 사브라는 이야기 전개에서 필수적인 캐릭터는 아닌데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다음 작품들에서 기대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더 리더 같은 경우 이야기의 흠이라고 생각하는데, 흑막으로서 연기나 설정은 괜찮은데 이 양반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이야기에 들어왔다 나와서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궁극적인 게 뭔지도 애매하고요. 레드 헐크로 로스를 변하게 해서 실추시키게 하는 것만이 목적인지 그러면서 캡틴도 같이 제거하려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겸사겸사 히어로 제거하는 건 덤으로 좋은 거고 미국을 전복시키는 게 목적인지 계획은 나왔는데 그 진짜 목적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 캐릭터는 좀 아쉽습니다. 여담으로 더 리더라는 이름이 언급 안되길래 후반부 훈련하던 미군 심장 멈출 때 누구냐고 묻자 자기는 리더라 할 줄 알았는데, 영웅이지 라고 말해서 나름 김이 샜습니다, 마블식 자기 이름 말하기 챌린지를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보아서 기대했는데 말이죠.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형님이 맡은 캐릭터도 아쉬웠습니다. 이건 배우의 문제는 아니고 아마 추후 후속작에서 써먹으려는 율리시스 클로 포지션인 것 같은데 그래도 좀 아쉽더라고요. 그 형님 특유의 쫀쫀한 빌런 연기 좋았거든요. 근데 또 너무 못 싸우셔서 그건 또 안습이었습니다. 아니면 그게 유머 포인트였나..?
4.음악
음악은 의외로 별로였습니다. 물론 그 중간중간 긴장감 주는 장면들에서 긁는 느낌의 음악들은 괜찮았는데, 항상 제가 마블 영화들을 보면서 기대하는 메인 테마곡이 없습니다. 빌런 테마곡도 없는 건 둘째치고 새로운 캡틴을 위한 노래도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우리의 스티브는 1,2,3편 모두 다른 테마곡이 있었는데 말이죠. 차라리 드라마판의 ost를 좀 더 웅장하게 변형해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 엔겜 이전까지 개봉을 기다리며 기대했던 마블 영화들의 폼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물론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엔겜 이후 노웨이홈을 제외하고는 제일 나은 편에 속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추천인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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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캐릭터의 초인적인 능력을 좀 더 보여줬으면 하는데... 그냥 흑막으로서 알아서 다 했다.. 식인 건 아쉬웠어요. 리뷰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