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림의 전쟁' 후기.. 반지의 제왕 팬 서비스 애니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200년 전, 기마 민족 로한 왕국을 배경으로, 반지의 제왕 원작자 톨킨이 쓴 설정집에 간단히 언급됐던 헬름 왕의 전쟁을 다뤘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선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한 헬름 왕의 딸 헤라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일본 제작진에 의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했고요.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 스토리 부분에선 리어왕과 폭풍의 언덕 캐릭터 설정을 차용했는데, 나름 반지의 제왕과 어울리게끔 이야기를 잘 짰어요.

그리고 팬 서비스 작품답게 하워드 쇼어의 음악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특히 2부)의 명장면, 대사를 상당 부분 재활용하여 반지의 제왕 팬들이면 반갑고 때로 가슴 뛰는 기분을 느낄 거라 봅니다. 액션 연출이니 작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상당한 퀄리티입니다.

그런데 웅장한 <반지의 제왕> 세계관과 여리여리한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우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화 자체가 애당초 잘 어울리지 않고 충돌한다는 느낌입니다. 마초 캐릭터들이 활약할 때는 그럭저럭 괜찮네 싶다가도,가녀린 외모에 쭉쭉빵빵 몸매가 강조된 헤라가 우락부락한 남자 전사들 사이에서 혼자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게 너무 튀네요. 손그림 2D 작화와 3D CG 오브젝트들을 합성한 장면들에서도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만족했는데, 그림은 예쁘지만 원작 세계관과 충돌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