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2' 일본 매체 리뷰 - 2024년을 상징하는 걸작
일본 사이트 리얼사운드 리뷰를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원문은 아래예요.
https://realsound.jp/movie/2024/12/post-1884385.html
본문에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약간의 스토리 소개와 암시 내용은 있습니다. 아직 안 본 분들은 참고하세요.
<오징어 게임> 시즌 2 가장 빠른 리뷰!
분명 2024년을 상징하는 걸작 드라마 시리즈
12월 26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가장 빠르게 리뷰한다. 이 글에는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17일에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프로그램이며, 현재까지 3억3천만 뷰, 시청 시간으로는 28억 시간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듬해인 2022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작품상, 감독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을 포함한 6개 부문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첫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이렇게나 대기록을 세운 작품의 새 시즌이니만큼, 회의적 생각도 들 법하다. 지난 12월 초 미국 LA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 2 시사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이렇게 단언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성공했으니까 여기서 멈춰야 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시즌 2는 이 영광을 뛰어넘을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2 총 7화를 감상한 지금, 황동혁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즌1보다 더 깊고 복잡하게 주제를 파고든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분명 2024년을 상징하는 드라마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시즌 1은 6번의 데스게임에서 이기고 456억 원을 손에 쥔 456번 성기훈(이정재)이 딸이 사는 미국행을 취소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그 직후 시작되는 시즌2에서 머리를 붉게 염색한 기훈은 게임에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서울 전역에 수사망을 쳐서, 게임 초대장을 배포하는 정장 차림의 남자(공유)를 찾아낸 기훈은 지난번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게임에 참가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참가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그리고 배후를 찾아내 잔혹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다.
게임의 잔혹함도, 팝적인 프로덕션 디자인과 음악도 여전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바뀌는 것에 호응하듯이 (시즌 2도) 변화한 걸 보여준다. 핑크색 점프수트를 입은 병정들의 배경이 조금씩 그려지고, 녹색 운동복을 입은 456명의 참가자들의 의식은 3년 새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번 우승자인 기훈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게임의 요령을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참가자 과반수가 지지하면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규칙 적용을 제안한다. 게임의 전개와 병행하여 참가자들은 ○과 ×로 의견이 갈리면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한다. 이 게임 지속 여부 투표는 선거를 은유하는 것이 되고, 분열과 단절을 낳는다. 게임 중단을 택하면 지금까지 모은 상금이 참가자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변천을 암시한다. 과반수가 지지하는 의견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게임에는 2024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이야기의 귀결 상 당연한 거지만, 시즌1에서 이정재와 운영자 이병헌, 실종된 형(이병헌)을 찾는 동생 역의 위하준 외에 새 출연진이 다수 합류했다. 세계적인 성공 덕에 황동혁 감독이 원하는 한국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출연진을 모을 수 있었고, 그중 다수가 한국영화와 드라마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들이지만,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게임이라는 이름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기훈은 표정도 목소리도 싹 바뀌었고, 미간에는 늘 주름이 잡힌 채 웃지도 않는다. 경박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던 시즌 1때보다는, 고뇌에 몸부림치는 <신세계>의 이정재처럼 오로지 진지한 모습이다. 기훈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존재는 시즌 1의 에피소드 1에도 등장했던 인물. 그의 존재가 시즌 2에서 기훈이 하는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된다. 전개도 연출도 놀라울 정도로 한국 누아르에 가까워서, 시즌1의 팝적인 요소에 매료됐던 전 세계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이고, 시즌 2가 완벽하게 현지화된 건 넷플릭스 측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판단에는 확실한 근거도 있는데,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인 벨라 바자리아는 지난 11월 LA에서 열린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은 지역에 뿌리를 둔 이야기의 신빙성을 원한다. 글로벌한 프로그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인을 타깃으로 한 작품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못한다.”라고. 그리고 넷플릭스 유료 회원 6억5000만 가구 중 2/3가 미국 외 지역에 살며, 시청 횟수의 70%가 자막 혹은 더빙으로 보며, 회원 중 80%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올해 9월에 공개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는 한국에서 화제가 되자마자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 존재하는 한국 콘텐츠 팬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1~2주 만에 유럽, 미국과 중남미로, 30일 후에는 전 세계로 시청자 분포도가 퍼져나갔다. 현지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세계적인 히트작도 형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 드러내는 복잡한 주제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분명 시즌 1과는 다른 차원으로 향한 <오징어 게임> 시즌2
지난 11월 LA에서 열린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시즌 2와 3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것은 ‘게임 주최자가 악이고, 기훈이 그들을 막을 수 있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자신에게도 물었습니다. ‘우리’는, 그러니까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말이죠. 그러한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의지와 강인함을 가지고 있는가? 라고 말이죠. 인류는 세상의 흐름을 바꿀 만큼의 힘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해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역사를 돌이켜봐도 권력자가 회개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배당하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 즉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기 위해 변화를 일으키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라고 묻고 싶습니다.”
미국 대선 전날에 이루어진 이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은 “여러분도 내일은 중요한 선택을 하는 날이네요. 아무쪼록 좋은 선택을 하시길.”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서울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예정되어 있던 12월 9일 직전인,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령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날 자정 국회에서 통과된 해제 요구 결의안에 따라 계엄령은 해제되었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두 번째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한국의 국회 투표도 미국 대통령 선거도 드라마 속 게임의 지속 여부 투표처럼 다가온다. 기훈이 대의를 위해 취한 행동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은유처럼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7화에서 프론트맨(이병헌)의 말에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 들었던 건 기훈뿐만이 아니다. 옳고 그름의 양극단으로만 바라보기 쉬운 우리들, 나아가 일방적인 신념으로 대립을 부추기는 SNS와 현대 사회의 행태에도 경종을 울린다. 사투에서 승리해 고액의 상금을 손에 넣었는데도 게임에 돌아온 성기훈과 모두가 반대한 시즌 2를 만든 황동혁 감독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감독이 묻고자 하는 것은 영상 업계를 잠식하는 자본주의의 앞날인가, 혹은 그것조차도 개인적 양심의 폭주에 불과한 것인가... 감독이 최종 시즌이라고 공언한 시즌 3에 어떤 귀결이 기다리고 있을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간다.
자본주의 사회의 우화와 치열한 경쟁 사회를 그린 시즌 1, 경쟁을 낳는 자본주의와 공존의 공산주의,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이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옳고 그름을 묻는 시즌 2. <오징어 게임>은 프로덕션 디자인과 음악 등 하이컨셉으로 주목받았고, 어느 나라에도 통용되는 사회 문제를 저맥락(low-context)으로 그려 인기를 끌었다. 시즌 2는 분명 시즌 1과는 다른 차원으로 향했고, 2025년 공개 예정인 시즌 3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하는 대걸작이 되었다. 이번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어떤 신기록을 세울지도 주목된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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