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을 보고 (스포O)
24년도 연말에 개봉해 25년 새해 설연휴 시즌에 특별히 상영하는 <대가족>을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제목에서 쉬이 캐치할 수 있듯 가족영화이며 <변호인>,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신작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주축이 되는 두 부자 관계를 교차해서 썩 좋지 않은 둘의 관계를 빠르게 설명합니다. 영업 직전에 만두를 직접 맛보고나서야 영업개시를 결정하는 함무옥 캐릭터와 그의 아들이자 스님인 함문석 캐릭터가 바로 그 둘입니다. 오프닝의 짧은 시간에 각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효율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케케묵은 전통 중 하나인 제사를 곧바로 꺼내 두 인물을 충돌시키기도 하죠. 두 부자가 알코올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 맹꽁이를 피하려다 자빠져 이후에도 슬랩스틱을 벌이는 스님, 경쾌한 음악 등 코미디 톤으로 전개돼서 무겁지 않게 기분 좋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김윤석 배우의 코미디 연기를 보는 반가움도 있고, 김성령 배우가 감초 연기로 웃음을 더하기도 하고요.
제사가 유독 많은 종갓집이라는 설정에 고집불통, 괴팍하고 고루하지만 친손주만은 아낀다는 함무옥 캐릭터의 특성이 고전적인데 그럴수록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후반부 인물이 느끼게 될 성찰이 더욱 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사가 많아야 아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기도 한 따스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거나 겉으론 툴툴대면서도 아들의 방송을 챙겨보는 등 스트레오 타입의 아버지 이미지를 투영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함무옥이라는 인물이 스트레오 타입일수록 거기에 공감했던 아버지 세대의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지점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거기에 홍민국, 홍민선 두 아역 캐릭터까지 툭하고 무심히 등장합니다. 자신 조차 잊고 있던 함무옥의 생일에 함문석의 자식이 라디오 생방송에서 공개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게 되죠. 사건의 전말이 되는 정자기능 에피소드도 코믹하게 전개가 되는데 영화의 동력이 시트콤같은 코미디로 되어 있습니다. 주요 사건이나 장면을 전환하는데 있어 시트콤 같은 방식으로 극이 짜여있다는 건데 빨간 머리 염색, 새 옷 착장, 또 다른 출생의 비밀 등이 그렇죠.
후반부에는 양우석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생각나는 6.25를 끌고 와서 함무옥의 전사를 더합니다. 두 아역 배우가 함무옥의 남매 아역을 연기해 영화가 이어지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이 가족은 1대는 전쟁고아, 2대는 편부가정 자녀, 3대는 고아로 각자 전쟁, 질병, 사고사 등 사인은 다르지만 부모와의 사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3대는 친자는 아닌데 혈연, 친족관계로 국한된 가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확장된 가족의 의미를 다지는 함무옥의 성장영화이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의 주제를 시트콤으로 옮겨온 듯한 영화랄까요.
다만, 이미 클라이맥스를 조성하기 위해 작위적인 사건을 만들었는데 거기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나레이션이 더해져서 적당히 뭉클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던 후반부에 오히려 감동을 더는 인상입니다. 거듭해서 교훈적인 주제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노파심이 과했달까요. 가족의 정의를 확장시키는 꽤나 진중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 과정이 되는 정자기증나 출생의 비밀 등 초중반 전개가 메시지에 비해 너무 장난스레 다뤄진 듯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요. 좋은 메시지와 더불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시트콤 같은 영화였는데 직접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따뜻해서 원래 개봉일인 연말에도 좋고, 특별상영하게 된 설 연휴에 보기에 좋다고 생각이 드네요.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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